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3 현란한 여교황(3)
    2023년 04월 26일 05시 40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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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웨스트교, 『레리미츠』용 아레나.

     작은 상가가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넓이의 그곳에, 우리들의 모습이 있었다.

    "정렬."

     심판의 호령에 따라, 중앙교 선수와 웨스트교 선수가 일렬로 줄지어 대치한다.

     대항 운동회를 위한 연습경기.

     이쪽은 유이, 로이, 유토, 린디,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 명이다.

     저쪽은 필드 재킷에 가까운 옷을 입은 남자 4명과 여자 1명.

    "너."
    "네."

     심판에게 얼굴을 돌리며, 예의 바르게 응대한다.

     웨스트 학교의 교사인 그는 눈썹 사이를 몇 번이나 비비며 다섯 번 정도 쳐다보다가, 내 의자를 가리켰다.

    "저기, 아마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말 미안하다. 저러니까 보충선수에 머물러 있는 거지 ...... 하지만 그, 인간 의자의 형벌은 이제 그만 좀 봐주지 않겠나?"

     나는 식당에서 구타한 남자를 택시 겸 의자로 삼아 입장하였다.

     네 발로 기어가는 그의 복부에, 박차를 한 번 가했다.

    "안타깝네요, 쓸모없다고 하네요. 만약 마음에 드셨다면 취업도 받아들일게요."
    "젠장, 젠장, 웃기지...... 아, 죄송합니다. 부힛. 사람 말을 할 수 없습니부힛."
    "착한 아이네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가리키며 돌아가라고 했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이 된 그는 전력 질주하며 달려가더니, 학교의 다섯 명의 주전 선수들 사이를 지나 몇 번이고 넘어지면서 사라졌다.

    "유트"
    "뭔데, 로이. 꽤나 의욕이 넘치잖아."
    "응. 죽이고 싶은 놈이 있어."
    "의자를 하던 녀석, 후보라서 안 나온다고. 내 말 좀 들어."
    "!?"

     로이는 깜짝 놀랐다.

    "나도 당한 적이 없는데 ......! 마리안느! 취업도 받아준다고 했지?"
    "미리온아크 가문의 차기 당주가 이렇게 사라지는 거 너무 바보 같지 않아?"

     린디의 차가운 시선도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너, 약혼자가 의자가 되어서 어쩌려고 ......

    "좋은 벌이 되었겠구만."

     우리 일행에게 냉담한 태도를 보이던 웨스트교의 일행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저 사람만은, 내가 네발로 걷는 남자아이를 발로 차며 나아가는 광경을 보고 먼저 폭소를 터뜨렸다.

    "그 녀석은 원래 센스만 가지고 있었고 배짱이 부족했어. 이걸로 한 번쯤은 껍질을 깨고 나왔으면 좋겠구마."

     방금 전의 광경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던 그는, 웨스트교의 다섯 명 중 압도적으로 격이 달랐다. 몸에 두른 패기가 있다.

     그냥 생각한다면 에이스겠지만, 의상이 한 명만 다르다. 특징적인 배지가 붙어 있다.

     즉.

    "당신이 지휘관이군요?"
    "맞어. 크라이스 돌먼드야. 잘 부탁해."
    "그런가요. 저는 마리안느 피스라운드입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지휘관이라서요."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손을 내민다.

     상대방도 미소를 지으며 악수에 응했다.

    "본업은 '버서스'인데, 지금은 지휘관 역할을 하는 녀석이 몸이 좋지 않아서 내가 대신하고 있어."
    "우연이네요. 저도 출전한다면 '버서스'쪽이랍니다."

     경기 '버서스'는 이름 그대로 단순한 결투다.

     대항 운동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기인데, 지휘관까지 겸하다니.

     뭐, 나도 할 수 있지만. 나도 할 수 있지만. 나도 할 수 있는데!

    "오? 서로 이상한 경위로 지휘관이 되었구나. 뭐, 전투 감각이 있는 녀석이 하는 게 제일 강하니까. 다만......"

     그때 크라이스는, 밝은 갈색 머리를 쓸어 올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너는 아주 오래전에 '스카이 마기카'의 유소년 선수로 활동했던 것 같은데."

     뒤에서 유이 양이 엥 하고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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