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SS8 [심심풀이]
    2023년 07월 14일 22시 04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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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유라쿠초 역 주변에 있는 부티크.

     쇼윈도 앞, 가게의 마네킹에 섞여 한 덩어리의 백은 갑옷이 서 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가게 안에서는 남녀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쓰......쓰쓰이 야스타카, 그러니, '카'다."

     

    [누군데 그게]

    "SF 소설가라고. '파프리카'라든가 '시간을 달리는 소녀' 같은."

    [흠. 그러면, '카'니깐 ...... 카스퍼 하우자아]

    "누구야, 그 사람?"

    [독일의 고아. 여러 가지 수수께끼를 남긴 채 누군가에 의해 암살당했다고 하더라]

    "흐음. 그럼 나는 '아'인가. ...... 아카츠카 후지오?"

    [아까츠카 ...... 또 마니아적인 이야기?]

    "이건 그래도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바카본'이나 '오소마츠 군'을 그린 사람이잖아."

    [그런가~? ...... 그럼, 나는 오스카 와일드로 할까나]

    "야, 미츠네."

    [왜? 이누가미 군]

    "이제 그만하지 않을래 ......, 이 '연예인 끝말잇기'. 지식의 범위가 너무 달라서 서로 이름만 가르쳐 주고 있잖아."

    [그래서 좋은 거잖아. 견문이 넓어지니까]

    "그런가?"

    [그리고....... 애초에 우리 지금 움직일 수 없는 거잖아?]

    "그래. 움직이면 '좀비'에게 들키니까."

    [그럼 역시, 다른 할일은 아무것도 없잖아]

    "뭐, 그렇지."

    [하지만 ...... 그래. 알았어. 끝말잇기가 지겹다면 다른 심심풀이를 생각해 볼까]

    "어떤 게 있어?"

    [음, 그래. 그럼 다음에는 가게 앞을 지나가는 '좀비'에게 점수를 매기는 게임 같은 건 어때?]

    "뭐야, 그게?"

    [아니, 남자들이 자주 하는 거잖아. 여자아이의 점수를 매기는 거]

    "안 한다고. 그런 나쁜 짓은."

    [그래? 내 동급생은 했었는데........]

    "설령 그런 걸 한다고 해도, 기준이 뭔지 모르겠어. 예쁘냐 안 예쁘냐의 기준? 상대는 썩은 시체라고."

    [맞아. ...... 그럼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니냐로]

    "'좀비'와 친구라......, 으음......."







     그때, 어두운 눈빛의 '좀비' 한 마리가 가게 앞을 지나갔다.

     나이로 치면 스무 살이 넘은 것일까. 외모는 비교적 단정하다.

     퇴근길의 샐러리맨 같은 남자였는데, 셔츠가 찢어져 어깨가 노출되어 있었고, 거기에는 뚜렷한 물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좀비가 되기 전에 자살을 시도한 것일까. 손목에 수많은 상처가 보인다.







    [나는 안 되겠어. 33점]

    "빡세기는. 난 78점."

    [어, 왜?]

    "자살까지 해가며 피해를 줄이려고 했잖아. 분명 정의감이 강한 사람임에 틀림없어."

    [그래서 결국 '좀비'가 되어버렸으니 의미가 없잖아]

    "그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야"

    [...... 흠~]







     또 한 마리. 이번에는 여자 '좀비'다.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20대일 것이다.

     피에 젖은 연두색 비옷을 입고 있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어떤 경위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이마에는 커피 캔이 박혀 있었다.









    [음...... 74점]

     

    "......88점."


    [어머, 저런 애를 좋아해?]

    "아니, 별로. 나는 구멍이 있으면 뭐든 환영하는 타입이라서."

    [와, 정말 최악. 그거 다른 여자들 앞에서 너무 말하지 않는 게 좋아]

    "그래?"







     다음으로 지나가던 것은 머리를 금색으로 염색한 '좀비'였는데, 얼핏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얼굴 전체가 까맣게 타버렸기 때문이다.

     허물어진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증발한 안구가 있던 곳에서 지금도 짙은 색의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옷은 온몸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입었는지, 목 부분이 상당히 하얗게 변해 있었다.







    [6점]

    "10점"

    [역시 상복 같은 옷차림은 좀 그래 ...... 적어도 청결한 느낌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좀비'에게 청결함을 요구하지 마."







     다음.

     노인. 남자, 보기에 안쓰럽기까지 한 회색 피부.

     뺨에 큰 구멍이 있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외상은 없지만, 요즘은 오히려 생전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이 훨씬 더 기괴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것은, 어떤 근육의 작용인지 그 입술이 광대처럼 웃고 있다는 점이다.







    [...... 으......... 미안, 0점]

    "나도.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웃고 있는 '좀비'는 이미 ...... 그것만으로도 힘들어]

    "'좀비'라는 건 가급적 무표정했으면 좋겠어. 죽일 때, 고통스러우니깐."







     그리고 또 하나의 좀비가.

     회색 비옷을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옷은 수많은 피와 내장으로 얼룩져 있었고, 강렬한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다.

     무엇보다 특징적인 것은 그 발걸음이다.

     그 개체만은, 분명히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어서 ......,







    [앗. 저건 ......]

    "드디어 왔구나."

    [다행이다. 지시대로 와 주었네, 코이치 군]

    "그래. 여분의 비옷도 제대로 가지고 왔어. 이것으로 어떻게든 '좀비'들의 코를 속일 수 있을 거야."

    [그런데 이누가미 군]

    "뭔데."

    [그의 점수는?]

    "그야 당연하잖아. ㅡㅡ100점 만점이라고."

    [그렇구나. 역시 친구로 삼으려면 살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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