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④
    2021년 01월 01일 15시 06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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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63/





     서로의 이름을 가르쳐 준 후 먼저 멜로디가 일의 경과를 들려주었는데, 설마 조금 전의 남자보다 자기 쪽을 경계했을 줄이야.....꽤 충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런 말' 을 해버렸으니까.


     "저기, 안나 씨였나요. 당신은 절 알고 있나요?"


     "네?"


     "제가 루틀버그 백작가에 일하는 걸 알고 있었지요? 조금 전, 백작님은 뭘 생각하고 있냐고....."


     "......아."


     '.........이, 이거, 경계당할 만 하네.'


     ㅡㅡ잠시의 침묵. 안나는 그 사이에 상대를 납득시킬 설명을 생각해야 한다.


     "저기......그래! 넌 루틀버그 백작가의 메이드, 멜로디가 틀림없지?"


     "예, 그런데요......"


     "네 일은 안네마리 아가씨한테서 들었어. 난, 빅티리움 후작가에서 일하는 메이드니까!"


     "어머!"


     멜로디는 입가를 손으로 눌렀지만, 흘러나오는 소리를 멈추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 눈동자는 히로인처럼 경악의 색으로 물들었다. 또한, 눈동자 안에는 약간의 희색이 담겨져 있었다.


     "아가씨께서 최근 친구가 된 루틀버그 백작가의 루시아나님에게 우수한 메이드가 있다고 하셨어. 멋진 흑발의 메이드라던데."


     "그, 그런, 우수하다니....."


     멜로디는 양손을 얼굴에 살짝 대면서 얼굴을 붉히고 머뭇머뭇거리고 있다. 갑자기 칭찬받아서 기쁜지 부끄러운지 모를 표정을 짓고 있다. 

     

     '뭐야, 이 애, 진짜 귀여워. 정말 귀여워!'


     ......중요한 일이라서 마음 속으로 두 번 외쳤다. 그런 마음 속 환희를 숨긴 채, 아나는 설명, 아니 변명을 이어나갔다.


     "나와 같은 나이대의 검은 머리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고, 그리고 뒷모습을 봐도 몸가짐이 정말 기품이었으니, 저와 같은 메이드가 아닐까 생각했어."


     "뒤, 뒷모습만으로 메이드라고 구별할 수 있다니, 어, 어떡해...."


     '쉬는 날에도 메이드 오라가 배어나오다니, 설마 내 메이드 스킬이 레벨업한 건 아닐까?'


     .....변명이 먹혀 들어갔지만 내심 불안한 안나와 대조적으로, 멜로디는 매우 즐거워하였다.


     "저기, 그래서 말야? 아가씨께 들어서 알고 있던 애가 남자들에게 휘말린 걸 보니 그만 손을 대버려서....그......"


     멜로디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한번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서 안나를 돌아보았다.


     "사정은 파악했어요. 안나 씨는 빅티리움 후작가에서 일하는 메이드였네요. 그렇다고 알지 못해서 실례했어요.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멜로디가 싱긋 미소짓자, 안나도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어떻게든 앞뒤를 맞춰서 그 자기를 벗어나기 위한 변명이었지만 ,아무래도 믿어준 모양이다.


     하지만, 안도한 것도 잠시 뿐ㅡㅡ.


     "그래서, 안나 씨는 어디를 담당하는 메이드인가요?"


     "뭐?"


     갑자기 볼을 상기시킨 미소녀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나서, 안나는 눈을 부릅떴다.


     "후작가라고 하면 저택의 규모도 왕도에서 최고겠네요. 모시는 하인과 업무량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니, 분명 백작가에선 하지 못할 멋진 일들이 있겠지요.....멋져."


     사랑하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는 멜로디는 얼마나 귀여운가......가 아니라!


     "아, 으.......?"


     "그래서, 안나 씨는 그런 멋진 후작가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하, 하우스, 메이드려나?"


     "어머, 하우스메이드! 청소를 하거나 침실을 정돈하는 일이네요! 그럼, 안네마리님의 방을 담당하기도 하나요?"


     "무, 물론이지......"


     "후후후, 저도 루시아나 아가씨의 침실을 맡고 있어요. 똑같네요."


     "그, 그렇네....."


     '왠지 사람이 갑작스레 변해버렸는데, 어떡 하면 좋아!!?'


     "그런데 후작가에선 계단의 난간을 닦는데 어떤 도구를 써서ㅡㅡ"


     "멜로디!"


     멜로디의 양 어깨는 거머쥐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안나. 눈을 깜빡거리며, 겨우 멜로디의 머신건 토크를 일단 제지하였다.


     "안나 씨?"


     "......멜로디. 메이드 되는 자가, 모시는 가문의 비밀을 줄줄 말하면 되는 걸까?"


     "ㅡㅡ!?"


     멜로디는 오늘 제일가는 경악의 표정을 띄웠다. 그리고, 보고 있는 사이 얼굴이 새파래진다.


     "그런......저도 참, 무슨 짓을......"


     멜로디는 마치 되돌릴 수 없는 죄를 범한 죄인같은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죄, 죄송해요, 안나 씨. 전 메이드 실격이네요....."


     ".......그, 그렇게 비관하지 않아도 되잖아? 알고 있으면 돼."


     잠깐 제정신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되는 말이었을 뿐이지만, 예상 이상으로 멜로디에게 효과가 있는 말이었던 듯 하다.


     "누구나 실수는 해. 중요한 건 그걸 되풀이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거야. 안네마리 아가씨께서 우수하다고 평가하신 네가 이 정도로 풀이 죽으면 어떻게 해. 기운차리고 지금보다 멋진 메이드를 목표로 하는 거야, 멜로디!"


     "안나 씨......예! 그렇네요. 세계에서 제일 멋진 메이드가 되고 싶다면 한번의 미스로 주저앉을 때가 아니네요!"


     격려의 말이 전해진 듯 하여, 멜로디는 어떻게든 원래의 명랑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좋게도 나쁘게도 멜로디에게 메이드의 이야기는 금물. 안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이제야 진정한 멜로디에게서 이야기를 계속 들은 안나는, 조금씩 지금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나 신경 쓰인 부분은, 히로인이 아닌 멜로디가 왜 게임과 같은 대사를 쓰고 있느냐는 점이다.


     '게임 설정과는 다르지만, 그녀의 대사에는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지.....'


     말하는 단어는 같아도, 히로인과 멜로디는 그 이유도, 의미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마치 짜 맞춘 것처럼 멜로디와 남자들은 시나리오 그대로의 행동을 보여주었다.


     여기는 현실인데도 너무 딱딱 들어맞는다. 그리고 뇌리에 떠오른 것은, 여태까지 일어났던 몇 가지의 일. 오늘의 데이트 이벤트와, 앞선 무도회 습격사건. 다소의 어긋남은 있어도 이벤트 자체는 발생하였다. 하지만 시나리오 그대로의 전개는 되지 않았다. 그리고, 본인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크리스토퍼는 히로인과의 첫 만남 이벤트 때, 히로인 대신 검은 머리의 메이드와 부딪혀서......검은 머리?


     "저기, 멜로디. 혹시, 왕립학교 입학식 날, 학교에 왔었니?"


     "네, 예. 아가씨의 잊은 물건을 가져다 드리러 갔었지요."


     "그 때, 누군가랑 부딪혔어?"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그런 일. 복도의 모퉁이 끝에서 검은 머리의 미남과 부딪힌 일이 있었네요. 그거, 누구였을 까요?"


     ㅡㅡ너였냐!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는 멜로디에게 태클을 넣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고, 안나는 다시금 생각에 빠졌다.


     '만남 이벤트는 일어났지만 히로인 대신이 된 것은 멜로디라는 말? 그리고 무도회의 히로인이 선 자리에는 루시아나가, 이번엔 또 멜로디......이건.'


     아나의 속에서 최근 버렸을 터인 '강제력' 이라는 단어가 리플레이되었다.


     '역시, 시나리오의 강제력은 역시 작동하고 있나? 그것도, 불완전한 형태로......'




     세계의 강제력이, 이벤트를 일으키기 위해 적당한 대역을 고르고 있는 것이라면ㅡㅡ.




     '.......최악이야, 이거.'


     만일 안나의 가설대로라면, 조건에 맞는 무관계한 자들이 갑작스레 히로인의 대역이 되어버릴 지도 모르는 것이다.


     '마왕에게 대항할 성녀의 힘을 가진 히로인의 대역을......'


     안나는 멜로디를 흘끗 보았다. 이번엔 단순한 데이트 이벤트였으니 아직 괜찮다. 하지만, 이것이 마왕과 그 수하와의 대결이벤트였을 경우, 강제력에 의해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해도 마법 하나 쓸 수 없는 멜로디가 맞이할 결말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배드......아니, 데드엔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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