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리오 님은 연기를 못해, 하지만 대단해(2)
    2023년 09월 10일 06시 22분 0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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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독을 넣으라고 지시한 걸지도!?



     내가 리오 님을 바라보니, 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에디 님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에디 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파티장 안에 대기하고 있던 호위 기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호위 기사는 조용히 집사의 뒤를 따랐다.



     만약 이것으로 독을 사용하는 순간을 막는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긴장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내 앞에 수프가 올라왔다.



     리오 님은 가져온 수프의 향을 맡아서, 독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자연스럽게 확인해 주었다.



    "좋은 향이네요."



     독은 들어있지 않은 것 같다. 그 증거로 리오 님은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순으로 음식이 나왔지만 독은 들어있지 않았다. 역시 이런 곳에서 독을 쓰게 할 수는 없는 걸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셀레나 아가씨, 와인 한 잔 어떠십니까?"



     초로의 집사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 집사는 방금 전에 아버지가 무언가를 명령했던 집사다. 왠지 얼굴색이 좋지 않다.



    "...... 주세요."



     정중한 몸짓으로 와인을 따르고 내 앞에 잔을 놓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미 와인이 따라진 뒤였다.



     아버지가 "그럼 건배"라며 잔을 들어 올린다.



     나는 잔을 입에 대지 않고 리오 님에게 건넸다.



    "리오 님, 와인 좋아하시나요?"



     잔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리오 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부드럽게 내 잔을 받았다.



     그러자 아버지가 "셀레나, 무례하게 굴지 마라!"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와인 향을 맡은 리오 님은 단숨에 와인을 마셔버렸다.



     어! 그 와인, 괜찮아!?



     당황한 나 이상으로 아버지가 더 당황하고 있다.



     리오 님은 "맛있군요"라며 싱긋 웃었다.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자, 내 앞자리에 앉아있던 계모가 '윽'하고 소리를 질렀다. 계모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양손을 부르르 떨고 있다.



    "무슨 일이냐!?"



     놀란 아버지에게, 계모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 여보...... 혹시 나한테?"

    "아, 아니야! 이건 뭔가 잘못됐어!"

    "으윽!"

    "꺄악!? 어머니!"



     계모는 입을 틀어막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구역질을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어, 어째서!?"



     당황한 아버지에게, 리오 님이 조용히 말한다.



    "진정해, 백작. 그 독은 소량만 마셔도 금방 죽는 독은 아닐 텐데?"

    "무슨!?"



     보아 하니, 와인을 따르던 늙은 집사가 발고아의 기사에게 붙잡혀 있었다.



    "말이 다르잖아! 당신들 말대로 하면 나만은 봐준다며!"



     아, 그렇구나. 독살하려던 집사를 현행범으로 잡아서 뒷거래를 한 거구나.



     그리고 내가 아닌 계모에게 독이 든 와인을 마시게 한 것이다. 와인은 모두 같은 것을 부어주었으니, 독이 잔에 묻어 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리오 님은 자기가 마셨던 와인의 향을 맡았다.



    "내 것은 내가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입니다. 이건 수면제군요."

    "리오 님의 것까지!?"



     자리에서 일어선 리오 님은, 놀란 나를 에스코트해 일으켜 세웠다.



    "팔튼 백작. 셀레나 양에게 독약을 먹이려고 한 죄, 그리고 나에게 수면제를 먹이려고 한 죄. 어떻게 갚을 생각이지?"



     그 목소리는 정말 무자비했고, 눈빛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버지는 한숨을 크게 내쉰 뒤, 입꼬리를 치켜세웠다.



    "리오 님, 갑자기 독약이라고 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그 집사님의 증언만 믿으시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 나으리!?"



     이대로라면 아버지는 집사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도망치는 건 아닐까?



     불안해진 내가 리오 님을 올려다보자, 그는 "괜찮아요. 예상대로입니다."라고 내 귀에 속삭였다.



    "셀레나 양. 포로로 잡힌 적군의 장수가 자신만 살려고 부하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버린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모, 모르겠어요."

    "대부분은, 자신도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며 발버둥 치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네?"

    "이 저택 안에서 도망갈 곳을 없애고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으니, 아마 지금부터 시작되겠죠."



     나는 리오 님의 말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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