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2 화 메이드가 되기로 결의한 성스러운 소녀
    2020년 12월 20일 12시 38분 2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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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3/





     "엄마, 저기 있는 정말 예쁜 누나는 누구야?"


     "예쁜 누나?"


     장을 보던 중, 딸이 갑자기 잡화점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 있던 사람은, 검은 드레스와 흰 에이플런과 캡모자를 쓴 여자 뿐.

     딱히 예쁜 옷을 입었다거나, 매우 예쁜 얼굴인 것도 아니다. 딸은 왜 저 여자를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 걸까? 단순한....메이드한테.


     "저건 메이드란다. 분명 촌장의 저택에 있는 메이드였었나?"


     "......메이드."


     '잡화점에서 사고 있는 건.....세제? 그럼, 그녀는 저택의 청소와 미화를 담당하는 하우스메이드일까? .......하우스메이드? 뭐지, 그거.....아!'


     그 순간, 번개에 맞은 듯이, 세레스티의 머릿속에 전생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 이름은......미즈나미, 리츠코!'


     그건 정말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엄마가 야채가게에서 양배추와 당근을 사고 있는 짧은 순간에, 세레스티는 리츠코였던 기억을 되찾았다.

     현생과 같은 여섯 살 때, 메이드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 20세까지 계속 메이드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하며 살아왔던 것. 그리고, 다음 일에서 의상고르기와 화장을 해줄 수 있겠다며 기뻐하며 돌아가는 도중에, 운 나쁘게도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어버린 것.


     "이제 곧 메이드가 될 수 있었는데에."


     전생의 기억을 되찾아서 리츠코로서의 자각이 강해진 직후, 혼자 중얼거렸다.


     "왜 그러니? 세레스티?"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엄마."


     세레스티는 야채가게를 떠나는 메이드의 뒷모습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엄마에게 손을 잡혀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세레스티는 먼저 자기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생에 미즈나리 리츠코였지만 현생의 이름은 세레스티・맥마덴. 현재 6세.

     가족구성은 엄마인 세레나와 딸인 세레스티 뿐. 아빠는 없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엄마는 아빠의 이야기를 해준 일이 없었다. 살았던지 죽었던지,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이야기해줬을 것이다.

     세레스티는, 아빠에 대한 일은 엄마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묻지 말자고 결심했다.


     그리고, 세레스티는 여기가 지구가 아닌 이세계라고 결론지었다.

     확실히 여긴 유럽의 정취가 느껴지지만, 수도 대신에 우물, 전등 대신에 양초와 램프를 쓴다는 건 역시 이상하다.


     무엇보다, 지구에는 '마법' 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걸 당연하다는 듯이 이용하는 이 세계가 지구의 어딘가의 나라였다고 말해도 믿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마법은 엄마인 세레나도 조금 쓸 수 있다.



     "따뜻하게 비추어라 [루체] "


     날이 저물자 세레나는 불이 아닌 빛을 촛대에 붙였다. 엄마는 이 정도밖에 못하는 모양이지만, 이 마법 한번으로 양초를 밤새도록 켤 수 있기 때문에 가계에 매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세레스티는 마법을 쓸 수 없다.


     마법의 재능의 유무는 5살 정도에 판명된다. 교회에는 그걸 진단하는 기술이 확립되어 있어서, 작년에 세레스티도 확인해 보았다.


     "안됐지만, 세레스티는 마법의 재능이 없구나."


     이것이 신부가 고했던 대사였다. 마력은 있는 모양이지만, 마법을 쓰기 위한 '무언가' 가 부족하다. 그게 뭔지는 불명이었지만, 그 부족한 걸 보충하지 않는 한 세레스티는 마법을 쓰지 못한다고 가르쳐주었다.


     당시에는 마법을 쓸 수 있지 못한다는 점이 의외로 충격이었는데,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아졌다.


     '왜냐면 난 메이드가 될 거니까, 딱히 마법을 쓸 수 없어도 문제 없잖아!'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세레스티는, 메이드의 꿈을 다시금 불태우고 있었다. 계속 원했음에도 이루지 못했던 꿈이다. 그걸 달성할 기회를 손에 넣었는데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이번 인생에서는, 반드시 메이드가 되어보이겠어!'


     세레스티로 태어나서 6년. 이렇게까지 정열을 느꼈던 적은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이 감각에, 그만 얼굴이 풀어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러니, 세레스티? 오늘은 기분 좋아보이는구나."


     "흐흐흐, 오늘은 좋은 일이 있었어!"


     "어머, 뭔데~?"


     "비~밀~!"


     "어라? 호호호. 그래, 비밀이니?"


     "응! 그 때가 오면 가르쳐 줄게. 엄마."


     "이런이런, 기대하고 있을게."


     "응!"


     메이드를 지향한다는 말은, 아직 비밀로 해두자. 세레스티는 그렇게 결정했다.


     [네 안의 메이드란 어떤 존재니? 아마 틀렸다고 생각하지만.....]


     전생에서 한번, 아만다 여사가 물어봤었던 일 따위, 세레스티는 떠올리지 못했지만......

     전생에서 배웠던 지식과 기술이 계승된 덕분에, 메이드의 기초지식은 완벽했다. 다음은 실제로 메이드가 되었을 때에 현지에서 배우면 된다.

     하지만, 여섯 살의 몸으로는 역시 메이드가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세레스티는 메이드가 되기에 적절한 나이가 될 때까진 엄마와의 인생을 즐기기로 하였다.

     메이드가 된다고 전하는 건 그 때에 해도 된다. 당시에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결국, 엄마에게 메이드가 되겠다는 꿈을 전해줄 수 없었다.





     "어머니! 어머니!"


     "......미안, 세레스티."


     "싫어! 싫어요! 어머니!"


     "상자 안에......편지가 있어......읽어.......주렴......"


     "어머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세레스티가 14세가 되고 나서 바로, 세레나는 갑작스런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15세, 다시 말해 성인이 되면 어머니에게 메이드가 되겠다고 고하고, 여러가지를 상담할 셈이었는데....

     

     전생까지 합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이 없었던 세레스티는 유일한 가족을 잃은 슬픔이 상상 이상으로 컸다. 어머니의 유언인 편지도, 메이드가 되겠다는 꿈도 떠올리지 못했을 정도로....


     세레나의 사망에서 반년, 세레스티는 어머니의 방에 한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 집 앞을 지나가는 우체부를 보고서 어머니가 편지를 남긴 사실을 떠올렸다.


     "나, 어째서 그런 중요한 걸....."


     세레스티는 곧바로 어머니의 방으로 달려갔다.

     반년 동안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방은 먼지가 쌓여있었다. 침대 옆에  놓여진 상자의 서랍을 열자, 그곳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세레스티에게


     이 편지룰 읽고 있다는 말은, 내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뜻이네.

     미안해, 세레스티. 널 남기고 간 날 용서해주렴.

     좀 더 너와 함께 있고 싶었는데.

     어른이 될 널 보고 싶었단다.


     너의 꿈, 메이드가 되는 모습을 이 눈으로 보고 싶었단다.

     놀랐니? 너, 숨길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말이야, 이 어미한테는 다 들켜버렸단다.

     거리에서 메이드를 보면 동경하듯이 눈을 반작거리며 보고 있었잖니.

     그리고, 나한테 숨기고서 예의범절과 걷는 법의 연습도 하고 있었고.

     정말 우아하고 예뻤단다. 어느 사이에 배운 걸까?


     하지만, 조금은 말해줬으면 했는데. 상담 정도는 해줄 수 있었는데.

     넌 분명 좋은 메이드가 될 거야.

     이 어미가 보증할게. 왜냐면, 나도 예전엔 메이드였는걸.

     하지만, 조심하렴. 메이드의 세계는 화려하게 보여도 힘들단다.

     네가 태어난 것도 메이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

     당시에, 내가 일하고 있던 저택의 도련님이 네 아버지란다.

     이름은 클라우드레긴바스. 백작가의 후계자야.

     아니, 분명 이미 작위를 이어받았을 테니까 지금은 그가 백작이겠네.

     일단 말해두지만, 나와 아버지는 서로 사랑하고 있었는걸?

     신분의 차는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우리들의 관계가 선대 백작님께 들켜서, 난 쫓겨나게 되었어.

     널 임신한 걸 알게 된 것은 그 후의 일.

     그래서 아버지는 네 일을 모를 거야. 아버지를 탓하지 말아주렴.

     다만, 최근 그가 날 찾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세레스티는 정말로 메이드가 되고 싶니? 만일 그렇다면, 그 집을 나가야 해.

     아버지에게 발견된다면 넌 백작영애야.


     절대로 메이드가 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네 가족은 이제 아버지 뿐인걸.

     가족과 지내고 싶다면, 그걸 막을 생각은 없단다.

     그리고 소문이었으니, 실제로는 찾지 않고 있을지도 몰라.

     난 네 마음을 존중할 거란다. 네 생각대로 하렴.

     네가 선택한 미래라면, 난 하늘 위에서 널 응원해줄게.

     사랑해, 세레스티.

     또 언젠가 하늘 위에서 만나자.

     하지만, 제대로 할머니가 되고 나서 와야 해. 꼭이야.


     세레나가


     "어머니......"


     편지 위에 눈물이 떨어졌다. 반년 전에 메말랐을 정도로 흘렸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를 생각하면 눈물 따윈 얼마든지 샘솟는다. 세레스티는 편지를 가슴에 품으며 결의하였다.


     "어머니, 저, 메이드가 될 거예요! 아버지도 신경쓰이지만, 전, 메이드가 되고 싶어요! 계속, 전생부터 계속 되고 싶었는걸요! 어머니도 했었던 메이드, 저도 될 거예요!"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다. 결의의 대사를 들은 것은 세레스티 자신.

     이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선서.

     지금은 없는 어머니를 향한 약속.

     나는, 자기를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 메이드가 되겠다!


     

     

     [......자신을 위한, 그리고 누군가를 위한 맹세......모두 갖추어졌다. 성스러운 소녀에게 축복을]




     ".......어!?"


     잠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기분이 들었다. 그건 처음으로 들었지만 항상 들었던 것 같은 불가사의한 목소리. 세레스티는 주변을 둘러봤지만, 당연히 그곳에는 누구도 없었다.


     그리고, 촛대가 눈에 들어왔다. 항상 어머니께서 마법으로 밝히셨던 촛대.

     마법의 재능이 없는 세레스티는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촛대.

     그랬는데, 왜 그럴까. 세레스티는 이상하게도 그 촛대에 손을 뻗으며 단어를 자아내었다.


     

     ".......따뜻하게 비추어라..... [루체] ..............꺄아!?"


     다음 순간, 어머니의 방에 넘치도록 눈부신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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