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장 222화 라스트 찬스(2)
    2023년 07월 30일 21시 29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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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계의 초침이 초를 재는 소리만 들린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바로, 세 개의 큰 방에 주교와 대주교가 모였다. 범행 예고의 그 시간을 시시각각 기다린다.



     볼일이 있어 방을 비울 때도 세 사람이 함께 행동한다. 취침은 자유지만, 반드시 의자에 앉은 채. 메이드들도 원칙적으로는 방 밖에 나갈 수 없다.



     오늘 밤 한정의 여러 규칙에 얽매이면서도, 토니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대비해 각자 굳은 표정으로 시간을 보낸다.



    "왠지 어렸을 때 밤새도록 놀던 때처럼 설레."

    "...... 여전히 대단한 배짱이구나."



     고아원에서 자랐을 때, 아이들의 방에는 순찰이 오지 않는 것을 기회로 기증받은 보드게임 등을 밤새도록 했었다. 유행하는 물건이 도착할 때마다 그것은 하나의 관례가 되어버렸다.



     아체는 특히 보드게임을 좋아해서, 듀어를 억지로 데리고 놀았었다.



    "저기, 우리가 어렸을 적 어떤 이야기를 했더라?"

    "어떤? ............ 기억이 안 나는데."



     커피와 홍차를 한 손에 들고 테이블에 마주 앉아 별 것 아닌 담소를 나눈다.



    "배가 고프다거나, 내일 당번하기 싫다거나, 아침밥이 기다려진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었잖아."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았던 것은 기억하지만......"

    "너, 검을 배우기 전까지는 책만 읽었으니깐."



     바깥세상을 알고 싶었던 듀어가 한정된 지식의 범위 안에서 조금이라도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독서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나중이 되어서야, 엔제교에 의해 검열된 책에서 알 수 있는 것들은 별 것 아닌 지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때는 ......전쟁 소설을 읽는 데 열중했었지."

    "그래! 그 이야기도 자주 들려줬었잖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가르쳐 줬는걸!"

    "그랬었나 ......? 그게 사실이라면 부끄러워지는군......"



     얼굴을 붉히는 듀어인 반면, 더욱 흥분하는 아체. 그때 또 한 명의 소꿉친구가 대화에 끼어든다.



    "이 일이 끝나면, 가까운 사람들을 데리고 도망쳐야겠어."

    "............"

    "다들 알잖아. 엔제교는 이길 수 없어. 패배하고 뿔뿔이 흩어지고, 주요 인물들은 수배자 신세로 전락할 뿐이라고."



     미티와 카난의 일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지만, 듀어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왕국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엔제 교단의 신자는 급감하는 한편, 상층부에서는 직접 대결을 하자고 말하지만 애초에 병력 수가 너무 다르다.



    "토니를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따라올지도 모른다. 오늘밤을 끝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수밖에."

    "그래. 마지막 발악이야."

    "마검은 돌려주고, 유물도 기념품으로서 남겨두면 영주나 파소 씨도 쫓아오지 않겠지."

    "당분간은 용병으로 위장하고 여행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정착할 곳으로 어디 좋은데 없을까?"



     안전한 도피처로 짐작 가는 곳은 없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마침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문득 어떤 대화의 기억이 떠올랐다.



    "...... 아체."

    "어 ......!? 왜 ......?"

    "크면 부모님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었지?"



     아체만 그런 게 아니다. 어렸을 때의 사돈도 듀어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유를 묻고 싶다. 소리 지르고 싶다. 때리고 싶다. 그냥 만나고 싶다. 동기는 다양했지만, 일생에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보고 싶다는 사람은 많았다.



    "마, 말했지만 ....... ...... 하지만 그건 어린 시절 이야기고 ......"

    "여행하는 김에 모두의 부모님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그냥 용병 일을 한다 해도 목적이 있는 편이 더 긴장감이 있으니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지금 와서 부모님을 만난다고 해서 전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이다.



     적어도 듀어와 사돈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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