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0장 205화 흑기사를 상회하는 괴물(2)
    2023년 07월 23일 23시 0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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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주 저택을 나온 두 사람은 댄스홀로 향했다.



     길거리에서 연주되는 흥겨운 음악이 가까이서나 멀리서 들려오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교적 여관가에 가까워지자, 두 사람은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섰다. 시간이 저녁이 되었고, 이맘때쯤이면 유난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음료라도 한 잔 하자는 생각에 주문을 하고서 오픈 테라스의 테이블로.



    "...... 저는 곧장 돌아오시기를 추천해요."



     마주 앉은 마왕에게 고하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홍차 한 잔을 입에 가져다 댄다.



    "............ 왜?"

    "이 도시에는 진짜 괴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미트소스 스파게티를 먹던 손을 멈추고 묻는 마왕에게, 해명한 진실을 밝힌다.



    "정말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기괴하고 잔인한 괴물이 숨어 있어요."

    "그렇다면 내가 있는 게 더 낫잖아."

    "확실히 크로노 님이라면 하찮은 상대겠지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패배하는 길이 있을지도 몰라요."



     손으로 부드럽게 접시를 가리켜 크로노에게 간식을 계속 먹으라고 권유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두 번째 사건............ 아마도 범인은 피해자가 소리를 지를 틈도 없이 피해자를 끌어안고 강을 뛰어넘어 미리 정해놓은 덤불로 데려가 사지와 목을 자르고 있었겠지요."

    "...... 괴물이잖아."

    "처음엔 동행자가 죽였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 사건에서 확신답니니다. 첫 번째, 두 번째와 달리 저것만은 불가능해요."

    "밀실이니까. 수많은 탐정들을 괴롭혀온 그 전설적인 밀실 살인 사건인걸."

    "밀실이라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렇겠지. 밀실이란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니까."



     문고리를 확인한 결과, 밀실 여부가 범인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저 잠금장치의 구조는 간단한 것이라서,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밖에서도 잠글 수 있어요. 밀실이라며 떠들어댈 정도로 저택 내부의 자물쇠를 제대로 만드는 집은 드물어요."



     하지만 심야에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아무리 자물쇠를 여는 기술이 있더라도 금속이 맞물리면 소리는 난다.



     그렇다면 밀실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것은, 단순히 열쇠였을 것이다.



    "어떻게 메이드라는 걸 알았어?"

    "시체의 위치와 방향으로요."

    ".................. 그렇구나."



     크로노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와인으로 볼로냐의 여운을 가시게 한다.



     그 행동이 왕국의 매너로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왠지 모르게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다.



    "...... 피해자가 소란을 피우지 않은 점에서도, 분명 범인을 방으로 끌어들였어요. 그리고 시신의 위치는 방의 중앙 ...... 책이 놓여 있는 책상 쪽이었습니다."



     그 책에는 스티커의 메모가 끼워져 있어, 읽던 책으로 걸어갔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인이 방문한 자리에서 책을 읽을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그 후에 잠글 수 있는 열쇠가 없다.



    "메이드라면 방에 냄새도 남아있는 것이 당연하며, 게다가 물건을 잃어버렸으니 그것만 찾게 해달라고 하면 어렵지 않게 방에 들어올 수 있을 거예요. 아는 사람임이 확실해요. 여분의 열쇠도 어렵지 않게 가져갈 수 있고요."

    "...... 아니, 하지만 마수는?"

    "그게 문제예요. 만약 실외에서 살해당했다면 다른 살인도 어떤 트릭을 이용한 것으로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 피와 흔적은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으면 남을 수 없는 것이었어요."



     창문, 문, 둘 다 물린 자국과 일치하는 대형 마수가 통과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



    "결국 그 메이드는, 방 안에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마수가 피해자의 뒤에서 잡아먹어 죽게 했다는 뜻이에요."

    "유물인가 ......"

    "아니, 유물은 아니겠죠. 이 살인범은 상당히 익숙하고 이런 연쇄 살인을 상당히 많이 저질렀어요. 그런 특징적인 범죄자의 유물이라면 제가 들어보았겠지요."

    "...... 그럼, 마술?"



     유물, 마술, 순서대로 생각하면 누구나 그 가능성을 의심할 것이다.



     다만 마수를 불러내는 소환 마법이라면, 세 번째를 죽일 때 조금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대주교로 임명된 자가 그 틈을 멍하니 기다렸다고는 볼 수 없다.



     마력의 기척을 재빨리 감지하고서 전투를 하든, 도움을 청하든 했을 것이다.



    "마술은 발동까지 시간이 걸리고, 설령 등을 돌렸다고 해도 마력을 감지하고 전투를 벌였을 거예요.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



     영수 ...... 신수라고도 불리는데, 부악으로 대표되는 영수와는 별개로 그보다 한 단계 아래가 있다.



    "ㅡㅡ범인은 어떤 종류의 '환수종'이겠지요."



     범인이 그리려고 했던 괴물상은, 그야말로 그것이었다.



     마치 이야기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엉망진창인 존재. 혹은 엉터리였기 때문에 이야기로서 과장 없이 담겨 온 전설.



    "그 범인은 흑기사님과 동등한 무력을 지니고 있어요."



     인간의 사지를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듯 뜯어냈다.



    "게다가 흑기사님보다 훨씬 더 가볍고 민첩하고요."



     댄스홀의 천장까지 한 번에 뛰어올라, 창을 통째로 꽂아 인간을 고정시켰다.



    "그 자는 흑기사님과는 달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대상도 가리지 않고요."



     그날 우연히 방의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독서광인 대주교를 기분 좋게 잡아먹었다.



     용보다 더 강한 턱힘으로 한 입에 먹어치웠다.



    "목적도 수수께끼인 그 괴물은, 유쾌하게 히죽거리며 숨죽여 새로운 살인의 기회를 엿보고 있어요."



     흑기사도 이길 수 없는 괴물.



     그러니 물러나야 한다며 주인에게 간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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