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단장3(1)
    2023년 09월 02일 23시 49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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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에게 부과한 검술 수련과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마리아의 시련에도 점차 익숙해진 나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바로 공격 마법의 습득이다.

     고민 끝에 마법사반 선생님에게 물어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뭐, 이건 예상했던 일이다. 나는 이미 공격 마법을 가르쳐 줄 것 같은 학생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솔론 버클레이. 신동이라 불리는 미래의 대현자. 학교에 입학할 당시 마법사로서의 역량이 교사를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인지, 제대로 수업에 나오지 않는 문제아이기도 하다.

     그를 선택한 이유는 하나다. 학교에서의 그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산책만 하는 등 한가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그날, 바로 말을 걸었다.



    "솔론 버클레이, 나한테 마법을 가르쳐줘."



    "싫어."



     솔론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고서 그냥 가려고 했다.

     말라비틀어지고 표정도 험상궂었던 그는, 온몸으로 타인을 거부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잠깐만, 내 말 좀 들어줄래?"



     나는 그가 가는 길을 가로막았다.



    "들을 필요도 없어. 너는 아레스. 진심으로 용사가 되려고 하는 미친 녀석이야. 레온을 본받아서 쓸데없이 검술을 연마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마리아의 장난감이 되고 있잖아. 그리고 이번엔 나에게 공격 마법을 가르쳐 달라는 거지? 말도 안 돼. 천재인 내 시간을 왜 너 같은 놈을 위해 써야 하는 건데. 네가 인생을 헛되이 버리는 건 네 마음대로지만, 내 앞길을 막는다면 용서하지 않아."



     험상궂은 표정을 더욱 험상궂게 만든 솔론이 단숨에 쏘아붙였다.



    "잘 알고 있잖아. 이유를 안다면 얘기가 빠르지. 제발, 마법을 알려줘."



    "뭐? 너 내 말 듣고 있었어? 일반인 주제에 천재의 길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아?"



    "하지만 한가하잖아?"



    "한가하다고? 내가?"



    "학교에 왔을 때는 할 일이 없어 보이던데? 친구도 없을 것 같고."



    "너 역시 친구가 없잖아! 죽여 버린다?"



     솔론이 오른손에 마력을 집중하는 것을 보고 알았기 때문에, 나는 서둘러 길을 양보했다. 아무래도 친구가 없는 것을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다시는 나랑 상관하려 들지 마!"



     그렇게 내뱉고서 솔론은 떠나갔다.



    ────



     일주일 후, 다시 솔론의 모습을 본 나는 다시 말을 걸었다.



    "안녕, 솔론. 저번에 얘기한 거 생각해 봤어?"



    "너는 기억력이 없는 거냐? 아니면 마리아의 장난 때문에 정신이 나간 거냐? 그리고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 죽여버린다."



     그 후로도 나는 솔론을 볼 때마다 이런 대화를 반복했다.

     솔론은 나를 볼 때마다 '죽어', '쓰레기', '병신' 등의 욕설을 퍼부었지만, 마리아의 시련으로 정신력이 단련된 나에게 그 정도의 욕설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난 어느 날, 드디어 그는 발걸음을 멈췄다.



    "알았어, 알았다고, 이 쓰레기 같은 놈아. 확실히 네 말에도 일리가 있어. 확실히 학교에서의 나는 한가하다. 나는 그저 쓸데없는 굴레 때문에 이곳에 온 것뿐이야."



     물어보니, 솔론은 학교의 체면 때문에 이곳에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집안은 신분이 낮은 귀족이다. 아버지도 뛰어난 마술사였지만, 그래도 신분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거지. 고위 귀족인 이곳 이사장이 '솔론 버클레이를 배출했다'는 명분을 학교에 붙이기 위해 아버지에게 압력을 가해 나를 입학시킨 거다. 처음의 한 달은 학교의 장서로 시간을 때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할 일이 없어.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잖아."



     그러면서 솔론은 주머니에서 책 몇 권을 꺼냈다. 물리적으로 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양은 아니다. 이것도 뭔가의 마법일까?



    "이 책은 이 학교 마법반 학생들에게 나눠준 책이다. 읽고 이해하면 초급 수준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소질도 필요하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라는 건 아니야. 책 내용을 외우고 와. 뭐, 일주일 정도면 되겠지."



    "일주일? 그런 단기간에 이런 책을 몇 권이나 ......"



     마법반이 1년 동안 배우는 수업 내용이다. 무모하기 짝이 없다.



    "무리야? 용사가 되려고 하는 게 더 무리인 것 같은데. 애초에 소질도 없는데 마법을 쓰고 싶다고 말하면서, 그 정도에 약한 소리를 하면 너로선 마법을 쓸 수 없어."



    "읏."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다. 솔론은 결코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없다.

     무엇보다, 마리아의 시련에 비하면 나은 내용이다.



    "알았어. 일주일이지? 기억할게. 그때는 마법을 가르쳐줘."



    "난 거짓말 안 해."



     그렇게 말하고서, 솔론은 자리를 떠났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서 바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조금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예전에 읽었던 마법서적과 공통점이 있어 의외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없었다.

     그날부터 나는 검술 수련을 멈추고, 마리아의 시련을 피해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책을 읽었다.

     밤낮없이, 수업시간에도, 식사시간에도, 모든 시간을 책 읽기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솔론을 발견한 나는 그에게 달려갔다.



    "외웠어!"



    "그래?"



     의기양양한 나에게, 솔론은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그럼 가자."



     솔론은 학교 건물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기억하고 있는지 확인 안 ㅎ?"



    "나는 못 할 말은 하지 않아. 그리고 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야. 그럼 확인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곧바로 솔론을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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