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1 리오 님은 연기를 못해, 하지만 대단해(1)
    2023년 09월 10일 06시 21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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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리오 님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일단 애교를 부리는 척을 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말해서 애교를 부리는 방법 따위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마린은 애교를 잘 부리니까, 마린스러운 짓을 하면 되겠지?



    "리오 님~"



     꼭 붙어서 키가 큰 리오 님을 올려다보자, 그는 손으로 입가를 누르면서 얼굴을 최대한 뒤로 돌리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귀와 목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어?"



     이런 것은 눈치가 안 좋아도 알 수 있다.



    "호, 혹시, 부끄러우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리오 님.



    "이건 연기인데요?"

    "아, 알아요. ...... 저, 연기는 잘 못하겠어요."

    "하지만 아까는 춤을 추면서 즐겁게 웃고 있었잖아요."



     심각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으며 즐거워하던 리오 님이라면 연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그건 당신과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에요."

    "네!?"



     춤을 마친 우리를 범죄자인 아버지와 계모가 노려보고 있다. 우리가 춤을 추는 동안 마린도 온 모양인지, 불쾌한 표정을 감추려고 하지도 않는다.



     리오 님에게 연기를 기대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나 혼자서 할 수밖에 없어.



     어떻게든 아버지가 이 자리에서 독을 쓰고 싶을 정도로 냉정함을 잃게 만들어야만 해.



     나는 마린에게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거울 앞에서 열심히 연습했던 덕분에, 이 미소에는 자신감이 있다.



    "마린, 모처럼 맞이해 줬는데 혼자 돌려보내서 미안. 리오 님이 나랑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하셔서......"



     내가 곤란한 듯 한숨을 쉬자, 마린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못생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금방 표정을 되찾더니 콧방귀를 뀌며 웃는다.



    "신경 쓰지 마, 언니. 언니는 다쳤는걸. 다친 사람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해."



     아, 그러니까 '네가 리오 님에게 우선순위가 높은 것은 부상 때문이야'라고 말하고 싶은 거구나.



     나는 빙긋이 웃으며, 항상 야회에서 마린에게 지시받았던 말을 해줬다.



    "뭐야? 애인의 자식답게 건방지네!?"



     순간 아버지의 눈빛에 살기가 깃들었다.



    "이년이, 방금 뭐라고 했어!?"



     나를 잡으려는 아버지의 오른팔을 리오 님이 재빨리 잡았다.



     지금 분명 아버지에게 맞을 줄로만 알았다 ...... 두려움에 심장이 두근거린다. 하지만 리오 님이 도와주었다.



     그래, 리오 님은 연기를 못하지만, 내 편이 되어주는구나. 그 점이 너무 든든하다.



    "팔튼 백작. 지금 셀레나 양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했지?"



     리오 님의 보라색 눈동자가 무서울 정도로 살기를 뿜어내고 있다.



    "훈육입니다! 셀레나가 무례한 발언을 했기 때문에!"

    "무례한 발언? 단순한 사실일 텐데."



     아버지는 "큭."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리오 님이 잡은 팔을 놓아서 아버지가 비틀거리자, 계모가 서둘러 부축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계모를 아버지가 제지했다.



    "리오 님, 우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노려보는 아버지는, 내가 리오 님한테 헛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하지만 나는 사실만을 전한 것에 불과해.



    "안쪽 방에 만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식사를 하시면서 오해를 풀도록 합시다. 자자, 이쪽으로."



     아버지의 안내로, 우리는 만찬 자리에 앉았다.



    "셀레나, 너는 방으로 돌아가 있거라."



     싸늘한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리오 님이 나를 옆자리에 앉힌다.



     헛기침을 하는 아버지.



    "그곳은 마린을 위해 준비한 자리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마린 양은 다른 자리에 앉도록 하시죠."



     아버지도, 계모도, 마린도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하지만 리오 님에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왕국 최고의 군사력을 가진 발고아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으니까.



     그런 리오 님이 내 편이 되어 주다니 ...... 왠지 이상한 기분이다.



     하지만 불평할 수 없는 상대에게 제멋대로 하는 것은, 상대가 누구든 간에 별로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해온 이 사람들의 마음은 일그러져 있다.



     아버지가 한 손을 들자 초로의 집사가 금방 다가갔다. 집사는 무언가 지시를 받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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