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에피소드 3-3(1)
    2023년 09월 13일 19시 04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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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가 바뀌었군요)



     하이노는 복도를 걸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손에는 아리아드네가 서명한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받은 서류를 들고 집무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하이노가 아는 아리아드네는 어린 시절부터 우수했다.

     그녀가 갓 걸음마를 뗄 무렵, 아리아의 지시로 가정교사가 붙었다. 처음에는 산수나 글자를 읽고 쓰는 정도였지만, 아리아드네는 순식간에 익혔다.

     그리고 세 살이 되었을 때쯤에는 다양한 분야의 가정교사가 붙었다.



     아무리 황족이라지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또래의 아가씨라면 견디기 힘들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리아드네는 어머니의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제대로 된 이름도 못 듣고 자란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 결과 아리아드네는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하지만...



    (반면, 자존감이 낮고 남의 눈치를 살피는 성격이 되어버렸지만)



     어머니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나도 자존감이 낮으면 타인에게 끌려 다닐 수 있다.

     ㅡㅡ아니. 아니, 우수하기 때문에 악의적인 누군가에게 이용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리아드네의 입장은 미묘하다.

     고귀한 태생임에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 뛰어난 그녀가 야망을 품는다면, 주변 사람들은 즉시 그녀를 제거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에게 의존하기 쉬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사람이라면 그녀를 죽이려 하지 않고 포섭하려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의 성격은 이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했다.

     하지만 아리아가 독을 먹고 쓰러진 그날, 아리아드네는 변했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그 능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었다. 그렇게 서툴렀을 소녀가 암살자를 물리치고, 작은 병의 잔여물에서 독의 종류를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어머니의 생명을 구했다.

     지금까지는 상상할 수 없었던 행동력이다.



     게다가 그녀는 그 이후에도 계속 특이한 행동을 했다.

     전 왕비가 주최하는 야회에 참석하겠다고 나서는가 싶더니, 그곳에서 전 왕비의 신뢰를 얻어 제2왕자파의 황후궁 개입을 견제하는 한 수를 두었다.

     그 자체로 보면,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제2왕자와 친분이 있던 시녀들을 제거했다.



    (그때의 아리아드네 황녀 전하는 정말 무서웠지요)



     조사 결과, 델리라와 루이즈가 암살자를 불러들인 것은 분명했다. 두 사람이 지크벨트의 첩보원이라면, 그 배후도 지크벨트일 수밖에 없다.



     물론 두 사람의 증언을 얻은 정도로는 둘째 왕자를 단죄할 수 없다. 오히려 고소하면 이상한 의심을 품고 있다는 이유로 레스투르 가문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그래도 진실을 알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럴 텐데, 아리아드네는 추궁조차 하지 않고 델리라와 루이지에게 손쉽게 추방령을 내렸다. 그 결과 두 사람이 지크벨트에게 죽임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도가 지나치다'라고 해야 할까? 평범한 사람은 상대가 죄인이라 할지라도 손을 쓰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혹은 피해를 입은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라면, 감정적으로 처벌하려 들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겉으로는 델리라와 루이지에게 관대하게 용서하면서도, 은연중에 제2왕자파가 그들을 처리하도록 했다.



     실제로 델리라와 루이즈는 며칠을 기다리지 않고 실종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레스투르 황족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도 이상하지 않은 타이밍이다. 하지만 양측 가문에서는 의심하기는커녕 딸이 실종된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



     듣자하니, 요양차 피서지로 보냈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한다.

     소란을 피우면 딸이 횡령죄로 해고됐다는 소문이 퍼진다. 그것도 추방된 직후에 실종되었다고 하면, 그만큼 수상한 일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 것이다.

     그들의 부모는 그것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리아드네가 어디까지 계산을 했는지 하이노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보고를 들은 그녀의 말은 '수고를 덜었네. 뒷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였다.



    (마치 어린 시절의 아리아 황녀 전하 모습 같군요)



     조국이 그랑헤임국에 전쟁을 일으켰다가 멸망했다. 원래대로라면 모두 죽어야 할 황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망국의 황녀.

     그것은 결코 그녀의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녀가 보석안의 비밀을 들어 왕족에게 어떤 거래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리아드네는 그 시절의 아리아를 보는 것 같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상황 속에서도 착실하게 힘을 쌓기 시작했다. 만약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자유를 그 손으로 쟁취할 만큼 성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리아드네 황태자비는 아직 어립니다. 정치를 배운다고 해도, 아직 집무 경험이 없으니까요)



     집무를 맡기기에는 아직 이르다. 우선은 자신이 대행하고, 그 사이에 조금씩 경험을 쌓게 하자는 것이 하이노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집무실로 돌아와 서류를 살펴보던 하이노는 그것을 발견했다. 서명만 하면 됐을 서류 뭉치 속에 섞여 있는 조사요구서를.



    "...... 이건 왜?"



     아리아드네에게 건네준 것은 하이노가 서명을 하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서류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한 장에는 조사 요망이라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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