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안네마리의 두근두근 휴일 데이트 (가칭) ③
    2020년 12월 31일 17시 37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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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62/





     "뭐, 나도 딱히 널 탓하려는 건 아냐. 다시 말해 이 옷만 어떻게 하면 되는 거라고. 예를 들어....우리 집에 와서, 네가 이걸 빨아주는 건 어때."


     "그 옷을 빨아주면 용서해 주시는 건가요?"


     생각대로, 남자들과 소녀는 게임 시나리오대로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듯 안나가 던진 컵이 남자의 얼굴에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공중을 내달렸다.


     "맡겨주세요. 지금 바로 깨끗하게 할게요. 세정의 물이여 여기ㅡㅡ"


     "그럼, 가볼크악!?"


     아무래도 소녀가 게임에 없는 대사를 말한 기분이 들지만, 그건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왜냐면, 소녀와 마주보던 남자의 얼굴에 뭔가가 강타했기 때문이다. 미간에 깔끔하게 클린히트한 탓인지, 남자는 양손으로 얼굴을 괴로운 듯 부여잡으며 기절했다. 그리고, 옷은 주스로 끈적끈적하다.


     안나는 달렸다. 남자들은 눈앞의 광경을 아연실색하여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소녀도 마찬가지였는데ㅡㅡ.


     "뭘 멍하게 있는 거야! 빨리 뜨자!"


     "어?"


     순간적으로 떠올렸기 때문인지, 안나는 게임의 크리스토퍼의 대사와 비슷한 대사를 말하면서 소녀의 손을 쥐고 달려갔다. 뒤에서 "어? 어?" 라는 긴장감없는 목소리가 들리고, 인파를 가로지르는 와중에 무심코 중얼거리고 만다.


     "그런 뻔한 속셈에 걸려들다니, 너무 조심성 없잖아."


     "뻔한 속셈? ......조심성?"


     그렇게, 또다시 긴장감이 없는 대사가 귀에 들렸다.

     너무 시나리오와 똑같은 전개에 솔직히 놀랐지만, 현실에선 게임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소녀를 보고 역시 그녀는 히로인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그 년 어딨어어어어어어!"


     그리고 등 뒤에서 울리는 노성. 안나는 일단 생각을 그만두고 소녀와 함께 대로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하아, 하아......여기까지 오면 이제 괜찮으려나?"


     인파에 섞여서 대로의 꽤 앞까지 나아간 두 사람은, 인적이 없는 골목에 몸을 숨기며 이제야 다리를 멈추었다. 진부한 말이지만, 역시 게임과 같은 대사를 입에 담고 만다.


     "저, 저기, 당신은......"


     땀을 닦는 안나의 뒤에서, 당혹스러움이 느껴지는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게임대로의 대사에 무심코 쓴웃음이 떠오르고 만다.

     히로인도 없는데 게임에 충실한 이 전개......이상한 강제력이라도 작용하는 것일까 라며 안나는 자조하는 것처럼 생각하였다.


     '......그런 힘이 없다는 건, 크리스토퍼가 히로인과 만나지 못했던 시점에서 알고 있는데 말야.'


     그런 생각을 해버린 탓일까, 안나는 또 게임의 대사를 말하고 만다.


     ".......호위도 없이 그런 모습으로 거리를 걸어다니다니, 백작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ㅡㅡ!"


     안나의 등 뒤에서 소녀가 숨을 삼켰다. 그리고, 긴장감을 담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여기까지 와서, 안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려고 앞을 향해서 달려갔기 때문에, 자신은 아직도 소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고.

     그래서 안나는 홱 돌아보니, 그 소녀의 눈동자는 게임의 히로인처럼 경악의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 어째서 이 애가......'


     안나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루시아나를 모시는 메이드인 멜로디였다.






     시간은 멜로디가 안나와 만나기 조금 전으로 거슬러간다ㅡㅡ.


     

     "저기, 아가씨. 정말 괜찮은가요?"


     "괜찮아. 오늘 하루는 나한테 맡기고! 멜로디는 쉬어!"


     왕도의 귀족 구역에 있는 루틀버그 백작저택. 그 뒷문에서 말을 나누는 건 멜로디와 루시아나였는데, 두 사람의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드물게도 사복차림인 멜로디에 반해, 왜 그런지 루시아나가 메이드복을 몸에 두르고 있다.


     "하지만, 메이드는 저 밖에 없는데요."


     "멜로디 밖에 없었던 탓에 제대로 쉬지 못했잖아. 강제적으로라도 쉬게 하지 않으면 계속 일하기만 할 거고. 오늘은 내가 일일 메이드를 할 테니까 안심해."


     "어머, '일일 메이드' ......이 얼마나 멋진 울림. 아가씨, 역시 그 역할은 제가ㅡㅡ"


     "멜로디는 매일 메이드를 하고 있잖아!?"


     황홀한 표정을 띄우고 있는 멜로디에게, 루시아나는 날카로운 태클을 넣었다.....주종관계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하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구인모집은 해놓았지만 아직 면접 하나 오지 않았어, 슬프게도."


     "이렇게 멋진 직장인데 이상하네요."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건 멜로디 뿐이야....."


     루시아나는 씁쓸해하며 한숨을 쉬었다. 아쉽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빈곤귀족' 의 별명은 겉치레가 아닌 모양이다. 소개장이 필요한 구인모집 쪽은 아직도 전멸인 모양이다.


     "다음 달 정도면 학교가 재개되잖아? 기숙사의 준비를 생각하면, 멜로디에게 휴가를 줄 수 있는 날은 오늘 밖에 없어. 그러니 부탁해. 날 위함이라 생각하고 오늘을 쉬고 와. 응?"


     "하웅!"


     눈물을 지으며 양손을 붙잡고 위를 쳐다보며 그런 말을 하는 루시아나의 모습에, 멜로디의 가슴이 무심코 두근댔다. .......메이드에 꽂혀버린 건지, 아니면 루시아나에 꽂혀버린 건지는 불명이다.


     "......아, 알겠어요. 아가씨의 부탁인걸요, 오늘만을 쉬도록 할게요."


     "다행이야. 여기의 일은 잊어줘. 이래 봬도 영지에선 자기 일은 스스로 해왔으니까, 하루 정도라면 어떻게든 돼."


     "잘 부탁할게요. 그럼, 갔다 올게요."


     "잘 쉬고 와!"


     루시아나가 배웅하고, 멜로디는 저택을 뒤로 하였다.....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갑자기 쉬라고 해도, 뭘 하면 좋으려나?"


     워커홀릭같은 문제성 발언을 중얼거리며, 멜로디는 평민구역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정처없이 휘적휘적거리며 큰길에서 방황하는 사이에, 남자들이 시비를 걸게 된 것이다. 상대쪽에서 부딪혀 온 느낌도 들지만, 옷이 더러워졌다며 혼내가 멜로디는 동요했다.


     세탁을 해주면 용서해준다고 듣고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자 남자에게 뭔가가 부딪혀서 주스범벅이 되어버렸고, 멜로디는 누군가에게 손을 이끌려 그 자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매우 혼란스러웠다.


     뻔한 속셈이라는 둥 조심성이라는 둥의 말을 들어도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른다. 여자에게 손을 이끌려서 약간 어두운 골목까지 간 멜로디는 여기에 와서 이제야 몸을 경직시킨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말해보니, 호위가 어쩌고, 백작은 뭘 생각하나라고 중얼거리는 소녀의 목소리. 무심코 숨을 삼키고 만다. 설마, 그녀는 나의 정체를 알고서 이런 아무도 없는 장소에 데려온 것일까? 그런 긴장속에서 이쪽으로 돌아본 여성은, 어쩐지 자신을 보고 놀라는 것이었다.







     "라는 것이, 제가 본 조금 전의 자초지종이었는데요....."


     ".......아 진짜."


     안나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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