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낮은 목소리에, 나는 무심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공기가 굳어지는 것을 감지한 크라이스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 싫다 싫어. 역사 교과서에 이름이 실릴지도 모르는 천재님들한테 둘러싸였다고!"
배려도 할 줄 알다니, 웨스트교는 정말 우수하다.
"다행이네요. 뒤집어 말하면 당신도 천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랍니다."
"방금 그거 너무 지나친 거 아냐?"
"아무리 장난을 쳐도 한계가 있지 ......"
소소한 수다를 떨며, 세 사람은 무대 위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다만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크라이스는, 가끔씩 객석, 특히 귀족원 사람들이 앉아 있는 귀빈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당신의 경기를 보러 온 사람도 있나요?"
"아버지가 보러 왔을 텐데...... 가문이 가문이라, 적이 많은 사람이라서......."
"당신도 원망받고 있나요?"
"많이."
하아, 라며 탄식한 클라이스가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
"난 역시 안 맞는 것 같아."
"엥, 뭐가요?"
"아직 모르겠다고. 나를 위해 싸우는 건지,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건지 ...... 뭐랄까, 진흙탕인지 깨끗한 건지, 어느 쪽이 더 좋냐는 느낌."
아무 생각도 없는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그도 여러 사정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 그 부분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은 채 준결승 진출이 결정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만.
"흥. 그런 시시한 고민에 빠져 있으니 네놈은 일반인인 거다."
내가 어이없어하고 있자, 크라이스의 건너편에 앉은 로빈이 무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넌 그런 시합을 하고서도 여전히 쿨한 캐릭으로 밀고 나갈 생각이냐."
"...... 한 마디만 해두자면, 이 행동은 확실히 일부러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미 몸에 배어버린 바람에, 그, 그거다."
"아아, 그래그래. 이 아이와 싸울 때면 본래의 성격이 나온다기보다, 옛날로 돌아가 버린다는 뜻인가?"
그래서, 어느 쪽인데? 라며 크라이스가 다음 말을 재촉한다.
"둘 다."
"그렇겠죠, 동의해요."
나와 로빈의 말에, 크라이스는 침묵을 지켰다.
"진흙탕에서, 그리고 아름답게 이기도록 하세요."
"그 말대로야. 이 녀석한테 들었는데, 진흙 속에서만 피는 꽃이라는 게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그런 뜻이다."
"네, 그걸로 전부 해결됐네요."
두 천재의 고마운 조언에, 크라이스는 한동안 입을 다물었다.
크라이스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천재님들의 말, 어렵구만."
말투에 비해서는 조금 털어낸 것 같긴 보이지만.
하지만 그건 그렇고.
"............"
"응? 왜 그래?"
방금 이야기, 특히 가문이 원한을 품고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
운동화의 뒤꿈치로 땅을 두드려서, 그곳을 기점으로 나의 우주를 간결하게 생성한 뒤, 반경 1미터 정도로 넓혔다. 딱 크라이스를 포괄하는 정도다.
"읏 ......"
"응? 어? 뭐야 이거?"
그의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 보통 사람과 다르다. 나쁜 의미로.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처럼, 여기저기에 단절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배치를 종합적으로 보니 내가 품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선천적인 부적응자로 치부하기에는, 방해하는 방식이 너무 효율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인위적인 배치로 보이는 것이다.
"뭔가 하고 있나......?"
"뭔가 으슬으슬한데 ...... 어, 아무것도 안 느껴지잖아."
"이쪽도 그래. 그보다 조용히 있는 이 여자, 얘 때문이잖아"
"집중하고 있으니 잠시 조용히 해 주세요."
하지만 본질적인 부분에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각각의 버그가 지정한 장소에서 발생하도록 하는 방해 시스템의 설계도가 내장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