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부-2 심혈을 기울인 라멘(2)
    2023년 06월 11일 16시 11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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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시간의 피크타임을 지나, 오늘은 슬슬 영업을 끝낼까 싶어 손님들의 추세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호오, 여기가 요즘 유명한 포장마차인가."

     장막을 걷으며 포장마차에 모습을 드러낸 자는, 낯선 황제 수염의 아저씨였다.

     목을 자보로 장식하고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한, 한눈에 봐도 귀족이다.

     이런. 귀족이 이런 동네에 밥을 먹으러 올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손님, 실례지만 줄을 서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음, 그거 실례했다."

     아저씨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순순히 사과했다.

     여기서 고집을 피우면 주먹맛을 보여주려 했는데, 뭐야. 잘 알아듣잖아.

    "그보다, 왠지 사교계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은......"
    "잘 기억해 둬, 버미타스 경이야. 슈텔트라인의 귀족 중에서도 음식에 관한 한 가장 뛰어난 식견과 집착을 자랑하는 미식가라고."

     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유트가 재빨리 보충 설명을 덧붙였다.

     이 녀석, 다른 나라 왕자님인데 나보다 더 잘 알다니 ......

    "대단해. 왕도의 유명한 미식가까지 왔구나."
    "저 사람은 평민을 위한 미식가 책을 내기도 하니까 좋단 말이지."

     이미 카운터에 있던 손님들이 버미타스 경을 보고 탄성을 지른다.

     오~. 평민들에게도 평판이 좋은 귀족이라니 드문데.

     아니, 악덕 귀족이 많은 게 아니라, 정치나 전쟁 같은 일을 하다 보면 평민들에게 호감을 얻을 일이 별로 없단 말이지.

    "............ 에?"

     그 버미타스 경은, 나와 유트를 노려보면서 웃기게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괜찮아? 턱이 배까지 내려갈 것 같다고.

    "...... 잘못 봤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문가의 외동딸과, 이웃나라의 세 번째 왕자가 둘이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눈을 몇 번이고 비비고 있는 그의 곁으로 그림자가 슬그머니 다가온다.

     대기 장소인 카페에서 나온 린디다. 그녀의 뒤에는 사복 차림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지크프리트 씨의 모습도 있다.

    "맞아요, 버미타스 경. 저 녀석들은 진짜예요."
    "하, 하트세츄아 경의 여식까지...... 이건 소문으로만 듣던 피스라운드 가문의 장녀가 자주 한다는 발작적인 기행인가?"

     누가 발작적으로 기행을 한다고?

     그 소문을 퍼뜨린 놈은 사형이야.

    "맞아요."

     린디는 무자비하게 단언했다.

     어째서? 친구인데 왜 안 감싸줘?

    "그런가, 이게 ...... 그렇군."

     버미타스 경도 턱을 긁적이며 납득한 목소리를 냈다. 기행 캐릭터가 정착되었어? 거짓말이지?

     뜻밖의 나쁜 소문을 들은 내가 굴욕감에 몸을 떨고 있을 때, 계속해서 린디가 카운터 너머로 얼굴을 들이민다.

     아무래도 다른 손님이 듣지 못하게 하려는 모양이다.

    "......야, 인사 정도는 해두라구."
    "네?"
    "버미타스 경은 네 행동의 문제가 귀족원에서 다뤄질 때마다 미리온아크 가문과 함께 널 옹호해 줬단 말이야."

     오~ 몰랐어. 아군이 있었구나. 적을 알아보고 때려잡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버미타스 경은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인지 어깨를 으쓱하며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하.....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소문을 들어서 너를 따르는 것이 나중에 이득이 될 거라고 판단한 것뿐이었어. 솔직히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지만."

     마지막 한마디에 진심 어린 뉘앙스가 묻어났다.

     나도 내 후원은 싫어. 너무 도박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아.

    "폐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네요."
    "뭐, 종합적으로는 플러스니까 다행이지만. 그리고 경호도 잘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나는 줄을 서서 기다리도록 하지......이야~ 기대되는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버미타스 경은 곰 같은 동작으로 줄의 맨 뒤쪽을 향해 걸어갔다.

     엄청 신이 나 있어.

    "......그래서. 우리한테 결국 뭘 보여주는 건데?"
    "전혀."

     일단 귀족이 왔으니 입 다물고 나가준 두 사람.

     아무래도 나와 유트가 하는 특훈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야, 눈치가 없네." 하고 나는 라멘을 가리키며 말했다.

    "라멘이란 그릇 안에 형성되는 하나의 세계 ......! 이 절차를 완전히 습득하는 것은 즉, 세계를 생성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것과 같은 위업이랍니다!"
    "유트, 돌아갈 준비나 해."

     린디의 목소리는 정말 차가웠다.

     진심으로 시시하다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만 나올 수 있는 목소리였다.

    "뭘 좀 아네!"
    "이야 진짜 그 말대로다!"
    "이 요리에는 세계가 담겨 있어!"

     한편, 손님들에게는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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