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76 마리 누나와 변함없는 세 사람
    2023년 08월 29일 19시 49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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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다니,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이야!"



    "쿠거 때와는 상쾌함의 질이 달라~!"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아한 하늘여행에 환호성을 지르는 칸나 씨와 루레트 씨.



     반면 마레우스 씨가 냈던 것은, 비명이다.



     악의는 없겠지만, 벨이 기분 좋게 '삐요삐요' 소리를 내는 바람에 떨어질 것 같은 공포를 몇 번이나 맛보았다고 한다.

     

     벨 덕분에 말 그대로 단번에 왕도에 도착했지만, 내리자마자 입에서 비료를 게워내는 마레우스 씨.



     그러고 보니 뱃멀미도 심했었죠 .......



     역시 이 상태로 마레우스 씨에게 이동을 강요할 만큼 칸나 씨도 악마가 아니라서, 몸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 동안 우리는 어떻게 하면 벨을 왕도로 들여보낼지 논의했다.



     길스처럼 돌려보내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다음에 소환했을 때에도 같은 크기라면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각.



     한동안 고민하다가,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다.



     장비 특성【혼현승화】를 사용해서 커졌으니, 그것을 해제하면 된다는 사실을.



     평상심이란 중요하구나, 응.



     이십 분 후, 우리는 손바닥만해진 벨과 함께 무사히 ...... 홈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별채로 달려가는 루레트 씨와 칸나 씨.



     마레우스 씨도 무거웠던 발걸음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가벼워져서는 뒤쫓고 있다.

     

    "역시 변함없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본채를 떠나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예전에 길스를 만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별채에서 은둔하는 나날이 계속될 것 같다.



     나는 레이티아 씨에게 그 사실을 전하며, 평소보다 더 많이 별채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어쩔 수 없는 분들이네요."



     어깨를 으쓱하면서도 레이티아 씨는 승낙해 주었다.



     이걸로 다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사라졌으려나?



     세 사람 모두, 레이티아 씨의 말씀은 기억에 새겨져 있을 것이고 .......





     루레트 씨 일행이 별채에서 은둔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아직까지 레이티아 씨의 말씀이 발동한 흔적은 없었고, 평온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자기 방으로 돌아갈 시간도 아까워서 그런지, 나는 그 이후로 세 명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난번과 달리 서프라이즈는 아니기 때문에, 주눅...... 이 아니라 불안해 하는 일 없이 , 나는 밖에서【천축의 실】을 시험해보기도 하고, 마리 ...... 아네터의 스킬인【전사(転糸)】를 가지고 놀기도 했다.



     【전사】는 설명에 쓰인대로, 실을 통해 멀리 떨어져 있는 길스나 벨의 곁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스킬이다.

     

     레벨이 올라 MP 총량이 늘어난 덕분에 MP소비는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벨을 크게 만들어준 [천축의 실]의 장비 특성인 [혼현승화].



     길스가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기에 그에게 사용해보니,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어, 뭐야 그 반응은!?



     궁금해서 물어보려 했지만, 서 있는 모습이 '묻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분명한 거절도 흔치 않다.



     나는 길스에게 해가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쯤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 후 집으로 돌아와 카술레와 닭고기 데리야끼 샌드위치를 다시 만들어 놓고서, 레이티아 씨와 함께 오후의 차 한 잔을 마신다.



     오늘의 다과는 배 타르트.



     라일이 왕도의 인기 가게로 가서 줄을 서며 사다 준 것이다.



     한 입 베어 물자, 배의 약간 푸른빛이 느껴지는 향이 코끝을 스치며 단맛이 입안에 퍼진다.



    "맛있어. 커스터드 대신 배를 아낌없이 사용했네요."



    "친척이 과수원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품질의 과일을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요."



     내 말에 레이티아 씨가 덧붙여 말했다.



     오렌지도 재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행복한 기분으로 타르트를 먹고 있자, 갑자기 별채로 이어지는 문이 열렸다.



     예전의 경험 때문인지, 레이티아 씨는 순식간에 전투태세로 전환했다.



     나도 모르게 대비하고 있자, 문 안쪽에서 나타난 것은 활기찬 모습의 세 명.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안색은 나쁘지 않다.



     레이티아 씨가 지켜봐 준 덕분이다.



     안도하고 있는 내 곁으로 세 사람이 다가와서는 ...... 별안간 내 몸을 들어 올렸다.



    "무슨!?"



     바로 레이티아 씨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도중에 루레트 씨에게 귀띔을 하자 움직임을 멈춰버렸다.



     그 상태의 레이티아씨를 막아내다니 .......



     예상치 못한 상황에 휘말려 멍하니 있는 사이, 나는 어떤 장소로 끌려갔다.



     그곳은 홈의 구석에 있었는데, 지금은 '왕의 작은 방'이라고 불린다나 뭐라나.



    "기시감이 대단해."



     내 독백에 반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이후의 전개가 다 예상된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서, 작은 방의 문 너머에는 임금님이 호화로운 의자 위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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