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92023년 08월 07일 21시 18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
왕국으로 돌아온 레오루드는 실비아를 데리고 왕성으로 가서 이번 소동에 대해 보고했다.
레오루드의 보고를 들은 국왕은 당연히 분개하여 성교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울분이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울분이 가라앉은 상태에서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왕은 성교국에 대해 왕국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재상과 논의하게 되었으며, 레오루드는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고서 제아트로 돌아가려다가 왕에게 제지당했다.
"기다리게, 레오루드."
"예? 무슨 일이시죠?"
"아직 중요한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저는 전부 보고한 것 같은데요?"
"너와 실비아의 결혼식은 언제 하는 거냐?"
방금 전의 진지한 대화에서 갑자기 급선회한다.
국왕의 돌발적인 발언에 레오루드는 당황하여 넘어질 뻔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서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고 물었다.
"폐하.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 아닌가요?"
"무슨 소리냐. 성교국에 가서 축복을 받지 않았더냐? 그렇다면 언제든 결혼할 수 있을 텐데?"
"그건 그렇긴 하지만 너무 성급한 것 아닐까요?"
"싫으냐?"
"그런 얘기가 아니라요....... ......"
"싫으냐?"
고장 난 기계처럼 같은 질문을 던지는 왕에게 레오루드는 화가 났지만, 상대는 어쨌든 국가 최고 권력자이자 자신의 상사이자 장인어른이기도 하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호통칠 상대가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이야기를......."
"싫으냐?"
아무리 상대가 국왕이라 해도, 이렇게까지 같은 질문을 받자 레오루드는 참을 수 없었다.
옆에서 서 있는 실비아에게 눈짓을 하고서 그녀의 동의를 얻자, 레오루드는 본심을 털어놓았다.
"싫을 리가 없잖아! 지금 당장 결혼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맞이하고 싶다고!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물어보기는! 타이밍이라는 게 있잖아! 이 답답한 사람아!"
너무도 격앙된 목소리에 국왕은 눈을 동그랗게 떴으며, 레오루드의 속마음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그런 그의 옆에는 얼굴을 붉히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물론 그녀는 레오루드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을 허락한 것은 맞지만, 그렇게까지 말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레오루드의 커밍아웃에, 실비아는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오, 오오 ....... 설마 장인을 향해 그렇게까지 말할 줄이야."
"걸물이군요~"
아연실색하는 국왕과 유쾌하게 웃는 재상.
원래대로라면 국왕에 대한 불경죄라고 할 수 있는 태도와 언행이지만, 이번만큼은 국왕에게 잘못이 있으며 재상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비난은 없다.
애초에 그들이 레오루드를 비난하지 않더라도 옆에 있는 약혼녀에게 설교를 듣게 될 것이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일단 할 말은 했다며 콧김을 내뿜고 있는 레오도.
콧구멍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이 웃겨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태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레오루드 님 ......"
범상치 않은 위압감을 느낀 레오루드가 옆으로 눈을 돌리자, 거기에는 활짝 웃고 있지만 태양의 불꽃처럼 분노의 기운을 내뿜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 있었다.
레오루드는 이거 실수했다며 매우 당황했지만,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어떻게든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 저기, 저기, 이것은 시비에 대답하는 말이라서........"
"나중에 천천~히 대화해 볼까요? 레오루드 님."
그녀가 어깨에 손을 얹자, 레오루드는 자신의 임종을 깨달았다.
이후, 레오루드는 실비아의 손에 의해 죽게 될 것이다.
모처럼 사신이 빙의된 교황이라는 강적을 물리쳤는데, 슬픈 최후다.
"자, 이야기를 다시 돌려볼까?"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십니까......!"
앙심을 품은 듯 이를 악문 레오루드가 국왕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국왕은 그의 눈빛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 지나간 얘기는 그만하자. 그보다 결혼식은 언제 할 셈이냐? 수많은 업적을 이룬 너와 지금까지 왕도를 지키며 신격화된 실비아의 결혼이다. 국가적인 규모가 되겠지. 이쪽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듣고 보니 그렇군요 ......"
국왕의 말대로, 레오루드와 실비아의 결혼은 쉽게 끝날 일이 아니다.
전이 마법진의 보급, 제국 전쟁의 주역, 성교국의 혼란을 수습한 공로자인 레오루드.
그리고 신성한 결계로 왕도를 마물의 위협으로부터 지금까지 지켜내며 신격화되어 가고 있는 실비아.
이 두 사람이 결혼하면 왕국의 힘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국민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는 건가?"
"...... 아니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예식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생각을 하던 것 같은데 ...... 정말 괜찮은가?"
"문제가 생긴다면 그때는 가감 없이 상담하겠습니다.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으니까요."
먹잇감을 노려보는 독수리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는 레오루드를 보고, 국왕은 침을 삼키며 무모한 행동만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5개월 만에 한편 올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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