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부-5 런 앤 런(10)
    2023년 04월 22일 04시 59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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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창이 시끄러워서 껐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기사가 몸을 굳힌 채 말없이 달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귀가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생각해 보니 이런 미소녀만이 할 수 있는 동작을 하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정말, 너무 열중했던 것 같다.

    "후후......우리 기사님은 정말 우수하시네요......"
    "......그래, 물론이고 말고. 적이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고, 지원이 필요하다면 버팀목 정도는 될 수 있지."
    "네. 고마워요, 지크프리트 씨......"

     의식이 조금씩 멀어져 간다.

     어깨는 베개로 삼기에는 조금 딱딱했지만, 그보다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안심이 되었던 나는 저항 없이 의식을 놓는 것이었다.

     

     

     

     


     맞선 파티가 있던 날의 심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와 지크프리트 씨를 부드럽게 비춰주던 달빛 아래에서 가면을 벗고, 후, 하고 숨을 내쉰다.

     지정된 합류 지점은 왕도의 어느 가옥, 그 옥상이었다.

    "너무 쉬웠어."
    "맞아. 피스라운드도 솔직히 힘 빠졌지?"

     양옆에 서 있는 남녀ㅡㅡ제시 씨와 아키토가, 내 손 위에 놓인 반지를 보며 말했다.

     카지노 '퓨처 비전'의 침입은 순조롭게 끝났다.

     

    "아니요, 모두 예상했던 대로였어요. 그래서 굳이 수고할 이유가 없었답니다."

     한 번은 침입했던 곳이다. 경영시간을 마치고 경비원들만 남았을 때쯤이면 쉽게 끝낼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기사도 명탐정도 다가오기 전에 다 끝냈으니까.

     예의에 어긋나지만, 가장 빨리 끝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솜씨였어, 당신. 마치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아."
    "그래. 지도를 몇 번이나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헤매지 않고 창고까지 달려갔을 정도라니. 사전 답사라도 한 거 아냐?"
    "설마요. 그냥...... 실행하기 전에 잠시, 정말 좋은 침대에서 쪽잠을 잤기 때문이겠지요."

     뜻밖의 대답에, 두 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너희들 부도덕한 모자는 모르겠지. 내가 최고의 기사로부터 받은 퓨어 러브 파워를 말이지.

     ...... 스스로 말해놓고 부끄러워졌네. 퓨어 러브 파워라니 뭐냐고.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기대어 안정을 취한 것뿐이잖아. 근데 뭐, 어깨에 머리를 얹는 건 좀 과했다고나 할까? 오? 아? 아니, 그냥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었네, 이거!

    "으아ーー! 꺄아아아아아아아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 자리에서 허둥지둥거렸다. 두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앗, 왕자 전하."

     그때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그렌 왕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엎드린 가운데, 나는 일어서서 가면을 손에 쥐고 장난을 치며 적당히 인사를 건넸다. 양쪽에서 무릎을 꿇어라! 라는 시선이 날아오지만, 그렌은 웃고 있으니 괜찮다고. 허락받은 거라고. 이게 바로 특권계급이지.

    "놀랐어. 설마 네가 이렇게 똑똑하게, 아무도 모르게 일을 처리할 줄은. 역시 본업이 남아있으니 여력을 남기고 싶었던 걸까요?"
    "네, 그래요. 가면의 힘도 있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사와요."

     카지노에 침입한 후 반지를 손에 넣고 탈출할 때까지는 대략 10분 남짓이었다.

     지난번에는 기사와 유이 양과 대결을 펼쳤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지만, 진지하게 하면 이 정도다.

     역시 진지하게 하는 건 재미없어. 다음에는 제대로 예고장을 내고서 정면으로 돌입하자.

    "이야, 이젠 질렸다구요, 전하. 이건 정말 범죄 행위이니....... ......"
    "저로서도 이런 때에만 의뢰를 합니다만."
    "그렇겠죠~. 그럼 그런 느낌으로."
    "아키토, 속지 마. 방금은 전하께서 정기적으로 의뢰를 낸다고 하신 거야."
    "예? 엥? 거짓말이죠, 전하? 엥?"
    "하하하."
    "웃으면서 넘어가려고 하잖아!?"

     아키토의 비명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제시 씨는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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