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는 변함없이 기분 좋은 모습으로 협상가 스탠리에게 말했다.
"뭐, 영웅담을 만들기 위해서지."
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돌아다니며 몸짓으로 거창하게 말한다.
"영웅담을, 만들어 ......?"
"응응,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하지만 간단한 이야기야. 스탠리는 책 같은 거 읽어?"
"그, 그렇다만......"
"그럼 알겠네. 소설 같은 거 있잖아? 거기에 나오는 영웅은 어떻게 영웅으로 되는 거지?"
"............ 약자를 돕거나, 왕에게 인정받는다던가."
"뭐, 보통의 해석이라면 그렇게 볼 수도 있을지도. 하지만 뭐, 괴물을 쓰러뜨리는 게 빠르잖아?"
악룡, 괴물, 마녀, 그 악당을 쓰러뜨리는 자가 바로 영웅이다.
"백성을 죽이면 죽일수록 나는 괴물로 인정받아. 그렇게 인식돼. 너희들이 바로 그 '백성'이야. 영웅을 만들려면 먼저 괴물을 만들고, 그다음에 백성을 죽인 영웅이 나서서 괴물과 서로 싸워야지."
"그것은 ......"
"이것이야말로 '영웅담'라고, 스탠리 군."
토니와 백성, 그리고 영웅이 만드는 이야기.
그 괴물이 반복하는 살육은 모두 영웅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왜, 그런 일을 ......?"
"뭐 ......? ...... 스탠리 군은 왜 나란 협상을 하는 간데?"
"그것은 ...... 이것이 사명이기 때문이다."
"같네 같아, 예~이!"
"예, 예~이......"
토니가 기꺼이 주먹을 내밀자, 스탠리도 덩달아 주먹을 맞대었다.
"그러니까 그거랑 똑같아. 괴물은 괴물의 삶이 있어. 괴물은 괴물로 태어났으니, '괴물'을 해야만 해. 세상이 절대 용서하지 않아. 그러니까 나도 이야기하는 녀석을 좋아하는 거고."
토니는 타고난 괴물인 이상, 그 괴물을 완성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고 말한다.
"영웅을 찾기도 어려워서 말이야 ....... 그래서 비극을 만들며 빌드업을 하고는 있지만, 좀 약하다느니 뭐라느니. 하아 ...... 하지만 봐주면서 죽임을 당하는 것도 좀 아니라고. 봐준다 해도 ...... 죽어줄 생각도 없지만. 그래서 매번 마지막 큰 무대에서 바로 잡아먹어 버리거든 ............ 히잉."
"............"
갑자기 꺼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토니를 보고, 스탠리는 깜짝 놀란다.
"............ 토니, 그렇다면 백성이라면 우리들만 아니면 되는 게 아닐까."
"땡〜〜〜〜............ 음, 그래도 관계자가 아니면 흥이 안 나잖아? 미칠 듯한 비극이 아니면 영웅도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코를 풀고서 수북한 가슴털에 손수건을 집어넣은 토니는, 너무나도 끔찍한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때 스탠리는 깨닫는다. 이미 토니는 자신과 대적할 영웅을 선택했음을.
"서서히, 듀어와 가까운 백성들을 죽여가는 거야. 뿌직, 퍼억, 서걱 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엔제교 관계자가 되지 않겠어~?"
"............"
"질문에 답했으니 이제 나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안 될까?"
"그, 그래...... 괜찮아, 들려줘"
토니는 다시 스탠리와 마주 보는 의자에 앉았다.
"뭐더라...... 대장장이를 만나 무구를 가지고 돌아온 듀어 일행이, 시체 안치소에 들어가는 걸 봤다는 녀석이 있더라고~"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을 정도로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른 아침부터 영안실에는 무슨 일로 갔을까? 아니면 그곳에 뭐가 있는 걸까~? 토니, 너무 궁금해 죽겠어."
"............!"
스탠리는 파소와 함께 듀어로부터 보고를 받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즉, 유물 <사령의잔광>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협상을 하겠다는 녀석이 속이지는 않겠지~?"
"...... 물론, 물론이지......."
머리카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땀도 아랑곳하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듀어 군은 장례식이 임박한 카난 씨의 시신을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하러 갔다."
"으~음? 응? 응응응응응응응?"
"왜, 왜 그러지......?"
"시신을 깨끗이 닦아주고, 깨끗한 옷을 입히는 거지? 보통은 동성끼리 하는 거 아니야?"
즉흥적인 변명은 바로 토니에게 들통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