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 21 바보는 도달한다(8)
    2023년 05월 07일 23시 41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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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분명 그래요. 일단 그곳에 도달하기로 결심했으면, 그것을 위해서 뭐든지 해서, 무모하든 뭐든 간에 무조건 달려가는 부류......"
    "아, 아니야."

     놀랍도록 한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에 알트리우스 자신도 깜짝 놀랐다.

     하지만 흘러나온 말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너와는, 달라. 너처럼 달릴 수는 없어."
    "어째서요?"
    "이유가 아니라 결과잖아!? 나는, 달리기를 그만두려고 해.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그만두었고 달렸던 게 아냐. 단지 이끌려가던 것뿐이었지. 사명이나 운명 같은 것에......"
    "거짓말이네요."

     어깨를 으쓱하며, 마리안느는 한 발짝 다가섰다.

     몸을 움찔거린 알트리우스는 뒤로 물러섰다.

    "지금 당장 골드리프 씨를 깨워서 섭리를 발동시켜 주실래요? 정말 포기했냐고 물어보세요."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겁먹고 있잖아요. 자신의 본모습을 똑바로 보세요. 당신은 스스로 꺾인 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잖아요."

     또 한 걸음, 마리안이 전진한다.

     뒤로 물러서려는 알트리우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팔을 잡았다.

    "그만...... 그만해 ......."

     시선이 겹쳐지는 것이 무서웠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마안 보유자가 눈을 맞추는 것은 자신이 승리하기 위한 전제이자 승리 그 자체였으며, 무심코 눈을 맞추게 되는 인간에게 동정심마저 느꼈었다.

     그런데 지금은....... 무섭다. 가장 큰 무기가 무력화되었고, 게다가 그 진홍빛 눈을 보는 것이 두렵다.

    "이쪽을 보세요, 알트리우스 씨"
    "그만해!"

     얼굴을 가까이 대고 들여다보는 마리안느. 그의 목에서 비명이 새어 나온다.

     

    "그 눈으로 나를 보지 마!!"
    "나한테서 눈 돌리지 마!!!"

     

     
     번개에 맞은 것처럼, 알트리우스는 경직되었다.

     진홍색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마의 눈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와 눈을 마주친 적은 얼마만일까. 아니, 그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알트리우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ㅡㅡ타인과 눈을 마주치며, 그저 말할 수밖에 없다.

    "나는 ...... 나는 단지, 꺾일 수조차 없었던 것 뿐이다 ......!"
    "결과적으로는 꺾이지 않은 것이 전부랍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어중간하게 ...... 계획조차 실행하지 못한 채 ......!"

     고개를 흔드는 알트리우스의 팔을 놓은 마리안느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똑바로 서야죠. 그렇지 않으면, 번개조차도 떨어지지 않아요."
    "......!"
    "애초에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어요. 당신이 지금 여기서 저를 쓰러뜨리면 골인할 수 있잖아요."

     깨달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가려는 것일 뿐이었다.

    "설령 그것이 파멸의 길이라 할지라도. 가야 할 길을 정하고 스스로의 발로 계속 달리는 것, 그것이 바로 유성의 존재 방식! 제가 긍정하지요. 당신은 유성이라는 것을!"

     마리안느는 진홍색 날개에서 추력을 발생시키며 공중에 떠올랐다.

    "그래서 쓰러뜨릴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의 빛보다 저의 빛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서라도──쓰세요, 당신의 최대, 최고, 최강의 일격을!"

     마리안느의 말을 듣고 알트리우스의 두 눈에 빛이 깃든다.

     마안을 발동할 때, 깊숙이 파고드는 이상한 스위치가 아닌.

     그저 자신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의지의 힘. 그것은 사람들이 각오라고 부르는 불꽃의 흔들림.

    "그, 그래. 나는 ...... 나는 ......!"

     계획은 헛수고였을까. 아니, 지금 여기서 포기하면 정말 헛수고가 된다.

     목적을 위해 계속 달려온 나날들. 진흙탕을 마셔도 마지막엔 웃어주겠다며 계속 싸웠던 시간들.

     과거의 내가 호소하고 있다. 아직 지지 않았다. 아직이다.

     아직ㅡㅡ알트리우스 슈텔트라인은 아직 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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