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8 마리 누나와 마음의 연결고리로 눈을 뜬 힘
    2023년 08월 27일 23시 58분 0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신과 대화하는 장소가 교회라면, 이 대성당은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곳. 새로운 힘을 일깨우기 위해 스스로 답을 낼 필요가 있는 그대한테는 안성맞춤이니라."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여는 임금님의 말투가 사뭇 진지하다.



     예전에 클래스체인지했을 때는, 제라 씨가 새로운 직업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그렇지 않다면 제라 씨가 입을 다물고 있을 리가 없다.



     침묵한다고 하니, 에스텔 씨가 조용히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무엇보다,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것을 임금님에게 물었더니,



    "그대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협력이 필요해서 짐이 초대했다."



    "연결, 이요?"



    "그래. 마지막으로 답을 내는 것은 마리아, 어디까지나 그대 자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의 존재는 그대의 도움이 될 것이니라."



     예언 같은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우리는 대성당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임금님의 권유에 따라 길스와 벨을 불러낸다.



     낯선 곳으로 불려 오자, 두 사람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황을 설명하자 금방 진정했다.



     의외였던 것은, 처음 보는 제라 씨를 두 사람이 쉽게 받아들인 것이다.



     광대로서 나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뭔가 느낀 거라도 있던 걸까?



    "준비됐군. 그럼 시작해보자. 마리아는 에스텔에게, 벨은 제라에게, 길스는 짐의 앞으로."



     2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세 사람은 삼각형을 그리며 서 있다.



     지시에 따라 움직이자,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서 세 사람은 노래를 부르듯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고귀한 마음을 지키는 것은, 순결한 애정'



       '깊은 마음을 지키는 것은, 숙련된 기량'



         '넓은 마음을 지키는 것은, 강인한 육체'





     두 구절로 이루어진 노래의 화자를, 순서대로 바꿔가며.



     


     '높은 곳은 좁은 길의 끝'



       '표식이 되는 것은 이어진 인연'



         '그대는 마음 가는 대로 나아가라'





     '''그리 하면 마음이 닿을 힘을 얻을지니!!!'''





     마지막은 세 사람의 합창.



     그것을 들은 순간, 나의 의식은 급속도로 멀어져 갔다.



     

     .............................. ..................

     .............................. ......

     ........................

     ............

     ......

     ...





     의식을 되찾은 나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있었다.



     대성당과는 달리 그곳에는 빛도 땅도 없었다.



     감각은 모호하여, 마치 밤바다에 떠다니는 것 같다.



     불안은 느껴지지만, 신기하게도 두려움은 없다.



     다만 당황스러움은 있다.



    "기다리면 되는 건지, 뭔가 해야 하는 건지 ......"



     하지만 떠 있는 상태에서는 할 수 있는 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이템은 꺼낼 수 없고, 스킬도 ...... 안 되네."



     그렇게 막막해하고 있을 때, 멀리서 작은 빛이 보였다.



     그것은 점점 더 많아졌고, 게다가 점점 더 커져갔다.



     크기가 변하는 것은 이쪽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빛의 정체가 드러났다.



    "저건 ...... 내가 처음 에스텔 씨를 만났을 때의 영상?"



     흑백이라서 조금 선명하지 않지만, 틀림없다.



     그리움에 손을 뻗어 보지만, 빛은 잡히지 않고 지나간다.



     일말의 쓸쓸함을 느끼며 시선을 돌리자, 다른 빛들이 차례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내가 Mebius에서 보냈던 광경.

     

     '서약의 동굴'에서 싸웠던 장면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지만, 불현듯 노란색과 초록색 빛이 나타나 위로하는 것처럼 다가와 주었다.



    "이런 식으로 재회할 수 있다니 ...... 네로, 쿠거."



     눈물을 흘리는 내 앞에서, 두 빛이 더욱 빛난다.

     

     그리고 하나가 되어 나를 감싸 안았다.



     마치 나를 지켜주려는 듯이.



    "항상 고마워요 ...... 길스"



     감사의 말을 전하자,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빛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길스답지 않은 반응에 웃고 있자니, 빛은 어느새 리베르타를 비추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바다, 외딴섬에서의 평온한 시간, 그리고 제이드 씨와의 싸움.



     제이드 씨에 대한 감정은 복잡해서, 여전히 마음이 흔들린다.

     

     불안, 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자각하는 순간, 회색 빛이 생겨서 내 주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절박해 보이는 그 모습은,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격려해주고 있구나........ ...... 벨."



     그 말을 듣고 기쁜 듯이 빛이 춤을 추며 길스처럼 나를 감싸 안는다.



     아, 정말 든든하고 따뜻해 ......



     어느새 흘러나오던 영상 속 빛은 사라지고, 공간은 다시 어둠으로 가득 찼다.



     지금까지가 과거의 단편이었다면, 앞으로는 미래일 것이다.



     앞으로의 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떠오르는, 소중한 동료들.



     생각나는, 내 본연의 자세.



     두 가지의 마음이 만나자, 어둠 속에서 눈앞에 새로운 빛을 만들어 낸다.



     이끌리듯 빛을 손에 쥔 순간, 나는 그것이 되었다.





    "【마리아네이터】로 클래스 체인지했습니다"



     

     ...... 잠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혹시, 말장난?

     

     무슨 일인가요, 임금님! 아니면 자그레우스 씨!?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언제나처럼 답장은 오지 않았다 .......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