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흔들렸던 것 같아."
"흠흠. 그렇다면, 아가씨께서 계셨던 지점이 저택과 가까웠으니 역시 저택을 중심으로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슴다."
"으음, 우리 집이 중심이라니 별로 반갑지 않은 예측이군. 이상한 소문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슴다. 휴버트 님. 조만간 또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거죠."
"뭐? 짧은 기간에 지진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는 거냐? 예전에는 100년 정도 전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진의 원인에 따라 다르지 않겠슴까? 예를 들어 저택의 지하 깊은 곳의 지반이 무너진 탓이라면, 그곳이 또다시 무너져서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름다."
"그건 무서운데 ......"
휴버트는 팔짱을 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멜로디는 슈의 의외의 면모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자신이 설명하려고 했던 대부분의 말을 그에게서 들었다. 슈는 외모와 달리 의외로 박식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현대 일본인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지진에 대한 통찰력이지만, 백 년 가까이 지진이 없는 세계의 주민이 이렇게 유연하게 그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루시아나나 마이카와는 달리, 멜로디 속의 슈의 평가는 상향 조정되었다.
"멜로디, 또 지진이 일어날지도 모른대. 어떡하지?"
루시아나가 눈물지으며 멜로디를 바라보고 있다. 지진 체험 때의 공포, 집이 무너져 내린 충격을 떠올리면서. 슈의 지적이 의외로 루시아나를 놀라게 한 것 같았다.
멜로디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루시아나를 다독이듯 말했다.
"안심하세요, 아가씨. 이 저택은 철저하게 내진 설계를 했기 때문에, 같은 지진이 다시 일어나도 저택이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답니다."
"정말로?"
"네, 물론이에요. 아, 하지만 선반의 내용물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침상에 날아오지 않도록 배치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겠어요."
"그래, 알았어. 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루시아나에게, 멜로디도 환하게 웃으며 화답한다. 그리고 영지의 하인들은 당연하게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ㅡㅡ왜 이 저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거지?
멜로디 일행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저택의 하인들을 보며, 휴버트는 내심 머리를 감쌌다.
(너희들, 정말 숨길 생각 있는 거냐?)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멜로디의 마법을 숨겨야 한다. 의욕은 있지만 아직 행동이 따르지 않는 두 소녀였던 것이다.
백작의 저택만 지진 피해를 입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슈가 제기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결국 지진이 재발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기껏해야 잠잘 때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정도로 끝났다.
"그렇다면 다음은 이 저택의 관리 문제인데, 기본적으로 라이언과 루리아가 중심이 되어 평상시처럼 정리해 주었으면 한다. 원래의 저택을 다시 짓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테니까."
"알겠습니다."
"숙부님, 얘네들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멜로디와 마이카는 루리아의 지시에 따라 루시아나를 돌봐주었으면 한다. 루크는 라이언에게서 집사 일을 공부해라."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루시아나는 우리 집에 며칠까지 머물 생각이냐?"
"8월 19일까지 머물다가 20일에 떠날 예정이야."
"그래. 그럼 2주 동안 오랜만의 우리 집을 즐겨라. 뭐, 우리 집은 없어졌지만."
"정말 숙부님.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었잖아?"
살던 집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루시아나와 휴버트는 그것을 소재로 삼아 즐겁게 웃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이라니...... 아가씨, 그런 말투는 어디서 배웠담?)
바로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지만,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는 멜로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