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장 177화 오전의 원숭이와 오후의 매(2)
    2023년 07월 09일 23시 15분 5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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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흑기사가, 큰 흑기사의 옆구리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만 뛰어오르더니, 보기에도 가볍게 손으로 밀어 올렸다.

     일어서는 거대한 흑기사. 일어남과 함께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멎을 지경이다.

     하지만 이내 흑기사상은 멈추었다 .......

    "............ 저, 저것이 흑기사."
    "대, 대단해 ...... 다 큰 남자 여럿이 모여도 못해낸 것을!"
    "대단해, 대단해!"

     박수가 터져 나오자, 이를 알아차린 흑기사가 손을 든 것을 시작으로 절규에 가까운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흐, 흑기사님 ......"
    "이것은 정말로 필요한 걸까 ......"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용감하게 서 있는 자신의 모습에 의문을 품는 흑기사.

    "그거야 물론! 예, 정말 필요합니다! 당신의 위엄을 알리고, 그 모습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는!"
    "...... 그런가 하지만 봐라."
    "예 ......?"

     흑기사가 흑기사상을 가리켰다.

    "...... 쌍검을 들고 있지 않은가."
    "아, 예...... 그렇게 만들게 했으니까요."
    "나는 기분에 따라 무기를 결정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솔선수범해서 쌍검을 사용해야만 하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해 ......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거든."
    "정말, 죄송합니다아!!!!"

     책임자인 그는 나쁘지 않다. 포즈와 무기를 지정한 자은 왕이었으니까.

     엔제 교단에서 강제로 몰수한 아크 대성당은, 흑기사의 본거지로서 증정되었다.

     흑기사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수많은 인파가 연일 주변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럼 반대편에 대검을 든 흑기사님을 배치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름 훌륭한 제안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 지금 당장 필요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나에게, 하나 더 세운다고? 해태도 아니고 그만둬......"

     여전히 열광하는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며 발걸음을 돌리는 흑기사.

     어디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어디로 갈지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본인만이 알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다.

     그는 또다시 강자를 꺾고 약자를 구하러 가는 것이다.

    "흑기사님, 이번엔 어디로 가십니까?"
    "응? 어디냐니 ............ 보는 대로 안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



     ......



     ...




    "ㅡㅡ미안하군. 너무 시끄러워서 도와주러 왔다."

     면회를 온 손님에게 사과를 하고, 다시금 마주 보는 자리에 앉는다.

     바쁘게 오가는 왕성의 메이드들. 엔제 교단에서 흑기사의 본거지의 것으로 인테리어부터 장식까지 교체 작업을 하는 업자들.

     그들이 보이는 예배당 한쪽 구석,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간이 공간에서 한 기사복을 입은 남자와 대면한다.

    "괜찮다. 연락도 없이 들이닥친 것은 나다."

     소드 소덴은 숙련된 기사도 기겁을 하는 기질을 풍기는 흑기사의 앞임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앉아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놀림이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부드러움을 보여주고 있다.

    "왕에게서 뭔가 허락을 받고 내게 급한 일로 왔다지? 그래서 그 내용............ 그전에, 잠깐 거기 있는 소년?"

     흑기사가 소드의 뒤를 살피며 말을 건넨다.


    "앗, ......!"

     그곳에는 할아버지, 누나와 함께 왕도에 온 브렌 소덴의 모습이 있었다.

     자그마한 몸으로 즐겁게 목검을 휘두르고 있다.

    "연습 중이라 미안하지만, 그 ...... 집중해서 검을 휘두르고는 있지만,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라서."
    "것 봐, 흑기사도 자세가 신경 쓰인다잖아. 이렇게 드는 거야."
    "그런 말 안 했는데, 이야기 좀 들어줄 수 있을까 ......?"

     기둥에 등을 기대고 지켜보던 누나 키리에가, 한숨을 내쉬며 동생을 챙긴다.

    "...... 너희들!!"
    "앗 ............"

     예배당을 마비시키는 일갈을 받자, 남매만이 아닌 근처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몸을 움츠린다.

     험상궂은 표정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며 소드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브렌에게는 내가 가르치겠다고 했다. 자세에 나쁜 버릇이 깃든 모양이지만, 그보다 발의 위치가........."
    "용건은??"

     흑기사의 재촉에, 소드는 다시 자리에 앉아 본론을 말한다.

    "아마도 귀공은 지금부터 엔제 교단의 고위 간부 등이 숨어 있는 도시로 향할 게다. 그러니 꼭 부탁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만."
    "...... 그것은 정식으로 의뢰하는 건가?"
    "아니, 극비리에. 비밀리에 수행해 달라는 거다."
    "그럼 손자가 뒤에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 ......?"

     작은 목소리로 지적하는 흑기사를 뒤로 한 채, 소드는 매의 눈빛을 날카롭게 만들며 옛 부하를 떠올린다.

    "벌써 20년이 지났지."
    "이어지는 건가 ......"
    "폐하께서 엔제 교단에 대해 분명한 적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내 부하가, 엔제 교단으로 전향했다. 그는 대단한 실력의 남자로, 누구도 감당할 수 없어 '배신의 대기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

     전성기 시절 소드가 키웠던 그 기사가 대주교들의 부대를 이끌고 있으니, 고전은 불가피.

     그래서 소드는 흑기사를 선택했다.

    "...... 녀석을 끝장내었으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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