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허를 찔렸다. 지난번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조사하러 온 문관으로서 복장은 최대한 간소하게 차려입었다. 장신구도 착용하지 않아서, 왕족이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몸에 밴 기품 있는 행동은 그렇게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언뜻 보기에는 몰랐지만, 몸짓이나 말투 등으로 미루어 보아 그런 것 같았어요."
역시 아레스와 잭을 키운 사람답다. 셰라는 사람을 보는 눈이 있고, 사람을 바르게 키울 줄 아는 사람이다.
"역시, 당신은 내가 생각한 대로의 사람인 것 같다."
솔론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항상 분명하게 말하는 그답지 않다.
"우리가 왜 이곳에 왔는지도 짐작하고 있겠지."
"네, 잭 때문이겠지요."
그녀는 눈을 감고 대답했다.
"알아요. 언젠가 누군가에게 말해야 했던 것도. 아니, 사실 그 아이에게 그 자리에서 말해야 했어요 ......"
"처음부터 알고 계셨어요!?"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설마 그렇게 일찍부터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나 역시 조사를 진행하면서 겨우 알게 된 사실이었다.
"저는 그 아이의 엄마라고요? 자식이 하는 거짓말 정도는 알 수 있어요. 잭은 원래부터 솔직하고 거짓말을 잘 못 하는 아이였답니다."
셰라는 덧없이 웃었다.
"잭이 이 집에 돌아왔을 때, 저는 잠시지만 아레스가 돌아온 줄 알았어요. 하지만 곧 그 아이의 부드럽고 슬픈 눈빛을 보고 잭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어요.
[아레스가 마왕을 물리쳤어. 하지만 아레스도 마족에게 살해당했어]라고요.
그리고는 저한테 저 검을 건네줬어요."
셰라는 벽에 걸려 있는 검을 가리켰다.
"그 아이는 [미안해, 나만 돌아와서 미안해]라고 울면서 말했어요.
저는 [아레스가 마왕을 물리쳤니?]라고 물었어요. 아마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을 거예요.
그 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넌 그동안 어디서 뭘 하고 있었고?]라고 물었더니, [왕도에서 일하면서 생활하고 있었어]라고 대답했어요. 이상한 말이죠?"
셰라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왜냐면, 그 아이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거든요.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몸이 다부졌으며, 얼굴도 볼살이 빠져 늠름해졌고, 눈빛만이 떠나기 전과 달라진 게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농사꾼이나 상점에서 일하던 사람 같지 않아요. 군인으로 일했다 해도 저렇게는 되지는 않아요.
그래서 [너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고 물었더니, [곧 여행을 떠나]라고 말하더라고요. '라고 물었더니 '곧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보내게 두고 싶지 않아서, 붙잡기 위해 그 아이의 손을 잡았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의 손은 나무껍질을 만지는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요. 손바닥도 굳은살 투성이인 걸 보니, 칼을 몇 만 번이나 휘두른 것 같았어요. 자세히 보니, 옷에서 드러난 피부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 흉터가 가득해서 ......
그래서 저는 알았어요. [아, 이 아이가 마왕을 쓰러뜨렸구나]라고. [아레스와 나를 위해 마왕을 쓰러뜨렸구나]라고. 그러자 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아이가 한 착한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죠."
셰라의 이야기에 내 시야가 흐려졌다. 솔론은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저는 아레스도 잭도 용사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어요. 그냥 평범하게 자라고 성장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아레스에게 그런 건 바랄 수 없지만, 적어도 잭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아이의 입을 통해 아레스의 최후를 제대로 들어야만 해요. 그것이 어머니로서의 의무예요. 그러니 알렉시아 공주님, 그 아이를, 잭을 찾아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