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헤어지기가 힘들어졌네. 내일은 울어버릴지도 몰라. 어떡하지 ......"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럴 겨를이 없어서......!"
"응 ......?"
눈물을 참으며 출발하는 날에 대해 생각해 보지만, 두 사람에겐 여유가 없다.
두 사람 모두 손끝과 손바닥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피부가 벗겨지고, 날카로운 돌에 찔리고, 통증과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 듀어 군은 이제 그만 무게추가 없는 게 좋겠어."
던진 나이프가 듀어의 발치를 지나가자, 끈이 끊어지면서 무게추가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해방감과 함께 몸에 힘이 다시 돌아오지만, 발밑에서 부서지는 바위 소리는 현재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알려준다.
"걱정하지 마. 아래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했으니까."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선생님뿐이다. 남의 몸을 걱정할 여유가 없다.
"후우.................. 흡!"
"다리를 써도 괜찮아. 뭐, 못 올라가도 내가 잡아당겨서 올라갈 테니까 문제없지만. 스스로 올라가고 싶지?"
"다리를 안 쓰고 올라가 보겠습니다!"
"오오~......! 어느 왕녀만큼이나 승부욕이 강하네 ......"
감탄하는 건지 어이없어하는 건지, 듀어가 오르기 시작하자 또 한 발 앞서 나간다.
불어오는 바람은 공포를 부추기며, 높이를 생각하면 심장 박동은 더욱 빨라진다. 겁에 질려서 움츠러들지만, 의지가 안 되는 허리끈을 믿고 한마음으로 절벽을 오른다.
"........................... ............... 자~, 골인~"
"앗, ...... 도착했다!"
듀어보다 조금 더 빨리 등반을 마친 쿠라를 끌어올리자, 뒤늦게 도착한 피켈이 절벽가에 걸린다.
"기, 기다리게 했습니다 ......!"
"대단해, 정말로 다리를 안 쓰고 올라갔어. 다 커서 입문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장했음을 느꼈어. 대단한 근성이야."
"하아, 하아, ............가, 가르침, 덕분입니다......"
벅차오르는 성취감과 크게 누워 강하게 느껴지는 땅에 대한 안도감. 기분 좋게 폐 가득히 공기를 들이마신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절할 것 같은 답답함이 있었지만,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강한 눈부심을 옆모습에 느끼며 눈을 뜬다.
"...... 역시 벽은 멋져."
"............"
아르스의 전경, 그 너머로 펼쳐진 대지, 그리고 그 너머에서 떠오르는 태양.
땅도, 구름도, 푸른 하늘도 밝아지더니, 모든 것이 어우러져 일출이 완성된다. 웅장하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로 눈앞에 펼쳐져 있다.
"대단해 ......"
"벽 너머에 이런 풍경이 있다고 생각하니 힘든 단련을 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
한껏 고무된 선생님이, 절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제자들의 끈을 풀어준다.
"돌아가는 길은 평범한 달리기니까, 지금은 천천히 경치를 즐기자."
세 사람에게 추억이 더해진다. 이별은 이제 하루 남았다.
이 아르스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으며, 또 일어나려고 한다.
지금만큼은 모든 것을 잊고, 넘어선 벽 위에서 손에 넣은 최고의 풍경에 빠져보자.
♢♢♢♢.
같은 시각. 협상을 제안한 다음날 아침.
"............"
아침에 일어난 파소는 토니로부터의 답장을 확실히 받았다.
오한이 밀려들어와서, 이 괴물이 얼마나 거대한 악인지 깨닫게 된다.
책상에서 침대를 향하여 놓인 ............ 협상을 메이드들에게 알렸던 부하의 머리.
이름은 스탠리. 눈알을 빼고 혀를 내밀어 파소를 조롱하며, 토니를 대신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 무섭다. 그야말로 소문로의 환수 ......"
이야기에서 튀어나온 진짜 괴물.
어젯밤 ......아니 두 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으며, 얕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이렇게 해놓고 나간 것이다. 여기에 라이언슬롭이 있었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멈추지를 않는다.
"하지만 ...... 이걸로 다시 정체에 가까워진 것일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