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②2020년 12월 31일 15시 08분 3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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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안나, 오랜만이네."
"아줌마, 안녕. 잘 벌려?"
"그럭저럭이야. 그러니까, 으깬 애플 주스 한 잔 어떠니?"
"와, 장사 잘하는 것 봐! 한 잔 줘요."
"알았어. 맛있게 먹으렴."
귀족구역에 좀 가까운, 평민구역의 대로에서 주스를 한 손에 들고 흔들흔들 걸어다니는 소녀, 안나. 그녀는 때때로 저택을 빠져나와서 자유로운 평민 라이프를 즐긴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숨돌림' 이다. 현역여고생의 정신으로 완벽한 숙녀를 연기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이 커다란 스트레스가 된다. 6살 무렵에 각성하여 15세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이 숨돌림이 없다면 아주 그렇지는 않지만 영애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을 거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다.
아침부터 큰길에 울리는 웅성거림을 들으면서, 안나는 빨대를 입에 대었다. 으깨서 그런지, 단맛의 과일즙과 함께 서걱서걱한 과육이 빨려들어온다. 그걸 우물우물 씹으면서 안나는 큰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귀족은 귀족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일반시민이었던 나로선 역시 이쪽이 진정돼. 히로인도 이런 마음으로 저택을 빠져나온 걸까?'
실은 오늘 안나가 여기에 방문한 것은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여성향 게임 [은의 성녀와 다섯 가지 맹세] 의 이벤트가 발생하는 날인 것이다.
이벤트 명 '두근두근! 비밀의 첫 휴일 데이트'.
4월부터 갑자기 백작영애로서 왕립학원에 다니게 된 히로인・세실리아는, 5월 반절 정도 지났을 무렵에 익숙치 않은 생활에 드디어 견디지 못하고 백작가에서 탈주하고 만다.
아버지 몰래 어떻게든 숨겨놓았던 평민시절의 옷으로 갈아입은 세실리아는 평민 구역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여긴 익숙치 않은 왕도. 어딘가의 큰길까지 도착하긴 했지만 헤매는 것 밖에 하지 못했던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르는 남자들이 시비를 거는 바람에 둘러싸이고 만다.
"이게 무슨 꼴이야. 네년이 부딪히는 바람에, 내 외출복 못쓰게 됐다고."
"죄, 죄송해요."
남자의 옷은 배 부분에 과일즙이 묻어있었다. 세실리아와 부딪혔을 때 엎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
"죄송하다고 끝날 거면 기사도 병사도 필요 없어. 부모한테 말해서 변상하라고 해야겠는데."
"그, 그건....."
남자들에게 내몰려서, 세실리아는 동요를 숨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몰래 저택을 빠져나온 몸으로선 아버지에게 알려지는 것이 제일 곤란한 것이다.
남자들은 싱긋 웃었다. 여기가 밀고 갈 때라고 눈치챈 모양이다.
"뭐, 나도 딱히 널 탓하려는 건 아냐. 다시 말해 이 옷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라고. 예를 들어....우리 집에 와서, 네가 이걸 빨아주는 건 어때."
"그 옷을 빨아주면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세실리아는 안도의 표정이 떠오른다. 세탁 정도야, 평민이었던 그녀에겐 쉬운 일이다. 그걸로 용서해 준다면, 그들의 제안에 따라도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가볼푸헉!?"
남자가 세실리아의 손을 쥐려고 했던 순간, 그 얼굴에 뭔가가 던져졌다. 그건 과일즙이 든 나무컵같은 것이었는데, 남자의 상반신은 주스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이젠, 세실리아가 흘렸다고 하는 얼룩이 어느 것이었는지 판별하기조차 어렵다.
눈앞의 광경에 절규하는 남자들. 그건 세실리아도 마찬가지여서, 주스를 뒤집어 쓴 남자를 멍하게 바라보았는데, 그만 몸이 뒤로 끌려나갔다. 누군가가 세실리아의 팔을 잡고 잡아당긴 것이다.
"어?"
"뭘 멍하게 있어, 넌. 빨리 이 자리를 뜨자고."
세실리아는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에게 이끌려 강제로 달려가게 되었다. 인파에 섞이고 말았을 무렵, 뒷쪽에서 남자의 노성이 들려서 찔끔 떨고 말았다.
"정말. 저런 다 들여다보이는 수법에 걸려버릴 줄이야."
세실리아의 손을 이끈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한 말투로 한숨을 쉬었다.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이제야 자기가 휘말린 사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두려움에 얼굴이 새파래지고 말았다.
남자들을 재주껏 뿌리쳤을 무렵, 두 사람은 대로에서 약간 떨어진 골목에 도착했다. 후드를 쓴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 괜찮은가."
"저, 저기, 당신은....."
뒷골목엔 두 사람 뿐. 구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전의 일도 있었던 세실리아는 긴장하고 있다.
".....호위도 없이, 그런 모습으로 마을을 산보하다니, 백작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 말에 세실리아의 몸이 굳어졌다. 이 사람은......아버지를 알고 있어?
"당신은, 누구인가요......?"
"......"
보내는 것은 떨리는 듯 가느다란 목소리. 잠시 말없이 있던 남자였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서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세실리아의 눈동자가 경악의 색으로 물들었다. 무심코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터져나오려는 소리를 막았다.
"어쨌든 이대로 널 방치해둘 수도 없었으니까."
눈꼬리를 내리며 그렇게 고하는 남자를, 세실리아는 알고 있다. 아니, 많은 귀족들이 알고 있다.
".......태, 태자, 전하."
왕성에 있어야 할, 왕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남자가 지금 세실리아의 눈앞에 서 있었다ㅡㅡ.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이벤트였지. 태자는 태자대로 신하도 데리지 않고 몰래 왕도를 시찰 중이었고, 둘 다 신분은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커플 행세를 하게 되는 거야....뭐, 오늘 이 이벤트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이벤트를 진행하려 해도 현재 히로인은 절찬리에 행방불명 중이다. 히로인이 없는 이벤트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 거기에다, 상대인 태자조차 없으니 시나리오는 이미 파탄이 나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태자 크리스토퍼는 오늘 평민구역에 오지 않는다. 그보다, 오지 못한다.
'이것도 우리들이 전생했기 때문에 생긴 파급효과인가 보네. 이해하긴 했지만, 이렇게 눈으로 목격하게 되니 꽤 충격이야.'
주스를 힘껏 빨아들인 후, 날숨과 동시에 한숨이 나왔다.
오늘 안네마리의 '숨돌림' 은, 자신의 휴식과 동시에 이벤트에 대한 조력도 포함한 것이다. 태자의 도움이 없으면 히로인이 남자들에게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뭐, 확률적으로 낮아보이지만, 없다면 없는 대로 산책을 즐기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무언가의 플래그였던 걸까. 아니면 전생자보정이기라도 한 걸까.
"어떻게 할 거야 아가씨!"
안나의 등 뒤에서, 그야말로 성질 나빠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설마하고 안나가 돌아보니 몇 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소녀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 저기....."
"이게 무슨 꼴이야. 네년이 부딪히는 바람에, 내 외출복 못쓰게 됐다고."
남자의 옷은 배 부분에 과일즙이 묻어있었다. 세실리아와 부딪혔을 때 엎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위는 알 수 없다.
"죄, 죄송해요."
"죄송하다고 끝날 거면 기사도 병사도 필요 없어. 부모한테 말해서 변상하라고 해야겠는데."
"그, 그건....."
무심코 소녀가 우물쭈물하자, 남자들은 여기가 밀고 갈 때라고 눈치챈 것처럼 싱긋 웃었다.
'대단해! 게임의 대사와 완전히 같아! .......근데, 아니~! 무슨 이벤트가 발생해버린 거야! 그 애는 히로인이 아니잖아!'
ㅡㅡ왜냐면 검은 머리인걸!
그렇게 생각하며, 안나는 으깬 애플 주스를 크게 휘두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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