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시 특별한담 크리스마스에 찾아왔으면 좋았을 텐데.2020년 12월 30일 21시 30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59/
12월 31일 밤. 왕도 바르테시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섣달 그믐날이면서 이번 시즌의 첫눈이기도 하다.
펑펑 내리는 눈이, 왕도의 루틀버그 백작가의 자그마한 정원을 눈으로 덮으며 예쁘게 물들인다.
루시아나는 드레스의 위에 따스해 보이는 스톨을 두르고 정원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
코끝이 약간 빨갛고, 내쉬는 숨은 하얗다.
하지만, 가슴가에 그레일을 품은 그녀는 그다지 춥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러자 휘웅 하는 소리를 내며 정원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레일을 안은 그녀의 팔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다.
"큐웅?"
아무래도 그레일은 괴롭지 않은 모양이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추운 듯 몸을 떨고 있는 루시아나를 걱정하는 듯이 올려다보고 있다.
"호호호, 걱정해주니? 괜찮아, 이 정도는."
루시아나는 다시금 정원에 눈을 돌린다. 저택의 불빛으로 약간 밝아진 정원은, 눈 때문인 것도 있어서 아름다움과 동시에 어딘가 쓸쓸한 기분으로 만든다.
이 1년 동안 여러 일이 있었다.
멜로디와 만나고, 봄의 무도회에 참가하고, 왕립학교 입학식 다음 날부터 휴교하게 되는 바람에.....학교가 재개되고 나서도 평온 따위 어디에 있는가 싶을 정도로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휘말리고, 스스로 일으키기도 하고....
손꼽아 세어보려 해도 셀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이거나 저거나 모두가 좋은 추억.
끝이 좋으면 전부 좋다. 어쨌든 모두 잘 수습되었다.
'내년은 어떤 해가 되려나?'
정원을 바라보면서, 루시아나는 희망과 동시에 약간 불안해지고 만다.
"이런 곳에 있었나요, 아가씨?"
"......멜로디."
약간 빠른 걸음의 멜로디가, 루시아나를 마중하러 오는 모양이다. 멜로디는 코끝이 빨개져 있는 루시아나를 보고 쓴웃음을 짓는다.
"아가씨, 여기에 얼마나 계셨던 건가요? 슬슬 저녁 식사하실 시간이에요."
"응, 첫눈이라서 보고 싶어졌어."
".....무슨 일 있으셨나요?"
루시아나는 약간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지만, 멜로디는 그 안에서 애수의 느낌을 발견했다.
"아니. 아무 일도 아냐. 그냥 좀, 밤에 내리는 눈이 약간......슬프게 느껴져서."
현재, 루시아나가 특별히 신경써야 하는 어두운 일은 없다. 백작가의 경제는 순조롭게 개선되고 있고, 학교생활도 충실하다.
그냥, 때마침 정원에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렇게 느끼게 한 것 뿐이다.
그래서 분명, 저택 안에 돌아가면 곧바로 평소의 그녀로 돌아갈 것이다.
신경쓸 정도의 일은 아니지만.....주인이 그런 얼굴을 하면, 메이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아가씨, 잠깐만이에요."
"멜로디?"
멜로디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면서 싱긋 웃었다.
그리고 정원 중앙으로 향하자, 오른팔을 드높게 올리고 주문을 외웠다.
"......왕도를 상냥하게 비추어라 [루-체] "
"ㅡㅡ와아."
그것은 마치, 밤하늘의 별이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천장에서 흩날리는 눈과 비슷한 정도의 크기의 따스한 등불이, 왕도의 하늘에서 내려온다.
은은하고 따스한 빛의 눈은, 지상에 내려오자 터지듯이 사라지고 만다.
정신을 차려보니 루시아나는 정원으로 걷기 시작하여, 그 손에 빛의 눈을 쥐었다.
손끝에 닿은 빛의 눈은, 마찬가지로 터지며 사라진다.
".......예뻐."
올려다 본 하늘은 상냥한 빛으로 충만하였다.
빛나는 눈과 흰 눈이 정원을 환상적으로 물들인다.
루시아나는 그 광경을 무심코 넋을 잃고 보았다.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그 표정에서 애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멜로디는 만족스럽게 미소짓는다.
"자, 식당으로 가요, 아가씨."
"뭐~, 쬐끔만 더 보게 해줘. 쬐끔만!"
빛의 눈은 그 후에도 1시간 정도 내렸다고 한다.
왕도 바르테시아에 새로운 괴사건이 보고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내년에도 잘 부탁해, 멜로디!"
"예, 아가씨."
내년도 즐거운 해가 될 것 같다.
루시아나는 미소가 만연하여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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