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감질나네~! 어이 전설의 나무! 얼른 일해라! 아니 그래도 기사의 감정을 억지로 왜곡하는 건 순애보로 인정할 수 없어서 싫으니까, 예를 들어, 그러고 보니 이 아이도 여자아이구나 ...... 라고 다시 한번 의식하게 되는 수준으로 작동해라! 그 때문에 존재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
나는 숨죽이며 무심코 양손을 꽉 쥐고 있는 그 순간이었다.
"오 ......너, 여기 학생인가?"
뒤돌아보니, 허름한 옷차림의 남성이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지금 좀 바쁘니 나중으로 해주세요."
"엥."
얼굴을 돌린다.
전설의 나무 아래에는 더 이상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
어떻게 된 거야! 뭐야! 걸×기사는 성립된 거야!?
놓쳐버렸다! 젠장 ......!
어깨를 으쓱하고, 다시 한번 말을 건네는 남자를 돌아본다.
"...... 네, 그래서, 뭐죠?"
"음, 너 1학년이지? 나, 작년에 졸업했는데~. 그래서 아마 처음일 테니, 내가 여러 가지를 안내해 줄 수 있을 거야."
이거 작업 거는 거야? 작업 같네.
교복 차림의 나에 비해, 저쪽은 외출용 사복 차림. 가슴이 열린 셔츠에 재킷, 목에 두른 금색 목걸이. 마법학교라기보다는 가부키초에 있는 사람 같네.
아마 귀족의 아들이겠지. 평민의 사복이 아니잖아. 대학생이 여고생을 유혹하는 것과 비슷하다. 범죄라고, 범죄!
"그래서 제안인데, 잠깐 둘이서 같이 돌아다니지 않겠어? 나도 후배들에게 인사도 하고 싶어서 말이야~"
"네에?"
맞장구를 치다가, 점점 피곤해지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너 같은 잡놈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 그냥 발로 차버려야겠다.
그래서 S 트리거 발동!
"죄송합니다, 실은 친구를 찾고 있는데요."
"그랬구나! 그럼 같이 찾아줄게,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찾기가 힘들지 않겠어?"
어? 전혀 트리거가 통하지 않잖아.
역시나 깜짝 놀랐다. 파괴 저항력이 있는 건가?
"자, 그럼 가볼까?"
"아 잠깐."
오른손을 잡혀서 잡아당겨진다.
어? 생각이 안 따라가. 너무 강압적이잖아, 뭘 하려는....
"──피스라운드 가문의 외동딸과 둘이서 학교 축제를 돌아다닌다.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거니까, 조금은 이해할 수 있어."
손이 확 떨어졌다. 나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잡혔던 손을 치마로 문질렀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상황을 확인한다.
옆에서 뻗어 나온 검은 장갑을 낀 손이, 작업남의 팔을 꽉 쥐고 있었다.
"이......!?"
"하지만 깔끔하지 않아. 백번 양보해도 무리하게 손을 잡는 것은 좋지 않아. 왜냐면, 내가 아닌 그녀의 지인에게 들키면 당신의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지."
"뭐, 뭐야 너......."
갑자기 나타난 넥타이 차림의 남자는, 제모를 쓴 채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자유로워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아, 지금 이 사람, 안경을 쓰지 않고 시선을 맞추고 있어.
"심심풀이로 작업 거는 거지? 집에 돌아가."
"──────아아, 그래."
고통에 찬 표정을 짓고 있던 작업남이, 갑자기 목소리 톤을 바꿨다.
텅 비어버린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 마안."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는 홱 고개를 돌렸다.
"어른스럽지 못했을까?"
"아뇨 ...... 깔끔했던 것 같아요."
평소와 다름없는 옷차림과 낮은 목소리. 안경을 쓴 백발의 청년.
학교 축제의 소란스러움 속, 한 방울만 뚝 떨어트린 듯한 비일상의 청년.
알트리우스 슈텔트라인이 그곳에 있었다.
...... 주머니에서 책자를 꺼내 들고, 한 손에는 솜사탕과 초코바나나를 든 채로 당당하게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