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길 거라고 믿어주지 않았구나."
"그런, 일은."
"아니 ...... 알고 있어. 내가 이길 거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료는 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방금 전의 대결에서는 유이에게 한순간의 틈을 찔려 아쉽게도 패배했다.
그 상태로 전투가 계속되었다면 자신은 제압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자신이 나아가는 길을 ...... 스스로 깎아내리지 말아주세요 ......"
"어떻게 긍정하라는 건데. 나는, 나는 '야마토'의 두 번째 후보야. 선생님이 말씀하신 ...... 누나가 안 되었을 때 그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뽑힌 예비 각성자라고."
료는 자신이 선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어디 있어도, 무슨 짓을 해도 ......! 나는 누나의! 유이를 대신할 수도 없는, 두 번째 존재라고! 교황으로서도, 칠성사로서도 ......!"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첫째라서 그런 것이 아닌, 무엇보다도 유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좀 더 힘이 있었다면 유이는, 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설 필요도 없었을 텐데 ......! 싸움에 적합하지 않은 주제에 성녀가 되는 일은 ......!"
떨리는 주먹은 손톱이 피부를 찢어 피를 흘리고 있다.
너무도 굴욕과 실망과 절망에, 료는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료 씨."
가느다란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처럼 약해진 마리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당신이 나아가는 길에 ...... 분명 당신이 스스로를 구원할, 계기가 ......"
"아니. 나는 ...... 너에게 구원받고 싶었어......."
그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녀의 생명에 위기는 오지 않았다는 것을. 무모하긴 했지만, 사실 눈에 띄는 외상은 없다.
다만.
쌓인 전투로 인한 감각의 회복이.
칼을 맞댄 전우들의 얼굴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 생각했던 소녀에 대한 마음이.
일시적으로 발생한 마리아라는 인격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
아니....... 본래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시적인 뚜껑이, 내면에서 발생한 의지라는 이름의 불길에 의해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야."
마리아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간다.
아름다운 진홍빛 눈동자가 점점 가늘어진다.
"기, 기다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애타는 표정으로, 어느새 료는 마리아의 가슴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를 ...... 두고 가지 말아 줘. 응, 마리아."
이름을 부른다. 그것뿐인데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마리아의 떨리는 손이 료의 뺨에 닿았다.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 ......울지...... 말아요."
"──그렇다면 없어지지 말라고! 네가, 네가 없어지면 ......!"
시야가 흐려진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인생을 바꾼 붉은 눈동자의 색만은 선명하게 보인다.
"미안, 해요 ...... 그래도 료 씨는 ...... 료 씨의 손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어요 ...... 그렇게, 믿으며......"
마리아의 손이 떨어진다. 급히 그것을 잡는다.
눈은 감기고, 말은 도중에 끊겼다.
"야."
흔들어도 반응은 없다.
희미한 숨소리만 들릴 뿐이다.
(............ 아)
다음에 마리아가 깨어났을 때.
그것은 분명 마리아가 아니라는 것을, 싫어도 이해했다.
"............"
쿵, 하고 몸에서 힘이 빠졌다.
움켜쥔 그녀의 작은 손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
깨어나면 아마 적일 것이다.
그럼 여기서 죽여버리면 된다. 금방 깨어날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