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장 196화 영웅과 괴물(3)2023년 07월 18일 23시 10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남자의 분노가 뿜어내는 기척만으로, 사람은 할 수 없이 무릎을 꿇고 만다.
새겨진 공포는 다시는 치유되지 않는다. 실패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인간이라 할지라도, 잊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부터 궁금했어. 좋은 기회니까 들려줘. 카난은 지금 말한 것 이상의 모든 것을 빼앗겼지. 왜 그것을 빼앗은 건데. 왜 또 빼앗으려고 해?"
분노를 속으로 삭이고, 말이 또렷이 들리는 상태로 만든 다음 말을 이어갔다.
"...... 듀어 군의 그 모습을 보면, 죽인 이유 따위는 상관없을 것 같으니 내가 물어둘게. 어떤 이유가 있어서 카난을 죽였어?"
"..................!!!!"
기세 좋게 일어선 가니메데는, 다른 차원의 존재 앞에서 떨리는 입술을 힘껏 깨물어 담력과 함께 억누르고, 결국 입을 열었다.
"......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위치를 차지해야만 한다."
"............
가니메데가 정말 묻어버리고 싶은 상대는, 듀어였다.
조직 내에 미티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티와 듀어 두 사람이라면 지도자의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엔제교 최대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왕국과의 역사적 격돌에서, 교도를 이끌 '영웅'은 듀어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티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손자 이로스를 영웅으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피어나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듀어가 이로스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은 맞다. 하지만 그저 있으면 좋다는 것이지, 실력 따위는 상관없다 ...... 주변에서 떠받들어주면, 영웅은 완성된다."
선전(프로파간다)이 증명해 왔다.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고 때로는 거짓말을 섞어, 대중의 생각을 조작한다.
그 방법도 다양하고 쉽다. 이름나 자가 흰색이라고 하면, 연한 노란색도 흰색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가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면 조약돌도 보석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게 카난을 그런 상태로 만든 변명이라면, 너무 이기적이고 저급한 짓이야. 불합리하게 죽인 것도 모자라, 시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서 타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하다니 ............진짜 열받네."
"죄는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 시간이 있었다면 다른 수단도 선택했을 텐데, 운명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한다.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만이 정의를 내세울 수 있는 거다."
"그거, 가끔 듣게 되더라. 솔직히 말해서 전혀 납득할 수 없어."
5미터 남짓한 거리 끝에 느긋하게 서 있는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정면으로 부정한다.
"지켜야 할 사람을 등지고 용감하게 싸웠는데, 그래도 못 이겨서 패배한 사람도 악이 된다는 뜻? 아니, 납득할 수 없어. 그런 건 받아들일 수 없어. 나는 졌음에도 용감했던 기사들을 몇 명 알고 있거든."
위압감 없이, 말끝을 흐리지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나는 틀림없는 악이다. 내가 강자로 남아있는 한, 그 논리는 통하지 않아. 승리하는 악도 있다."
유일하게 일어섰던 가니메데는,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남자의 시선에 무의식적으로 오른발을 빼고 말았다.
"ㅡㅡㅡㅡ그대로"
"으, 무슨......!"
가니메데의 눈앞에 남자가 있었다.
왼발을 밟고 멱살을 잡히자, 내빼려던 오른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몸이 끌어당겨져서 후퇴를 멈추고 만다.
"그 오른발을 돌려놔."
"............"
심판은 피할 수 없다. 한 발자국이라도 용서하지 않겠다며, 눈을 맞추고 눈빛으로 경고한다.
스쳐 지나가는 오른발을 그대로 돌려놓지만, 정신이 한계에 부딪혀 가니메데는 기절했다.
하지만 멱살을 움켜쥔 손이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한 번 세게 흔들자 깨어나게 된다.
"크윽!?"
"시간이다."
영웅이 되기 위해 괴물이 된 자들에게 고한다.
"들리지?"
심판의 발소리가 다가온다. 물웅덩이를 밟으며, 참을 수 없는 충동을 잘 표현하며 날아온다.
쏟아지는 빗방울을 받음에도 검게 타오르는 여관을 등지고, 격정으로 얼굴이 붉게 물든 듀어가 내려앉았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수라의 모습으로, 영웅이 나타났다.
"왔다고. 카난의 영웅이, 너희들 괴물을 물리치러 ......."728x90'판타지 > 옛 마왕의 이야기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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