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5 애인으로는 충분하지만(2)

[저기, 로이 ...... 당신은 뭐 하고 있는 거죠?　학교 과제에 게르니카 사이즈의 캔버스를 사용할 수 있나요?]
[이건 행복이라는 제목이지]
[오~...... 숲 속 깊은 호숫가인가요]
[어렸을 때 너와 함께 피서지에 갔던 적이 있었지?　기억은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곳을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는 거야]
[꽤나 생각이 깊으시네요]
[이제 이 호숫가에 작게 나와 너를 그리면 완성이야]
[으 극혐. 아, 깜짝 놀라서 그대로 말해버렸네요. 아니?　냄새 맡지 말라고요]

　

〇잠자리헌터  네 주변 사람들 다 예술가 기질이야......
〇red moon 린디와 유트는 깔끔하게 마무리했잖아
〇바깥에서왔습니다  핵심 3명이 고집불통 몬스터일 뿐이라고.

　

　게다가 두 명은 과제 제출일에 맞춰서 꼼꼼하게 마무리했으니까.

　마지막에는 둘이서만 미술실에 틀어박혀서 작업했다고 하는데.

　그 사이에 나는 기분 전환으로 레벨바이트 저택에 놀러 가거나 왕성에 놀러 가거나 했으니까, 뭐, 그러니 완성되지 못한 것도 당연하겠지만.

　

　

〇일본대표  그냥 땡땡이라고 해.

　

　

　네, 네. 땡땡이쳤습니다........

　쳇, 반성하고 있다고요~

　


〇소꿉친구좋아  사과 못하기 대회 그만둬
〇나무뿌리  참가자가 이 녀석밖에 없는 대회지만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을 뿐이라고.

"뭘 멍하니 있어? 얼른 끝내버려."
"네~"

　뭐, 강사는 칭찬해 줬으니, 장땡입니다.

　
　

　◇◇◇

　


　그로부터 몇 시간 정도 지나, 나는 무사히 마지막 마무리를 끝냈다.

"그럼 뒷정리는 네가 알아서 해."
"알고 있어요. 정말 덕분에 살았네요."
"그래그래...... 그리고 말인데."

　떠나면서 강사 역할을 해준 여자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학교 축제 첫날, 전설의 나무 아래에서 고백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소문 들어본 적 있어?"
"그런 소문이 있어요?　미신이잖아요."
"근데 선배들도 잘 된 커플이 몇 명이나 있다고 하더라!　그보다 학생회가 감시하고 있을 정도니까 진짜라는 생각 안 들어!?"

　너무 필사적으로 긍정해 주길 원하고 있네.

　...... 음........

"상대가 누구죠?"
"읏!　그, 그거 말인데...... 그, 당신의 팬이거든. 그래서 그, 만약 나무 밑으로 가자고 해도 ......"
"그걸 저한테 말해서 어쩌려고요. 당신이 끌고 가세요."

　여학생은 고개를 홱 들었다.

"결과라는 것은 움켜쥐는 것이예요. 옆에서 보면 굴러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당사자가 쌓고 쌓아 올린 결과일 뿐이랍니다. 그러니 저한테 물밑작업하는 것은 전략으로서는 괜찮지만, 정작 중요한 당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사와요."
"...... 응, 그렇겠네. 알았어."
"좋은 표정이네요. 열심히 해봐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학교이며, 이런 청춘의 이벤트가 일어나는 게 당연하겠지.

　

　역시 엑스트라끼리 뭉치면 대화가 달라지기도 하는 걸까요?

　저는 그런 거 좋아하는데 ......

　

〇화성  전란 루트에 들어가면 한쪽이 죽거나 적국에 있는 비통한 엑스트라들의 비명을 들을 수 있다고

 

 

 

　네？

　뭐라고요？？？？

　용서할 수 없어 ...... 절대 내가 지켜야만 해 ......

　남몰래 결심을 굳히고 있을 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가려던 여학생이 문을 열고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 걸즈토크하고 있어 ............ 나 말고 다른 상대와 ......"
"우와, 깜짝이야."

　미술실 문 바깥에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제에 올랐던 유이 양이 있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 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어이쿠, 미안, 놀라게 했나 보네. 상황을 보러 왔지만, 얘기에 열중하는 것 같아서 ......"

　그녀의 뒤에는 로이와 유트의 모습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