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 마리 누나와 미뤄뒀던 계산서2023년 08월 27일 19시 00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루레트 씨와 함께 맞이한 아침.
마을 사람들의 무덤 앞에서 기도를 드린 후, 우리는 마을을 떠났다.
왕도로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일어난 일들을 되새기는 것처럼, 나는 루레트와 말을 주고받으며 왔을 때와 같은 경로로 왕도를 향했다.
처음에는 말수가 적었지만, 왕도에 도착할 즈음에는 평소의 느긋한 말투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를 전했다.
진홍빛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학살 모드일 때 안경 아래의 민낯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 미소는 마음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웠다.
왕도에 들어가서 보고를 겸해 일단 집으로 향했다.
그때 무언가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찾으려는 이성적인 내가 있는 반면, 그것에 반대하는 감성적인 내가 있다.
상반된 생각으로 고민하는 사이 홈에 도착했고, 동시에 잊고 있던 무언가를,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내가 미뤄왔던 것을 떠올렸다.
그것을 상기시켜 준 것은 홈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에스텔 씨였다.
출발하기 전에 보았던, 한마음 한뜻으로 내 이름을 연호하는 에스텔 씨의 모습이 한순간에 되살아났다.
그러고 보니, 말없이 나갔었지...... 미래의 내가 어떻게든 해낼 거라는 안이한 예상을 하며.............
"어서 오세요, 마리아 씨"
"다, 다녀 왔어요. 에스텔 씨."
천사처럼 부드럽게 웃고 있지만,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 이 아냐.
왜냐하면 옆에 있는 반이 공포에 질려서는 얼굴을 굳히며 덜덜 떨고 있으니까.
에스텔 씨와 자주 언쟁...... 대화를 나누던 길스도 조금 위축되어 있다.
벨은 길스의 등 뒤에 숨어서 앞으로 나오려고 하지 않는다.
루레트 씨만은 평온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서, 응원하듯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응원보다는 도움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에스텔 씨가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마리아 씨, 저랑 잠시 어울려 주실 수 있나요?"
NO를 용납치 않겠다는 그 말투.
포테이토칩 지옥 시절, 이쪽에게 판단을 맡겼지만 [Yes or 예]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을 떠올려본다.
저항은, 무의미하다 .......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팔을 붙잡혀 교회 가장 안쪽에 있는 에스텔 씨의 방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다만, 나의 예상은 진짜 안이했음을 덧붙입니다.......
2시간 후, 어지러운 걸음걸이로 홈으로 돌아오니, 맨 얼굴의 루레트 씨의 앞에서 칸나 씨는 눈물을 흘리고, 마레우스 씨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없는 동안에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좋아 좋아, 사랑이야, 사랑! 축하해, 루레트쨩. 안경 쓴 모습도 좋지만, 맨얼굴이 더 괜찮아."
"고마워~"
손을 잡고 축하하는 칸나 씨에게 루레트 씨가 답하는 말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제이드 씨와의 일전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광경에 안도하고 있을 때, 마레우스 씨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안경이 없어도 정말 괜찮겠어?"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루레트 씨에게 의심의 눈빛을 보낸다.
"걱정이 된다면~ 그 몸에다 직접 확인해 봐야겠네~"
"히익!"
짧게 비명을 지르며, 마레우스 씨가 본 적도 없는 속도로 후퇴한다.
중장기사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그 속도.
마레우스 씨, 혹시 직업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아니, 그런 말을 하면 쓸데없는 곳에 불똥이 튈 것 같으니 그만두자.
"아무튼, 이제 우리들 중에서는 루레트쨩이 처음으로 3차 직종이야."
"우연이었지만~"
루레트 씨에 따르면, 왕도로 돌아와서 한동안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홀로 전투에 몰두했다고 한다.
장소는 그레이엄 씨가 말했었던, 강한 몬스터가 나오는 '대마의 수해'의 오지.
그러다 보니 어느새 레벨 상한에 도달해 3차 직업의 전제조건을 충족시켰다고 하니, 역시나 루레트 씨라고 해야 하나.......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한 우리들.
"이렇게 되었으면~ 다음에는 칸나와 마레우스도 해야지~?"
""뭣!?""
경악하는 두 사람.
리베르타에서 본 아르고스 같은 괴물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그 반응도 무리가 아니다.
일단, 칸나 씨와 마레우스 씨의 무사함을 빌어 두자.
"참고로~ 마리아 씨도 가는걸~?"
"네!?"
놀라는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루레트 씨가 말을 이어간다.
"그 샤헬 벤이라는 사람의 언행으로 보아~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마리아 씨일 테니까~"
듣고 보니, 콜로세움에서 도발적인 말을 들었던 사람은 나였지.
다들 흥분한 나머지, 잊고 있었어.
결국 유효한 반박도 하지 못하고, 나도 3차 직업을 목표로 삼게 되었다.......728x90'SF, VR > 게임 초보자 마리 누나랑 가는 VRMMO 한가로운? 체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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