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 화 정기마차와 검은머리의 소녀2020년 12월 20일 21시 42분 0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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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스티는 테오라스 왕국 최서단, 아바렌톤 변경백령에 있는 자그마한 마을, 아나바레스에 살고 있었다. 아쉽게도 작은 마을이었기 때문에 정기마차는 운영되지 않았다.
세레스티가 옆나라로 가려면, 두 시간 정도 걸어간 끝에 있는 큰 마을인 트렌디바레스로 향해야 한다.
트렌디바레스는 아나바레스의 5배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는 마을로, 이 근방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옆 나라 뿐만 아니라, 영도와 왕도로 가는 정기마차도 그곳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래서 외국으로 가려면 트렌디바레스로 가야했지만, 세레스티는 그곳으로 향하지 않고 도중에 있는 작은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레스티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가방을 열어서 가까이 있는 쓰러진 나무에 앉았다.
"그럼 시작해볼까."
세레스티는 양팔을 목덜미 부근으로 들어올리고, 머리를 쓸어올렸다.
"내 몸을 검게 물들여라 [안네리레] "
숲의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비추어져서 반짝반짝 빛나는 은발. 양손으로 쓸어올려서 공중에 뜬 세레스티의 머리카락은, 그냥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웠던 은발은, 다시 내려왔을 무렵에는 어찌된 일인지 윤기있는 흑발로 변모하였다.
가방에서 거울을 꺼내서 확인한다. 거울에 비추어진 것은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귀여운 소녀. 조금 전까지의 은발, 유리색 눈동자를 가진 어여쁜 소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좋아, 완벽! 역시나 '메이드 마법' 이네!"
세레스티는 자기 머리카락과 눈동자색을 마법으로 검게 물들인 것이다. 거의 순식간에.
"나도 참 좋은 마법을 만든 것 같아. 이 마법이라면 언제든지 좋아하는 머리색으로 물들일 수 있으니, 주인님이 몰래 나갈 때 변장시키기에 딱 좋아. 무엇보다, 이 마법이라면 머리카락도 손상이 안 가는걸!"
머리카락과 눈동자의 색을 바꾼 세레스티는 가방에서 새로운 옷을 꺼내들고 갈아입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마을사람들에게도 보여준 일이 없는, 이 1개월 사이에 스스로 만들어낸 녹색 원피스다.
모두 갈아입은 세레스티는 조금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있었다.
"응, 이걸로 변장은 완벽하네! 이거라면 누구도 내가 세레스티라고 생각하지 못할 거야."
그렇다, 세레스티는 이 숲에서 변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을 나갈 때, 세레스티는 주민들에게 두 거짓말을 하였다. 하나는 해외여행을 하겠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옆나라로 간다는 것이다.
세레스티도 역시 고향인 나라를 나설 생각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서쪽으로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서 실제로는 동쪽인 왕도로 가보자. 세레스티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을을 나섰다.
마을에서 은발은 세레스티 뿐이었다. 그래서 세레스티는 여행 목적과 목적지 외에도, 겉모습을 바꾸기로 한 것이다.
"자, 트렌디바레스로 가볼까. 옆나라로 가는 마차는 오늘 오후에 출발이지만, 왕도로 가는 마차는 분명 이틀 후였지. 잠깐 트렌디바레스에서 관광하고 나서 가볼까!"
모든 준비를 끝낸 세레스티는, 숲을 나서서 다시금 트렌디바레스로 향하였다.
◆◆◆
세레스티가 마을에서 떠난 이틀 후, 아나바레스에선 약간의 사건이 일어났다.
그날, 아나바레스의 촌장에게 두 손님이 찾아왔다. 여행복을 입고 있지만, 태도나 몸짓이 서민의 것과는 틀리다. 적어도 좋은 집안에서 교육받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 명은 긴 검은 머리의 진지해 보이는 남자.
또 한 명은 짧은 붉은 머리의 남자다. 약간 졸린듯한 눈을 하고 있지만, 금색의 삼백안은 상대를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촌장은 약간 긴장하였다.
촌장이 두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하자, 검은 머리의 남자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방문, 용서하십시오. 촌장 공. 제 이름은 세브레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렉트라고 합니다."
세브레가 소개하자, 졸린 듯한 남자 렉트는 꾸벅 인사하였고, 촌장도 답례하였다.
"레긴바스 백작가 분들이 이런 작은 마을에 무슨 용건이신지요?"
촌장의 기억으로 현 레긴바스 백작은 국왕의 신뢰도 두텁고, 젊은데도 재상보좌의 역할을 맡은 왕의 충신 중 한 명일 터였다. 그런 거물이 다른 영지의 작은 마을 촌장에게 무슨 용건으로 왔다는 말인가?
"사실 저희들은 백작님의 명령으로 어떤 인물을 찾고 있는데....."
"어떤 인물?"
"예. 이 분입니다만...."
그렇게 말하고서, 세브레는 가슴에서 손바닥 크기의 작은 액자를 꺼내들었다. 그걸 받은 촌장은 액자에 그려진 여성의 얼굴에 눈을 빼앗겼다. 그렇다기 보다, 그녀는.....
"......세레나?"
"알고 계십니까!?"
세브레가 몸을 기울이며 촌장에게 물어보았다. 놀라움과 기대가 섞인 표정이었다.
"네, 이 마을의 주민이니 물론 알고 있습니다만....."
"드디어! 드디어 발견했다! 백작님도 매우 기뻐하시겠지!"
세브레는 희색을 띄우며 일어섰다. 어지간히도 찾아다녔을 것이다. 이제야 발견했다며 아주 기뻐한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있는 촌장은 그의 모습을 보며 죄송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그렇습니까, 촌장님?"
또 한 남자, 렉트가 의아하다는 듯 촌장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치챈 세브레도 촌장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 촌장님?"
두 사람에게서 눈을 돌린 촌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조금전까지 기뻐하던 세브레도 이렇게 되자 불안해졌다.
".......촌장님. 저희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말하기 어렵다 해도 가르쳐주시지 않겠습니까?"
렉트에게 추궁당한 촌장은, 두 사람의 얼굴을 교차로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쉬고서.....
천천히, 믿을 수 없는 말을 하였다.
"......세레나는, 죽었습니다."
".......뭐?"
표정이 사라지며 아연실색하는 세브레. 렉트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뒤덮으며 탄식을 한다.
지금까지 해온 여행의 전부다 수포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반년 정도 전의 일이지요. 변경백령에 전염병이 유행해서, 이 마을에서도 20명 이상의 주민이 죽었습니다. 세레나도 그 중 한 명이었지요....."
"그런......"
"저기......백작님은 어째서 세레나를 찾고 계십니까?"
그 질문에 렉트가 대답했다. 지금의 세브레는 정말 대답할 상태가 아니다.
"백작님과 세레나님은 예전에 애인 사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신분 차이 때문에 세레나 공은 선대님에 의해 내쫓겨나고 말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선대님의 방해로 탐색조차 할 수 없었지만, 5년 전에 작위를 계승한 후에 드디어 세레나님을 찾기 시작했지만.....완전 늦어버린 모양입니다."
촌장은 렉트의 말을 듣고 눈을 부릅떴다. 그건, 백작이 한결같은 사랑을 위해 세레나를 찾고 있었다는 점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영원히 헤어지고 만 것을 한탄했기 때문도 아니다.
"뭐라고! 그럼, 세레스티는!"
촌장이 신경썼던 것은, 어머니를 잃었어도 미소를 잃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던 한 소녀의 일이었다.
"세레스티? 누구입니까?"
계속 멍하게 있는 세브레를 제쳐두고, 렉트는 촌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세레나의 딸이지요."
""딸!?""
렉트 뿐만이 아니라, 멍하게 있었을 세브레도 동시에 되물었다.
"세레나님은 결혼하셨습니까!?"
세브레의 말에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
졸린듯한 눈이었던 렉트가 눈을 부릅뜨고 촌장의 말을 기다렸다.
"세레나가 이 마을에 온 건 거의 13년 전. 그 때, 그녀는 이미 세레스티를 잉태하고 있었지요."
"나이는!? 요, 용모는? 어떤 딸입니까!?"
"이제 곧 15세가 되네요. 모친에게서 받은 유리색 눈동자를 한 귀여운 아이입니다. 그 애가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은발은 정말 아름다웠지요."
""은발!""
이 나라에 은색 머리를 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두 사람도 레긴바스 가문사람 이외의 은발은 본 일이 없었다. 세레나의 머리카락은 갈색이다. 그렇다면, 딸의 머리카락은 아버지의 색.
다시 말해, 세레스티라는 소녀의 아버지는....
"세레스티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바로 배알을!"
세브레의 말을 듣고, 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설마....."
그녀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에........?
"그녀는 이틀 전에 이 마을을 떠났지요. 옆나라로 간다고 말했습니다."
""뭣!?""
"옆나라에 가는 정기마차는 이틀 전에 출발했지요. 아마도 이미 도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뭣이!?""
이미 마차가 떠난 이상, 여기서 느긋하게 있을 수도 없다. 두 사람은 촌장에게서 간단한 사정을 다 듣고서, 바로 정기마차편이 있는 트렌디바레스로 향했다.
◆◆◆
"난 이대로 옆나라로 가는 가도로 아가씨를 쫓겠다. 렉트는 백작님께 이 사실을 전해줘."
"알았어. 조심하라고."
"그래, 부탁한다!"
세브레는 말 위에서 그렇게 말하고 바로 서쪽을 향하여 달려나갔다.
세브레를 배웅한 렉트도 재빨리 왕도쪽의 가도로 향했다. 렉트와 세브레는 자기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정기편을 기다리지 않고 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이 되어버렸을 줄이야. 바로 백작님께 알려드려야겠어.....음?"
말을 끌면서 마을을 걸어나가던 도중, 렉트는 한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왜 그러니, 아가씨?"
커다란 여행용 가죽가방을 든 소녀가,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두리번거리며 근방을 배회하고 있었다. 새로 만든 것같은 녹색 원피스를 입고, 허리 부근까지 뻗은 선명하고 예쁜 검은 머리를 한 소녀다.
"저기, 왕도로 가는 정기마차 정류소를 몰라서요....."
"아, 그거라면 저쪽이라고."
렉트가 가리킨 끝에는 [왕도방면 정기 마차편] 의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아, 정말이다! 감사합니다!"
소녀는 미소를 가득 띄우고 렉트에게 감사를 표하며 마차 정류장 쪽으로 달려갔다.
"혼자 여행하나? 국영 정기마차라면 안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가능하다면 손을 빌려주고 싶을 정도의 순진무구한 미소였다. 그야말로 가련이라는 단어에 들어맞는 소녀다. 앞으로 몇 년 더 있으면 나하고도 어울릴 듯한.......이라며, 여기서 렉트는 생각을 정지시켰다.
"뭔가 무서운 일을 생각한 기분이 드는데..... 그럼, 나도 왕도에 서둘러 가볼까."
가도까지 나온 렉트는 말에 타서 왕도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한번 더 왕도행 마차에 흘끗 시선을 향했다. 아쉽게도 조금 전의 소녀를 볼 수는 없었다.
어째서인지 커다란 한숨을 쉬고 말았지만, 렉트는 왕도를 향하여 나아갔다.
728x90'연애(판타지) > 히로인? 성녀? 아니요, 올 워크스(ALL WORKS) 메이드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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