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어!?]
움직임을 빼앗긴 것을 알아차린 눈앞의 여자가, 황당하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보호대를 차지 않은 네가 잘못이야!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상적인 궤도를 그리며, 이쪽의 팔이 저쪽의 주먹의 바깥쪽을 돌아서 그대로 뺨에 꽂힌다.
상대방의 공격을 간신히 피하며, 크로스 카운터가 성립된다.
"나쁜 꿈 따위는 빨리 깨어나세요! 지금을 사는 자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되잖아요!"
완전히 주먹을 휘둘렀다. 완벽하게 잡은 느낌이었는데, 여자의 몸은 날아가지 않았고 상체가 휘청거리는데 그쳤다.
존재의 밀도가 다르다. 온몸을 던진 일격이, 고무공에 맞은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 아, 그러셔. 양보하지 않는 거네]
"네."
뺨을 문지르면서, 여자가 나를 바라본다.
온몸에 달라붙는 검은 불꽃.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쪽의 몸을 태우려던 것이, 지금은 육체를 보충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당신의 절망에 휩쓸리지 않아요. 저는 그 절망을 품고 달려가도록 할게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할 수 있어요. 왜냐면........"
오른손으로 하늘을 가리킨다.
동시에 칠흑 같은 어둠에 희미한 빛이 비쳤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의 세계로 통하는 문이 삐걱거리며 열리고 있었다.
자, 봐라. 나는 신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내가 승리의 여신이기 때문이니까!
"나는, 밤하늘에 빛나는 자! 어둠을 찢는 자! 태초의 원환을 질주하는 자! "유성』의 금주 보유자이자 세계 최강의 악역영애, 마리안느 피스라운드이기 때문이랍니다!!"
그 선언을 듣고.
악몽의 여인이, 조금은 눈부시다는 듯 눈을 가늘게 하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밀어내고서 현실로 돌아와서.
나는 나이트메어 오피우쿠스를 홀드 오픈하여, 불침경에게 일격을 가했다.
"큭......!"
"불침경, 그것은!?"
나에게 맞은 뺨을 누르고 일어서려던 군신이,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난 것 같다. 오히려 역시 [칠성사]라고 칭찬해 줘야 할 것 같다, 영혼을 갉아먹는 디버프를 받았는데도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접근한 것은 실책이었나 ......! 이번엔 반드시 쓰러뜨린다!"
어깨로 숨을 몰아쉬며 겨우 일어선 군신이, 오른팔을 휘두른다.
순간, 번개가 떨어진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듯, 복수의 거대한 상위존재가 나타났다.
얕잡아보지 말라고, 죽여버린다!
"이것들은 리자드에 주피터를......."
"너프랍니다!!"
"뭐?"
발밑에 마법진을 펼쳐서, 군신이 소환한 상위 존재들을 한꺼번에 끌어들인다.
흑자색의 빛이 대지를 가득 채웠다.
"저것도 너프! 이것도 너프! 그것도 너프!"
그리고, 격발시킨다.
땅에서 쏟아지는 증오의 파동을 받은 상위 존재가 내부에서 부글부글 팽창하더니, 거품을 내뿜으며 부서지고, 경련하듯 튀어 오르며 터져 나간다.
수십에 달하는 거대한 적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부식, 폭발했다.
"나 이외엔 전부 다 너프랍니다!!!"
이것은 증오의 빛.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저주의 재앙빛.
평소의 전투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지만, 원래가 만능선수라서 완전 여유롭게 다룰 수 있다구!
"............뭐?"
전개한 군대가 순식간에 전멸하자, 군신이 입을 벌리고 얼어붙는다.
그 얼빠진 표정을 보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바보. 주제를 아셔야죠. 숫자만 많으면 이길 수 있다? 당신이 싸움을 걸어도 좋을 상대가 아니었다는 뜻이랍니다."
"...... 웃기지 마라아아!!"
싸구려 도발에 격분한 군신이, 땅을 치며 일어선다.
그의 뒤에서 나타난 판넬(뭔가의 권능일 것이다)이 붕붕 날아다니며, 사방에서 마력탄을 쏘아댄다.
평소 같았으면 뛰어다니며 피하거나 팔로 가드를 했을 텐데,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