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20 최후의 탑(1)
    2023년 05월 06일 20시 18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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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은 쉽게 망가지는 거야"

     자신의 입에서 내뱉는 말의 온도에 깜짝 놀랐다.

     목소리 톤은 잔잔한 수면 같았지만, 그 밑바닥에 깔린 격정은 대조적으로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거지."

     손 위에 잠들어 있는 작은 새를, 정원 한 구석에 파놓은 작은 구멍에 눕힌다.

     자신의 마력에 의해 죽은 새였다.

    "나라면 할 수 있어. 이 '생명'을, 수단으로 쓸 수 있어.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어."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목소리.

     장엄하며, 때로는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로 자신에게 종말을 명령하는 목소리.

     

    "세상이 멸망해야 한다든가, 인류는 어리석다든가, 하는 건 잘 모르겠지만 ......"

     어린 시절의 알트리우스는 자신이 분명 그늘을 걷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끝난다. 어쩔 수 없이 끝날 거야. 그리고 나에게는 끝낼 수 있는 힘이 있고."

     나는 작은 새의 시체에 흙을 덮어주고 나서, 확인하듯 중얼거렸다.

     들리는 목소리는, 명료하게 언어화할 수 없어도 의미만 전달하는 그 말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설령 대답을 한다 해도 알트리우스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알고 있어 ...... 그런 거라는 걸."

     다만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소년이 그 눈동자에 요사한 빛을 띄우며 입술을 깨문다.

    "그럼 해줄게. 네 말대로 따라준다고 했어. 언젠가 세상을 멸망시키기 위해 나는 강해질 거야."

     부모를 떠나.

     마안을 거래 재료로 삼아, 불법 인체실험을 하는 컬트 집단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마안의 힘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끌어내고,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한다.

     결국 교단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하고 모든 흔적을 지운 후 퇴마 기관에 들어갔다.

     사랑이 필요했다.

     사랑만 있었다면, 어쩌면 이 목소리에 이의를 제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어떨까.

     사랑을 알았다고 해도, 정말 그만두었을까.

     무조건적으로 이 세상을 유지-운영하는 편으로 돌아섰을까.

     
     피와 살과 물리 현상, 그리고 마력과 신권.

     알트리우스가 보기에는, 전부 역학적 작용에 의해 작동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진정한 의미의 신비란 존재하지 않는다. 마력을 통하지 않는 물리 현상에 비하면, 방정식은 신의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라는 말장난.

     그 모든 것을 밝혀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에게, 세상은 단순한 시스템에 불과하다.

     그래서 내가 그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해 태어났다면, 그 사명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론으로서는 알고 있지만 받아들일 수 없겠사와요."

     

     


    "──── 그래야 너다, 피스라운드."

     

     

     

     

     ◇◇◇

     

     

     

    "마리안느...... 잠꾸러기구나......"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웬 ASMR!?

     눈을 번쩍 뜬 나. 하지만 시야에 들어온 것은 침대의 천막이었다.

    "뭐야 ......!?"

     어딘데 여기.

     덮여 있던 두툼한 이불을 걷어내자, 나는 내가 평소의 지옥 같은 풍경 한가운데, 기묘하게 떠 있는 킹사이즈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장난을 치는 사람은 한 명. ...... 아니, 한 놈.

    "무슨 일인가요, 대악마 루시퍼 ......!"
    "마리안느, 네가 혼자 멋대로 떨어졌을 뿐이다."

     침대 옆 게임용 의자에 앉아 라이트 노벨을 읽고 있는 대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혼자 사는 오타쿠냐고.

    "...... 뭐 읽고 있어요? 익숙한 캐릭터 디자인이 있는 것 같은데요."
    "블랙 불릿 11권이다."
    "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무슨."

     내가 환생한 후에 발매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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