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부-5 표명-Statement-(4)
    2023년 05월 15일 22시 24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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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카페 라스트리조트'로 돌아갔을 때, 아마도 내가 건네준 레시피대로 만든 파스타가 세 가지 정도, 마침 평평한 접시에 담는 중이었다.

    "나중에 파스타용으로, 바닥이 좀 더 깊은 접시를 마련해야겠네요."
    "오, 어서 와."

     문을 열고 가게 안으로 들어선 나를, 롭존 씨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많이 늦었네."
    "네. 연극을 통해 친해진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과 잠깐 차를 ...... 아, 여기 데리고 오면 좋았을지도 ......"
    "왜 이럴 때 손님을 불러오지 않는 거야!?"

     아무리 나이트에덴이라도 여기는 무서워할 것 같아서......

    "그보다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군대에서는 어떤 마법을 사용했나요?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은 것 같은 게 있으면 특히 알고 싶어요."
    "가르쳐 줄 리가 있겠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거절해 버리는 롭존 씨.

     이쪽은 협력하고 있다고. 처신 잘해.

    "...... 그, 그렇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아니 뭐, 그렇겠지. 이런 게 있다 하는 수준이라면 괜찮겠지만..."
    "정말이요! 어떤 건가요?"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내 들고서, 나는 카운터 너머로 몸을 숙였다.

     롭존 씨는ㅡㅡ찰나의 순간, 표정이 굳었다.

    "고문용 마법이 있었다."
    "마법으로, 고문을요? 별로 효용성이 없어 보이는 ...... 아, 정신에 작용하는 그런 거요?"
    "아, 아니야. 금주와는 또 다른 ...... 금지된 것이라기보다는 사용하는 것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 윤리적으로 좋지 않은 마법이다."
    "흐음~......"
    "이 마법을 부여받은 물질은 생물이든 아니든, 파괴될 경우 초고속 재생하는 성질을 지닌다. 이로 인해 대상자는 영원한 고통을 맛보게 되지."

     어? 무기물이든 유기물이든 상관없다는 거야?

    "무서워......"

     그런 마법은 모른다고. 너무 무섭잖아.

     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메모를 한 후, 카운터에 놓인 접시 중에서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적당히 덜어냈다.

     배고프니까 이거 먹을래. 공짜로 먹어도 되겠지?

    "내 상사의 상사...... 뭐, 그거다. 나 같은 놈을 발탁해 준 사람이 개발한 마술이야. 너도 아마 그 사람에 대해 교과서에서 배웠을 거라 생각해."
    "네? 싫은데요. 저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전부 싫은데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의 표본 같은 언행이네 ......"
    "저는 그런 일에 꽤 강하답니다."
    "그런 뜻이 아니고."

     포크를 들고 소스를 조금 입에 넣는다.

     맛있다. 진짜 잘 만들었다. 정말 이 사람, 방향성만 제대로 잡으면 정말 뛰어나.

    "배울 필요도 없고, 사용할 필요도 없다. 그런 부류의, 옛날에 있던 마법이다."
    "...... 그런가요."

     슬슬 이 사람이 원래 소속되어 있던 부대, 냄새가 나기 시작했어.

     아서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전쟁이 지옥이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이건 바로 그런 지옥의 한가운데서 쓰일 법한 마법이다.

     말투로 봐서는 사용하는 쪽이었겠지. 나라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평화를 위해.

    "............"

     나는 한동안 말없이 파스타를 먹어치웠다.

     그 사이 롭존 씨는 자신이 만든 또 다른 파스타 두 사람 분량을 열심히 먹어치웠다.

     
     문득 묻고 싶었다.

     나이트에덴과 둘이서 나누던 대화.

     그건 제삼자에게는 어떻게 들릴까.

    "롭존 씨, 세상을 구하고 싶다고 생각하세요?"

     내 물음은 요점을 파악하지 못했고, 타이밍도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크를 움직이던 손을 멈추더니, 입을 다물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생각해. 내 힘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면........ 하지만 이건 방향성 없는 소망이다. 무엇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꿈으로 끝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그래, 사실 소원이라는 것은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이트에덴에는 그것이 없었다.

    "만약에."
    "응?"
    "만약 방향성 없이 그저 무질서하게 전방위적으로 모든 것을, 모든 수단으로 구하려 하고 ...... 그것을 실제로 이룰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덧붙여진 질문에 대해.

     롭존 씨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른 웃음을 지었다.

     

     

    "그건 뭐.......신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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