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9 마리 누나와 수치심에 가득 찬 보고
    2023년 08월 28일 19시 16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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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닿지 않는 외침에 낙담하고 있자니, 어느새 내 의식은 대성당으로 돌아와 있었다.



     처음 느낀 것은 딱딱한 바닥의 감촉과, 머리 뒤쪽의 부드러움.



     그리고 시야에 비치는 별빛을 가로막고 있는, 둥글고 풍성한 두 개의 언덕.



     의식이 저편으로 날아가는 동안 에스텔 씨가 무릎베개를 해주고 있었던 것 같다.



    "고맙."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일어나려는데, 그보다 더 빨리 언덕이 내 얼굴에 내려앉았다.



    "어서 오세요, 마리아 언니!"



    "우웃!"



     부드러운 그것이, 빈틈없이 내 얼굴을 덮는다.



     숨을 쉴 수가 없고, 한편으로는 꽉 안아주는 힘이 폐 속 공기를 가차 없이 밀어낸다.



     아, 이거 위험할지도 .......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임금님이 에스텔 씨의 몸을 끌어당겨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대가 마리아의 의식을 보내버리면 어떻게 어쩌려고. 조금은 진정해라."



    "죄죄, 죄송합니다!"



     왕의 말에 당황한 에스텔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내 머리는 자유낙하하며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과 충돌했다.



    "아파요!"



    "죄죄죄, 죄송해요, 마리아 언니!!"



     이를 본 제라 씨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재앙의 때보다 두 사람의 사이가 더 돈독해진 것 같구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하게 '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왤까 .......



     고개를 숙이고 쳐다보는 나에게 제라 씨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임금님이 말려주지 않았다면, 조만간 배를 움켜쥐고 굴러다녔을지도 모른다.



    "제라여, 그 정도로 해두게. 그럼 마리아, 이제 그대가 새로 얻은 직업을 알려주지 않겠느냐?"



     가급적이면 듣고 싶지 않았던 그 질문.



     나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리 ............ 네터, 예요."



    "잘 안 들리네만."



    "~~~~!"



     임금님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다.



     그래서, 나는 대충 넘어갈 수가 없어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마리...... 아, 네터."



    "이봐, 중간에 끊지 말고."



     임금님에 이어, 제라 씨까지 따지고 든다.



     게다가 그 옆에는 기대에 찬 눈빛의 에스텔 씨도 있다.



     도망칠 곳이 없는 상황에서, 나는 자포자기한 듯이 외쳤다.

     

    "직업은 [마리아네터]예요!"



     대성당에 울려 퍼지는 나의 새로운 직업명.



     소리가 멈추고 정적이 감도는 순간.



    ""푸훕!""



     왕과 제라 씨가 일제히 내뿜었다.



     것봐, 그래서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



     마치 벌칙을 받는 듯한 상황을 견디고 있자, 에스텔 씨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몸을 꽉 껴안고 고개를 숙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다.



    "...... 에스텔 씨?"



     걱정이 되어 말을 걸자, 에스텔 씨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시작했다.



     어, 무슨 일이야!?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 이 이상 없을 좋은 직업을 마리아 언니에게 주신 것에."



     흘러내리는 한 줄기 눈물.



     그 말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것 같다.



     나도 상황이 달랐다면, 직업명의 충격도 잊고 기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금님과 제라 씨가 웃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





     한바탕 웃고 난 후, 임금님이 기침을 한 번 하여 분위기를 수습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어지럽힌 것도 임금님이었으니,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그, 뭐냐, ...... 정말 그대 다운 직업이 아닌가."



      칭찬할 의도인 것 같지만, 직업명을 생각하면 그 말이 빈정대는 것으로 들린다.



     거기에 추격타를 가하는 제라 씨.



    "하지만 나도 처음 듣는 직업인 건 확실해. 일반인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라고 할 수 있겠지."



    "저는 보통 사람으로도 좋았는데요 ......"



     중얼거리는 나를 달래는 말은 없었다.



     그리고 나를 뒤로 한 채 이야기는 계속된다.



    "제라조차 모르는 직업이라니 ...... 도대체 어떤 기술을 익혔을꼬?"



     직업명의 충격으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지난번에는 클래스 체인지 때 스킬을 두 개나 배웠다.



     이번에는 【꼭두각시 시종】이 【궁극의 시종】으로 바뀌고, 새롭게 【전사(転糸)】라는 스킬을 습득했다.





      【전사(転糸)】

      실로 연결된 대상의 장소로 전이한다.

      전이하는 거리가 멀수록 MP를 더 많이 소모한다.

      스킬 레벨과 사용하는 실에 따라 소모 MP는 감소한다.



     

     지금까지는 나에게 위험이 닥치면 길스가 달려와 주었다.



     하지만 이 스킬이 있으면 내가 먼저 길스의 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어느 정도로 MP를 소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용한 스킬을 익히게 되어 다행이다.



     하는 김에 [천축의 실]을 제라에게 보여줬더니, 새로운 직업을 알려줬을 때보다 더 놀라는 눈치였다.



    "또 엄청난 것을 ......"



     깜짝 놀란 듯, 제라 씨가 혀를 내두른다.



    "사실상 마리아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실이로군 ...... 장비 조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오히려 지금의 직업을 예상하고 맡겼던 것일 테니까."



     아무래도 무사히 장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용실]처럼은 되지 않아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마지막에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것은, 놀라움과 기쁨을 내포한 정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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