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0부 368화 사자황제님은 다 알고 계셔(1)
    2023년 08월 07일 23시 53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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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이지 않느냐."



    "그렇게 보여요?"



    "자기도 모르게 내 앞에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문제이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마이트 제국의 수도. 이세계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발전한 군사시설이 즐비한 곳들 중에서도 유난히 화려하게 우뚝 솟은 성 안에서 가장 엄격하게 경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그니스 마마이트 황제 폐하의 사적인 방.



    그런 이그니스님의 방에서, 나는 지금 3개월 후 출시 예정인 DoH의 신규 카드를 사용해 얼리 액세스 대전을 하고 있었다. 이른바 테스트다. 새롭게 디자인된 카드와 기존 카드의 조합이 대전 환경을 파괴할 정도로 게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지 확인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환경이 무너지고 금지 카드가 나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물론, 파스트라미사의 우수한 직원들이 테스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나도 할 거다!]라며 시끄러운 초대형 스폰서님이 계셔서 말이지.



    "그대가 말하는 외부 덱은 어떻게 쓰는 것인가?"



    "아, 그거 도입은 보류했습니다. 도입하면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될 것 같아서요."



    "그건 아쉽군. 이야기를 들어본 바로는 정말 신기한 기믹이었다만."



    소위 크리처, 혹은 몬스터. 뭐라 표현하든 간에, 그에 해당하는 카드를 전장에 내놓으며 이그니스 님이 아쉬운 듯 혀를 끌끌 찬다. DoH의 세계대회 단골이자 극강의 스폰서 중 한 명인 그는, 매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파스트라미사에 쳐들어오는, 아니 쳐들어오기 위해 요즘은 거의 외부 협력자 같은 입장이 되어버렸다.



    상대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어느새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놓는 것은 그만의 장기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들였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참신함, 신선함은 항상 의식해야 한다? 계속 기존의 게임 기믹에만 의존하다 보면 언젠가는 질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다고 단기간에 손대고, 제품을 바꾸고, 여러 가지 요소를 넣다 보면 결국 유저 이탈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지 않잖아요? 외부 덱의  제도 도입도 아직은 보류했을 뿐이지 언젠가는 제대로 출시할 거예요."



    "그럼 그 때를 기대하며 기다리도록 하지"



    부하 카드, 마법 카드, 마도구 카드, 전장 카드 등을 활용해 상대방의 사기(라이프)를 깎는 이 게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귀족들의 야회나 술집 등에서도 포커, 당구, 다트 등과 함께 새로운 오락, 혹은 도박으로서 유행하고 있다.



    술집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친한 친구들끼리 카드 게임을 즐기는 것은 일본인의 감성으로는 '카드가 더러워지는 거 아냐?'라며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서양에서는 대중적인 놀이라고 들은 적이 있으니 나라마다, 문화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더군다나 여기는 이세계니까.



    다만, DoH 인쇄 공장에 무단 침입하거나 화염병을 던지는 등의 영업방해는 물론이고, 레어 카드를 둘러싼 싸움이나 살인사건까지 발생하거나, 도난이나 절도가 잇따르는 등 경범죄부터 중범죄까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도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 부분은 자기 책임이다. 역시 거기까지 전부 신경 쓸 수는 없다.



    "여기까지 오면 사실상 대리전쟁이로구나."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단순한 놀이라고요."



    "돈도, 노력도, 시간도 많이 드는 진짜 전쟁을 할 바에야 국가 대표들끼리 탁상에서 승부를 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뭐, 대표들끼리 싸우게 하면 되지. 불만이 있으면 자신이 이겨서 국가 대표가 되면 되는 거다."



    "병사들은 불필요, 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겠군요. 전장에서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패배하면 테이블을 뒤집어엎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때때로 양측이 자리에 앉을 때는 이미 전쟁이 끝난 경우가 많으니까. 의자에 도달하는 것 또한 전쟁이지."



    한정된 전력(손패)으로 어떻게든 해낸다. 어쩔 수 없는 불운과 불행에 휘둘렸을 때,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자군의 보유 전력(덱)에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한다. 이어지는 전투를 위해 필요한 병참(손패)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고민한다. 어떤 적에게 어떤 아군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혹은 부딪히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상성에 따라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대와 부딪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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