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17 점화-Ignition-(2)
    2023년 05월 28일 20시 52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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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빈의 곁에서 멍하니 로이의 시합을 보고 있자,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돌리니, 얼굴색이 변한 유이, 린디, 유트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어, 어이 이런 곳에 있었냐고 ......! 큰일 났어!"
    "저거 어떻게 된 거야!? 전에 봤을 때랑 다른 사람이잖아!"

     아, 역시 ...... 그렇구나.

     린디 녀석, 크라이스의 저주를 간파하지 못했구나. 이번 운동회 기간 동안 크라이스와 대화할 기회도 없었을 테니. 그런데도 롭존의 '화해절명'은 잘도 알아챘네.

     아마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그녀의 능력이 급증했다...... 아니, 사정을 감안하자면 봉인이 풀렸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란, 말할 것도 없이 그 마안 사용자의 싸움이겠지.

    "네, 그 남자의 육체적 마력 부적합이 해소된 것 같네요."
    "뻔뻔한 얼굴로 말했지만, 범인은 이 여자다. 선천성이 아니라 저주의 일종인 것 같아서, 저주를 풀어줬다고."

     곧바로 로빈이 척! 하고 엄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는 웃으면서 그 엄지손가락을 잡고는 구부러지지 않아야 할 방향으로 구부렸다.

    "아야야야야야야! 어이! 그만......아야야야야!! 미안해! 미안하다고! 고자질은 확실히 문제였다!"

     솔직하게 사과할 수 있음은 좋은 일이다.

     만족한 나는 로빈의 손가락을 놓아주었다. 그는 진심으로 아파하는 표정으로 손가락이 원래대로 돌아갔는지 확인했다.

    "꽤 친한 사이인 것 같은데, 한 때 클럽에서 활동할 때 알던 사이였어? '세기의 에이스'랑."
    "네, 클럽을 그만둔 후로는 오늘이 처음이랍니다."

     내 말에, 세 사람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 ...... 그런 것 치고는 너무 호흡이 맞지 않나요......?"
    "뭐, 신경 쓰이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저주를 풀었냐? 로이를 괴롭히는 짓이잖아."

     유트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질문이다.

    "풀 수 있는 저주라는 걸 알아차린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아요."
    "...... 악역 머시기 하는 것 치고는, 네가 하는 일은 언제나 정의의 편이니깐."

     린디의 지적에 유이 양과 유트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치지 마, 악당영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뇨, 그 반대랍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저 이외의 악의 흔적을 남김없이 멸망시키고 싶을 뿐. 그렇다면 애초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 아닐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옆자리에 앉은 유이 양이 입을 열었다.

    "저는 ...... 마리안느 씨의 행동을 지지하고 싶어요."
    "유이, 너까지 ......"

     린디와 유트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서, 유이 양을 따라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타가하라 유이 씨? 차기 성녀님이시죠? 경칭이 좋으시다면 ......"
    "네. 안녕하세요, 로빈 스나이더 씨. 지금은 그냥 학생이니 존댓말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서 짜증 난다. 예의를 지킬 거라면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위대한 나에게 좀 더 예의를 보이라고.

    "그래서 왜 저주의 해제를 지지하는 거지? 같은 중앙학교잖아?"
    "아마, 이 중에서 로이 군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저라고 생각해요. 로빈 씨도 꽤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 아아, 불쾌하게도 그 녀석의 심정을 잘 알 것 같아."
    "그렇다면 분명 알 수 있을 거예요. 전력을 다해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만일 마리안느 씨가 알아차리고도 저주의 해제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가장 비난할 사람은 로이 군이라고 생각해요."

     유이 양의 말에, 로빈은 얼굴을 무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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