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의미에서 보면, 뭐 배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0년 후, 200년 후쯤 카드게임의 승패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세상이 되면 어떨까. 이그니스 님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그런 나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지배하고 있는 나라에서 시범적으로 도입해 보니 의외로 깨졌다는 미래는 사절이라고.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흐음, 역시 표정이 어둡군."
게임 중단, 아니 포기인가. 경기 도중에 갑자기 정리하기 시작하는 것은 매너 위반이지만, 져도 투덜거리지 않고 상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사람이 의미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 내가 그만큼 표정이 안 좋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나 심했나?
"오크우드 박사가 제국 기술연구소의 중진인 만큼 우리도 그의 주변 동향에 항상 신경을 쓰고 있다. 당연히 브랜스턴 왕국에도 제국의 사람들이 숨어 있으니 말이다. 그대의 일이다. 보나 마나 소외감에 조바심이 났겠지?"
"윽."
날카로운 지적에 내 뚱뚱한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래, 맞다고. 로건 님도, 오크우드 박사도, 피클스 전하도, 고리우스 선배도 모두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건 가메츠 할아버지 정도지만, 그래도 그의 야망은 아직 시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그니스 님도 마찬가지다. 그는 언제나 누구보다 앞장서서 갈 수 있는 곳까지 달려가는 삶에 목숨을 거는 타입이다. 안녕=정체는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와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그대는. 환멸을 느끼는 것이냐? 자신의 본심을 직시하는 것이냐?"
"타임리미트, 일까요."
고등부의 졸업. 그것은 한때 본의 아니게 가게 된 '본래의 미래'에서 내가 엿보았다고나 할까, 뼈저리게 경험했던 일이다. 애초에 이그니스 님을 처음 만난 것도 '전생의 기억을 되찾지 못한 채 성장한 호크 골드가 추방당한, 아니 그 입장이 되어버린 내가 도망쳐 나온 제국'이었으니까.
그때의 이그니스 님은 엄밀히 말하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이그니스 님은 아니지만, 동일 인물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에게서 받은 그의 깃털이 나와 이 세계의 이그니스 님을 연결해 준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초조해하고 있다. 반 군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불안하다면 대비하면 되는 이야기다. 그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초조함. 그것이 내 정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언제, 누구에 대한 기한이지?"
"음, 비밀 ......"
농담이 아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비밀인가. 그럼 어쩔 수 없지."
"어, 당신 치고는 너무 손쉽게 물러서네요?"
"후. 설령 친구나 가족, 연인이라 할지라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비밀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네놈의 모든 것을 파헤쳐서 모든 것을 파악해야만 안심할 정도로 편협한 사람이 아니라고?"
"원하시는 대로."
인간. 변하고자 하면 변하는 법이다. 예전의 나 같으면 '환멸을 느껴도 상관없어요. 애초에 멋대로 기대받아도 귀찮고, 민폐입니다' 정도의 농담은 가볍게 말할 수 있었을 텐데.
"그대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영원이란 없다. 만년을 사는 용신도 언젠가는 죽는다. 이 마마이트 제국도 짐의 몰락과 함께 깨어지고 황폐해지리라. 뭐, 내가 죽고 난 뒤의 일은 상관없지만. 멸망한다면 멸망해도 상관없지."
"그렇군요."
"겁내지 말라고는 말하지 않으마. 순장을 원한다면 그대를 위한 특등석을 마련해 주어도 좋다. 하지만 그것은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뭐, 걱정할 것은 없다. 그대가 남들보다 더 은둔하기 쉬운 성가신 어린이라는 것을 짐은 백번도 더 알고 있으니 말이다."
"그거 고맙네요."
어린이. 어린이라. 폐하의 말씀대로 나는 어쩔 수 없이 어린애인 것 같다. 전생에서는 16살에 죽었고, 이세계에서 17살까지 살았고, 이제 곧 18살을 앞두고 있다. 이 세상에서 사회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해도 진정한 의미의 어른이 된 적이 없었던 나는,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