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장 185화 사건의 시작
    2023년 07월 14일 02시 3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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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후. 그것은 식사의 여운을 즐기는 것. 맛을 떠올리고, 배부른 배에 황홀해하는 멋진 시간.



     그럴 텐데 말이다.



    "음식에는 신경 써야 한다. 미의식, 옷차림, 언행, 타인과의 관계, 인생관, 일류에게는 그것들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음식은 자신을 구성하는 영양이며, 미각을 만족시켜야 하루하루가 풍요로워진다. 이것만은 타협해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 절대 안 돼?"

    "절대 안 되고말고."



     왜인지 유미의 디저트 시간에, 음식을 경시하지 말라는 설교를 듣고 있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배만 채우면 된다든가, 맛은 둘째라던가, 소금을 뿌려서 구우면 뭐든 맛있다든가, 그런 말 대신에 그냥 묵묵히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고?



     그랬더니 어째선지 거절당했다.



    "지금 '소 볼살 적포도주 조림'과 '제철 야채 모듬'을 주문하면 돼. 일류를 지향하는 너에게는 분명 좋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거다."

    "감사합니다."



     일류가 되겠다는 나에게, 대강 장소와 가게 이름을 종이에 써서 건네는 일류 씨.



     얌전히 받는다. 다른 행동을 하면 또 혼날 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자네는 자세나 먹는 모습이 품격이 있네. 하고 싶은 말이 여섯 가지 정도 있지만, 몸가짐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고. 그러니 나를 만난 행운을 헛되이 보내지 말고, 지향할 목표로서......"

    "와아~!"

    "일류가아아아아아아아아!?"



     의자를 뛰어다니던 아이가 부딪히자, 손에 들고 있던 레드와인이 흔들리며 물방울이 튀는 바람에 일류가 흐트러진 모양이다.



     작은 인적 영향에도 흔들리다니, 일류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구나.



    "하아, 하아, ......"

    "...... 일일이 전력으로 외치니까 그런 거 아닐까요? 바깥에서 그렇게 하면, 아마 메아리가 돌아올 텐데요?"



     하루 종일 이렇게 지냈다고 가정하면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다.



     그때 마침, 왼쪽에서 숟가락을 그릇에 던졌을 법한 고음의 소리가 들렸다.



    "하아아아암 ............그만 갈래? 오늘은 여러 가지로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 많아서 피곤하네~"

    "대접받았다는 한 마디라도 듣고 싶었는데."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젤라토를 먹어서 저녁 식사로서는 최고의 마무리를 한 유미가 침대를 요구하고 있다.



     만취해 있다. 말투가 의심스럽다.



    "폐를 끼쳤다는 건 알고 있다. 그 살인사건도 있으니 내가 보내주도록 하지. 말투나 눈빛을 보아하니 현지인이 아닌 것 같은데, 호텔인가?"

    "...... 살인사건이라 해도, 표적이 되는 건 엔제교의 관계자만 노리는 거잖아요?"

    "글쎄. 범인 입장에서는 누가 타깃이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우리는 일류 씨와 함께 가게를 나와,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아르스 거리를 나아간다.



    "전해 들은 정도지만, 범인은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더군. 일부러 공포를 심어주고, 도발하고, 유도하고 있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영주 저택에 머물고 있는 지휘권자 혹은 주요 인물. 어느 쪽이든 범인은 여럿이거나 ...... 훗, 단독범이라면 천재지. 웬만한 사람은 어떻게 할지 예측할 수도 없을 거다."

    "겁을 줘서 엔제교를 이 도시에서 쫓아내려는 걸까요?"

    "괴물의 인상을 심어놓고 철수를 노린다라 ......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내가 받은 인상으로 미루어 보아, 살인을 통해 자신의 광기 어린 인물상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에도 해박한 나이기 때문에, 소문만 들어도 그렇게까지 보이는 거다 ............ 훗."



     즐거워 보이네. 이 사람, 인생이 즐거워 보여. 추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에게 취하는 사람도 있구나.



     ............ 나도 그런가. 항상 즐거워 보인다는 말은 자주 듣는 말인걸. 주로 아빠랑 형이랑 에리카 공주한테서 듣는다.



    "멋진 건축물이다 ......"



     정면에 나타난 건물 틈새로 보이는 콘로 시아우를 보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비교적 새롭다고는 하지만......... 설계와 디자인에서 시작해 건설, 유지, 보수 ...... 그리고 검투사들의 무용담이 저 건물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왕국 최초의 원형투기장을 기린다.



    "......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니군."

    "뭐야, 이 녀석 ...... 혼자 중얼거려서 기분 나쁘네~"



     순간, 논파 상태가 된 일류 씨가 유미에게 성을 낸다.



    "이봐! 너는 아까부터ㅡㅡ"

    "딸꾹! 죄송합니다 ......!"



     술 취한 사람을 가장한 소매치기가 알기 쉽게 일류 씨와 부딪힌다.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보고 노린 것 같다.



    "...... 복장이 흐트러졌다. 이 나의 복장이!"

    "우왓!?"

    "사고라면 몰라도, 고의적이라니 무슨 짓이냐아아아아!!!!"



     소매치기를 쫓아 일류 씨가 달려간다.



    "............"

    "............



     ............ 아우우우우〜〜〜〜 



     근처 숲에서, 늑대의 울부짖음 같은 것이 들려왔다.




     ♢♢♢♢.




    "가니메데 씨, 저기요."

    "음~~음 ......?"



     술집에서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가니메데를, 제자 중 한 명이 흔들어 깨운다.



    "빨리 일어나세요, 자자, 어서어서."

    "아얏, 머리 ......!"



     대머리를 손으로 치자, 코가 빨갛게 달아오른 취객이 테이블에서 몸을 일으킨다.



    "...... 어! 방금 내 머리, 때리지 않았어 ......? 어서어서라고 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

    "가니메데 씨 ...... 그럴 리가 없잖아요. 스승님이잖아요? 어느 제자가 스승님의 머리를 때리나요? 바보냐 ......"

    "그렇지? 다행이다~............ 어? 바보......?"

    "그보다 큰일 났어요. 서둘러 가야만 한다고요."

    "어디로 ...... 오늘도 일을 마치고, 이제부터 2회차를 가려고 생각해서 적당히 마셨는데 ......"

    "............"



     서툰 농담을 하는 가니메데를 냉랭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제자였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며 위급한 상황을 보고했다.



     주위의 소란스러움은 비록 시끄럽지만, 가니메데에게만 들리도록 귀띔을 한다.



     작은 잔에 술을 따르던 가니메데의 손이 멈췄다.



     술에 취해 졸린 듯이 내려앉아 있던 눈꺼풀이 살짝 올라간다.



    "...... 당장 현장으로 가자."

    "예."



     비틀거림 없이 작은 몸을 일으켜 세운 가니메데가, 난폭한 술꾼들을 피해 술집 안을 빠져나간다.



     이 날 밤, 또 한 명의 주교가 '괴물'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했다.




     .........



     ......



     ...




     투기장 '코로 시아우'.



     듀어는 이른 아침부터 투기장의 지하 무기고에 있었다.



     기상 시간보다 조금 일찍 깨어나게 되었는데, 미티의 죽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 용서할 수 없다."



     너무 끔찍한 광경을 외면한 듀어는 큰 슬픔과 격렬한 분노에 떨었다.



     그 시체에는 화살이 꽂혀 있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 수없이 빽빽하게.



    "괴물이든 누구든, 내가 반드시 복수해 주마......"



     희생된 불곰사 소녀에게 맹세를 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견디며 듀어는 묵념을 한다.



     이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나타난 눈동자에는, 과도한 보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살의가 깃들어 있었다.



     이글거리며 몸에서 솟아오르는 마력.



     복수의 불길은, 반드시 범인을 불태워 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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