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0 이제 무섭지 않아(1)
    2023년 09월 10일 00시 15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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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체 백작부인의 계획은 대성공을 거두어서, 리오 님과 한 세트로 만든 듯한 의상의 효과는 대단했다.



     리오 님도 다친 나를 조심스럽게 에스코트하는 모습을 보여서, 주위에서는 내가 리오 님의 소중한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팔튼 백작가의 메이드들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마린은 증오의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마린의 이 얼굴을 타체 백작부인이 봤다면 아마 기뻐했을 것이다.



     파티는 팔튼 백작 저택의 홀에서 열리는 것 같다.



     내가 이 집에 살았을 때는 마린의 생일 파티 등으로 사용되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는, 이 집에 좋은 추억이 없다.



     옆에서 걷던 리오 님이 내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메이드들의 모습을 보니, 당신이 이 집에서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것은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래요 ......"



     그야 이 집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문제는......."



     아버지가 정말 할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독약을 먹여서 죽였을까?



     리오 님은 도대체 어떻게 그 사실을 알아낼 셈일까?



     팔튼 백작 저택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리오 님은 나에게 '세레나 양은 평소처럼 행동해 주세요'라고 하였다.



    "평소처럼 이라고 하셔도 ......"



     내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리오 님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에게는 호위를 붙여줄게요. 오늘은 코니도 함께합니다."



     리오 님이 마차 밖을 가리키자,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작은 기사가 보였다. 리오 님의 호위기사인 에디 님과 말을 타고 동승하고 있다.



    "저게 코니입니다."

    "네?"

    "일시적으로 발고아의 기사로 임명했습니다. 여성만 출입할 수 있는 곳에서 호위를 해줄 거예요."

    "코니가요? 위험하지 않나요?"

    "물론 코니 이외의 호위도 함께합니다. 만약을 대비해서요."

    "그게 아니라......"



     코니가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코니는 '발고아의 기사가 되고 싶어'라고 했었다. 그러니 코니의 꿈을 방해할 수는 없다.



    "...... 알겠어요."



     리오 님과의 그런 대화를 떠올리며, 나는 힐끗 뒤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몇 명의 기사들 사이에 섞여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코니도 있다. 코니는 이 집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어서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구나.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파티장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내 아버지인 팔튼 백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계모의 모습도 보였다.



     그 외에는 다른 참석자는 없는 것 같다. 정말로 가족들만의 작은 파티인가 보다.



     리오 님을 발견한 아버지는 빙그레 웃었지만, 나를 보고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발고아 변경백의 아들 리오 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옆에 계신 분은 누구십니까? 초대하지 않은 사람을 데려오면 곤란합니다. 그리고 제 딸 마린을 마중하러 보냈다고 생각합니다만......"



     설마 했는데, 아버지는 나를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아무리 꾸몄다 해도 마린이나 메이드는 나라는 걸 알아챘는데.



     이 사람은 정말로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리오 님은 마음을 쓰는 건지 내 어깨에 손을 얹고서, 아버지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이쪽은 당신의 딸 세레나 양입니다."



     아버지와 계모의 눈이 크게 뜨였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게 셀레나? 설마."



     그렇게 말하는 계모에게, 나는 "제가 집에 오면 안 되는 거였나요?"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바로 리오 님이 "그래요?"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그럴 리가 없잖니! 호, 호호."



     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린 계모는, 부채 너머에서 분명 크게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을 것이다.



     연약한 연기는 마린만 잘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지금까지 마린의 연기를 많이 봐온 덕분에 나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아버지는 "...... 일단 리오 님은 이쪽으로."라고 말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셀레나, 잠깐 이리 좀 와라!"



     차가운 목소리에, 내뱉는 듯한 말투. 그러고 보니 이 사람, 나한테는 항상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었지.



     타체 백작 저택에서의 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말을 듣지 않는 나에게 화가 났는지, 아버지가 내 팔을 잡으려고 다가온다.



     이를 저지하려는 듯, 리오 님이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음?"



     예상치 못한 행동에 놀란 아버지를 리오 님이 노려본다.



    "세레나 양을 함부로 대하지 마."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



     리오 님의 이런 무서운 목소리는 처음 들어봤어. 내 앞에서는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다감한 리오 님이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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