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력포에 의해 구름을 뚫고 나가는 레오루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력포에 죽지 않았다고 해도,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목숨이 없을 것이다.
레오루드의 패배를 알고서 많은 이들이 무릎부터 쓰러졌지만, 실비아만은 하늘을 바라보며 외쳤다.
"믿고 있어요, 레오루드 님!"
그 목소리가 전해진 것일까.
마력포에 의해 하늘 높이 날아오른 레오루드는 눈을 번쩍 뜨고 몸을 돌려 마력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미 체력이 바닥나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이대로는 추락해 땅에 부딪혀 죽을 수밖에 없다.
거꾸로 떨어지는 레오루드는 이대로 몸을 맡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아직이다 ......! 아직 끝나지 않았어!"
할 수 있는 일은 있다.
마력 공유를 통하여 레오루드는 마력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지만 입은 움직인다.
레오루드는 급강하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현현하라, 천공의 패자이며 번개의 화신."
이어지는 영창에서 나타난 것은 먹구름.
레오루드의 몸에서 빠르게 마력이 빠져나간다.
"하늘을 뚫고, 공중을 가르며, 대지에 슬픔을 가져다주시옵소서."
먹구름이 몰려오자, 번개빛이 레오루드를 비춘다.
마치 세상이 레오루드의 노래에 화답하는 듯 굉음이 귓가를 울린다.
"나, 간청하노니."
번개가 레오루드를 덮쳤다.
평소 같으면 불태워버릴 번개가, 레오루드의 몸을 감싸듯 모여든다.
"그대 힘으로 나의 적을 물리리라!"
움직이지 않았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레오루드는 양손을 쭉 뻗어 운석처럼 땅으로 떨어졌다.
지상에 있던 실비아 일행은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에 놀랐지만, 어두운 구름 속에서 한줄기 빛이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틀림없다.
저것이 바로 레오루드라고 확신한 실비아는 눈물을 흘렸다.
"믿었습니다 ......! 레오루드 님!"
"실비아 님! 여기서 떠나야 합니다!"
곧장 레오루드가 성당을 향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일제히 대피하기 시작했다.
레오루드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성당은 이제부터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휘말리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한 일행은 서둘러 대성당에서 빠져나갔다.
성당 1층 부근에 있던 교황은 하늘에서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마력을 감지하고 레오루드를 날려버린 천장의 구멍을 바라보았다.
"설마 ......! 이 압력은!"
교황은 찌릿하게 느껴지는 압박감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여기에 있으면 죽는다는 것을 분명히 깨달은 교황은 등을 돌렸다.
"바보 같은......! 방금, 나는 무슨 짓을 ......!"
도망치려던 교황은 멈춰 섰다.
싸움에서, 레오루드를 피해 도망치려던 교황은 자신의 행동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투쟁을 즐겨야 하는데, 그 투쟁에서 도망치려 했던 것이다.
교황이 발걸음을 멈추고 의심에 사로잡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후후후 ....... 도망치다니, 이 내가? 아아, 세상에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투쟁을 즐기는 내가 투쟁에서 도망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것은 나의 패배로구나......"
전쟁의 신이 싸움에서 도망치는 순간 패배다.
교황은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냥은 안 진다!"
상공에서 다가오는 레오루드를 향해, 교황은 질 수 없다며 받아칠 준비를 했다.
아까 레오루드를 공중으로 날려버렸을 때처럼 몸을 굽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힘을 비축했다.
그리고 하늘에서 번개처럼 떨어지던 레오루드는 공중에서 몸을 날려 성당 천장을 뚫고 교황의 모습을 포착했다.
"뇌신의 철퇴!!!!"
"우우우우우우우웃!!!"
레오루드의 날아 차기를 맞이하는 것은, 도약한 교황의 주먹.
두 사람의 마지막 격돌에 의해 성당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중심에서 레오루드와 교황이 부딪히고 있다.
대등하게 보였던 두 사람의 격돌은 마침내 끝이 났다.
교황의 양손이 날아가며, 레오루드의 발차기가 들어갔다.
교황의 가슴팍에 레오루드의 발차기가 들어가 교황을 땅에 쓰러뜨리자, 그 위력이 너무 커서 교황은 땅을 뚫고 지하로 가라앉았다.
지면을 꿰뚫으면서, 레오루드는 교황을 이용해 지하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지하에 있던 동굴에 떨어졌고, 레오루드는 착지했음에도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어 무릎을 꿇으며 쓰러졌다.
그 옆에는 두 팔을 잃고 레오루드를 향해 얼굴을 돌린 교황이 쓰러져 있었다.
"네가 이겼다. 레오루드 ....... 즐거웠다."
패배했지만 마음껏 즐긴 교황은, 조용히 눈을 감으며 숨을 거두었다.
교황의 마지막 말을 듣고 있던 레오루드는 힘없이 웃으며 불평했다.
"두 번은 사절이다, 바보 녀석......."
정말 한계에 다다른 듯, 레오루드는 그 대사를 마지막으로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