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단장5(2)
    2023년 09월 03일 20시 14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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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으로만 알고 있는 불의 마법을 외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레스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상처가 썩기 시작했을 것이다. 나는 겁에 질려서, 상처를 덮고 있는 천을 벗겨내어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불의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아레스의 배에 난 상처를 태워 상처를 봉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짐 속에 부싯돌을 넣지 않았다. 아레스가 불의 마법을 쓸 수 있으니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자 불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싫든 좋든 깨닫게 된다. 별빛조차 닿지 않는 숲 속의 어둠은 심연이고, 근원적인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춥다. 아레스는 고열을 내뿜고 있지만, 그것은 머리와 상처 주변 등 몸의 일부분일 뿐, 손끝은 생기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차갑다. 몸을 웅크려도 전혀 따뜻해지지 않는다.

     작은 불이라도 좋으니, 마법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마법을 익혀야겠어)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그렇게 다짐했다.



    ────



     아침이 왔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레스가 밤새도록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얼굴에 핏기가 가셔서,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었다. 나 자신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아 아레스를 업고 걸을 체력도 기력도 없었다.



    "어쩌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절망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죽여줘 ......"



     아레스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이제 난 안 돼. 이대로 가다가는 잭도 끌어들일 거야. 그리고 너무 고통스러워. 내 몸이 썩어가는 것도 무섭고. 제발, 제발 내 검으로 끝내줘."



     숨을 내쉬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아레스가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 넌 내 형제고, 친구고, 계속 함께한 사이잖아!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나와 아레스는 형제처럼 자랐다. 죽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래. 내 지금 심정을 알 거야. 잭은 나를 두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대로 나를 방치한다면 산 채로 벌레와 짐승에게 잡아먹힐 뿐이야. 그러니 제발 부탁해, 날 죽게 해 줘. 그리고 너 혼자서 앞으로 가."



     아레스의 눈은 열리지 않았다. 고통을 견디는 듯 얼굴을 몇 번이고 찡그리고 있을 뿐이다.



    "나 혼자서 왕도로 가서 뭘 어쩌라는 거야? 넌 용사잖아? 용사가 죽으면 세상이 끝나잖아?"



    "...... 결국 나는 용사가 아니었어. 선지자도 '이 마을에서 세상을 구할 용사가 나타날 것이다'라고만 말했고. 나라고는 한 마디도 안 했어. 그리고 나는 선지자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잭을 떠올렸어."



    "나일 리가 없잖아! 나는 마법도 못 써! 마법을 쓸 수 있었다면 아레스의 상처도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검도 잘 못쓰고....... "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 왜일까,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아레스가 얼굴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 아, 온몸이 미친 듯이 아파. 고통스러워. 제발, 잭, 부탁해. 날 편하게 해 줘."



     나는 아레스가 정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야만 한다는 걸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울면서 검을 뽑았다.

     땅에 쓰러져 있는 아레스의 가슴에 검 끝을 대었다.

     아레스는 눈을 감은 채 웃는 표정을 지었다. 고통스러울 텐데도, 억지로 웃으려 애쓰고 있었다.

     나를 위해 그렇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손이 떨렸다. 조금, 아주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 아레스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을 때, 나는 그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빨려 들어가듯 아레스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레스의 입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소리조차 나지 않을 것 같은, 마지막 목소리는.



    "엄마"



     라고 들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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