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부-3 현란한 여교황(1)
    2023년 04월 26일 05시 37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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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교는 상업지구와 분리된 대신, 학교 내부에서 거의 모든 생활을 해결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웨스트교는 기숙사제이지만 생활은 학교 주변의 상업지구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왕립 마법학교 웨스트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는 번화가 모퉁이에, 낡았지만 깨끗한 느낌의 레스토랑이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죄송합니다"

     그 식당의 객석에서, 요리사복을 입은 남성이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초로에 접어든 나이의 남자 앞에는, 의자에 앉아 거들먹거리는 네이비색의 웨스트교 교복을 흐트러지게 입은 남학생 4명이 있었다.

    "죄송합니다로 끝나면 마법사도 기사도 필요 없다고!"
    "알고 있는 거냐!?"
    "어엉!?"

     어깨를 들썩이고 눈썹을 치켜세우며, 남학생들은 남자를 향해 소리친다.

     다른 손님들은 서둘러 자리를 떴고, 밖에서도 울려 퍼지는 고함소리에 아무도 다가오지 않는다.

    "그만 좀 해! 삼촌이 벌레를 넣을 리가 없잖아!"

     웨이트리스 소녀가 되받아치자, 남자들은 비웃기라도 하듯 벌레가 섞인 음식을 가리킨다.

     벌레는 이것 보란 듯 냅킨 위에 놓여 있었다.

    "이 스파게티에 들어 있었다고. 다른 세 사람이 봤는데?"
    "한패잖아! 보나 마나 돈을 뜯어내려는 거지!?"
    "아까부터 듣고 있자니 말뽄새가 건방겨...... 너 적당히"

     남자들이 웨이트리스에게 다가가려던 때, 도어벨이 울렸다.

     가죽 구두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 어서 오세요. 저기 지금은 그........"

     당황해서 고개를 숙인 웨이트리스가, 들어온 손님의 얼굴을 보고 당황한다. 남학생들도 할 말을 잃었다.

     들어온 것은 여신도 질투심을 느낄 만한 미모의 두 여자아이들이었던 것이다.

     와인 레드 계열의 교복을 입은 이들은, 여유롭게 남학생들과 점장 사이를 지나 안쪽 테이블에 앉았다.

    "흠, ...... 이곳이 유명하다고 밀레닐 중대원들에게 들었지만, 역시 기사님들이네요. 가게 분위기가 정말 좋사와요. 평점 3.9점은 되는 것 같네요."
    "좋은 분위기네요! 다른 분들은 절차 때문에 먼저 들어가서 아쉬워요."
    "같이 왔으면 좋았는데........ 그래서 유이 양, 주문은 정하셨어요?"
    "아, 하야시라이스와 햄버거 런치로 고민 중이에요"
    "그럼 제가 하이라이스를 주문할게요. 양쪽 따로 먹을 수 있게 할게요."
    "괜찮으세요? 감사합니다."

     남자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두 사람은 메뉴판을 보며 즐겁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 너희들. 여기 그만두는 편이 좋다고. 음식에 벌레가 들어갔으니까."
    "그래그래, 맛있는 곳을 아니깐, 우리랑 같이 ......"

     요리사를 추궁하던 것은 잊어버리고, 그들은 코를 벌름거리며 두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그때 처음으로,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고 윤기 나는 검은 머리의 소녀가 선혈이 끓어오르는 듯한 붉은 눈을 향했다.

    "그 벌레"
    "앙?"
    "열에 약한 종자네요. 요리 때문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주방에 뛰어들지는 않겠지요."
    "......!"

     웨이트리스가 깜짝 놀라고, 남자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너희들은 역시 ......!"
    "예예, 미안했다 미안했어."

     남자들은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지만, 그중 한 명이 문득 깨닫는다.

    "어이! 너희들 중앙학교 교복이잖아!"

     들어온 두 여자아이가 입고 있는 와인 레드를 바탕으로 한 의상은, 중앙학교의 교복이었다.

    "네. 연습경기를 보러 왔답니다. 당신들은 웨스트 학교 분들이네요?"
    "그래. 내가 웨스트교 '레리미츠'의 선수다."
    "넌 보충 선수잖아."
    "시끄러 새꺄."

     네 명 중 가장 건장한 체격의 둥근 머리의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경기 전에 우아하게 식사라니 얕보는 짓이나 하기는. 창피를 당해도 모른다."
    "창피? ...... 아, 그 저속한 표정말인가요?"
    "너."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르며 남학생이 테이블을 팡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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