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0부 371화 호크가 없는 낮
    2023년 08월 08일 21시 13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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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인 길드・브랜스턴 왕국 본부의 길드 마스터 라비니아 에이프릴. 6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 여걸이자 '그' 이글 골드의 몇 안 되는 친구인 그녀로부터 개인적인 점심식사 초대를 받은 이글은, 편한 옷차림으로 호위인 버질과 함께 지난번과는 다른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에는 드레스 코드가 없기 때문에, 넥타이를 싫어하는 이글과 버질에게 굳이 답답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오, 오늘은 늦지 않았네."



    "뭐 그렇지. 그래서?"



    "늙은이를 그렇게 재촉하지 마. 먼저 시원한 사과주도 한 잔 어때?"



    "음, 그래."



    두 사람은 서로 가벼운 입담을 주고받으며, VIP룸으로 가져온 맛있는 파스타와 탄산사과주를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라비니아는 시원한 여름 옷차림이다.



    이글의 뒤에는 버질이 있다. 라비니아의 뒤에는 그녀의 호위인 검은 옷의 늑대 수인 여성이 서 있다. 얼마 전 습격이 있었던 그녀의 표정에는 방심이 없다.



    "......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딱히?"



    지난번에는 그녀가 올리브에게 눈길을 빼앗긴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버질이 그녀에게 눈길을 빼앗긴 모양이다.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서 있는 버질이지만, 가끔씩 그녀의 가슴으로 시선을 보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너도 알다시피, 악당이란 잡초와 같은 존재라지. 뽑아도 뽑아도 금방 새로운 것이 자라나."



    "그러니까, 평소대로라는 말이군."



    "서로 익숙하잖아?"



    "그래."



    건배를 하며, 두 사람은 상큼한 사과 향이 퍼지는 술잔을 맞댄다. 라비니아도 상인 길드 본부의 총괄 길드 마스터가 되기까지 온갖 아수라장을 헤쳐 온 여걸이다. 사랑하는 남편과 귀여운 아이들. 지금은 손자까지, 사랑하는 가족이 위험에 처했던 경험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악당의 존재는 언제나 끊이지 않는 법이다. 표면적인 평화 뒤에서 악행이 소용돌이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도 그녀도 순순히 화염에 휩싸일 생각은 전혀 없으며,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진 지금은 더 많은 것을 지키기 위한 치열함을 발휘할 테니까.



    "모처럼 내가 신경 써줬는데, 왜 부인을 데려오지 않았대?"



    "흥. 좋은 여자를 만나는데 부인을 데리고 오는 남자가 어디 있다고."



    "오우, 기분이 좋아 보이네. 하지만 할머니를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와."



    "잘 알고말고."



    서로 브랜스턴 왕국의 경제계와 뒷사회를 줄타기하듯 넘나들며 살아온 닮은꼴인 두 사람. 이글이 젊었을 때의 라비니아는 로리에 못지않은 미인이었다. 노인이 된 지금도 그 모습은 여전히 짙게 남아있다.



    각자 다른 상대를 배우자로 선택했고, 지금은 자식은커녕 손자까지 있는 처지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강자끼리 성별을 초월한 묘한 우정으로 지금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네 자식 놈이 제국에서 돌아올 무렵인가? 다음엔 어떤 폭탄을 들고 돌아올지 기대되네."



    "맞아."



    "예전부터 너랑 함께 있으면 지루하지 않았는데, 네 아들도 나를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 것 같아."



    "당연하지. 내 귀여운 아들이라고? 내 아들이니까 당연히 내 좋은 점만 물려받겠지!"



    "나쁜 점도."



    이글은 슬라이스 버섯이 듬뿍 들어간 버터간장 파스타를 포크로 돌돌 말아서 씹어 먹었다. 라비니아는 그런 방식을 비난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ㅡㅡ.



    "카가치히코 할아버지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공중납치 사건에 휘말리고 그 때문에 공항 활주로가 폭파되는 바람에 큰일이었지만, 무사히 해결되어 곧 공항에 도착할 수 있대."



    "그런가. 역시 도련님은 트러블 메이커 체질인 것 같구나. 그럼, 테이크아웃용의 튀긴 만두를 선물로 가자."



    "그래, 기뻐할 거라고."



    한편 이쪽은 이번 사건 해결에 공을 세운 올리브와 크레슨이다. 갑자기 만두가 먹고 싶다는 크레슨의 권유에 따라 만두 정식을 먹으러 유명한 만두 전문점에 온 두 사람은 40분을 기다려야 하는 긴 줄에 순순히 줄을 서고 있었다.



    키 240cm의 거구인 크레슨은 눈에 띄지만, 앞이 트인 알로하셔츠에 핫팬츠라는 쿨하지 않은 옷차림이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평소 깔끔하게 차려입는 올리브도 웬일로 알로하 셔츠에 반바지, 비치샌들 차림으로 편하게 입었다.



    "그러고 보니, 사건 얘기는 네가 할 거냐?"



    "아니, 나으리가 하겠지. 요청한다면 보충설명은 하겠지만."



    내리쬐는 여름 햇살은 눈부시게 뜨겁고, 가림막이 없는 직사광선이 털북숭이 두 사람을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때문에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자동 발동시키고 있는 얼음과 바람을 조합한 에어컨 결계를 체표면에 상시 전개하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의 주변만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서늘하여, 마치 겨울처럼 느껴진다.



    이를 눈치챈 행렬의 앞뒤로 줄을 선 사람들이 두 사람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혀오지만, 쫓아내지는 않는다.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만,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더운 날씨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싫어하니까.



    "주인도 참 별난 취미야. 이런 빌어먹을 날씨에 일부러 방을 춥게 하고서 담요로 감싸고, 우리의 귀와 꼬리에 열중하는 걸 보면......."



    "...... 고양이는 좋다. 나도 로리에의 권유로 생애 처음으로 고양이 카페라는 곳에 가봤는데, 고양이를 탐닉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 처음 알았다. 푹신푹신 성분은 주기적으로 보충하지 않으면 고갈되어 금단증상에 시달리게 된다는 도련님의 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화냐고! 설마 너까지 나한테 들러붙을 생각은 아니겠지!? 돈 받는다!?"



    "안심해라. 너를 고양이로 인식할 수 있는 자는 전 세계에서도 도련님 정도일 테니."



    온몸이 검은색인 올리브는 열 흡수가 많아서, 에어컨 배리어를 틀어놓아도 햇볕에 뜨겁다. 양산을 가져올 걸 그랬다고 중얼거리며, 그는 손으로 부채질을 하였다.



    "뭐, 어쨌든 평화가 제일 좋지. 모처럼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갑자기 만두 가게가 문을 닫는 일이 생기면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다고."



    "일을 벌이는 쪽도 휘말리는 쪽도, 계획이 망쳐지면 참을 수 없지. 오늘 점심은 튀긴 만두를 먹기로 하고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다른 가게의 군만두나 물만두로 타협할 수는 없다."



    다행히 그 후 만두 전문점에서는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당초 계획대로 튀김만두 정식을 맛있게 먹은 뒤, 기념품을 들고 골드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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