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5 화 마차여행은 한 명보다 두 명 쪽이 즐겁다
    2020년 12월 20일 23시 39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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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6/





     지금부터 약 7년 전, 테오라스 왕국은 주변 국가들 중에서 처음으로, 개인의 장거리 이동을 지원하는 [국영 정기마차편] 이라는 공영사업을 개시하였다. 일본에서 말하는 전철과 버스에 해당하는 공영교통기관이다.

     솔직히, 정기마차편이 생기기 전까지는 서민의 장거리 이동수단은 오직 도보였다.


     "그걸 개선해준 분이 당시의 제 1 왕자, 현 태자님인가요?"


     "맞아. 시작한 건 7년 전이지만, 사업을 제안한 건 그보다 1년 전이라고 하더라고? 지금도 교통망을 확대하려고 정거장과 가도의 정비를 진행하고 있는 모양이야."


     "태자님은 분명 저희들과 같은 나이였나요. 8년 전이라고 하면.....6살인가요!?"


     "전하는 이제 15세가 되니까, 당시엔 7세였나?"


     "거의 마찬가지잖아요! 하아,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도 있는 법이네요."


     "후후, 맞아."


     "재밌는 이야기 감사해요, 맥스."


     "아니아니, 나도 너와 대화해서 재미있었어, 멜로디."


     마차여행이 시작하고 오늘로 3일 차. 세레스티 아니 멜로디는, 왕도로 가는 정기마차에 동승하고 있는 같은 나이의 소년, 맥스와 잡담하면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


     ◆◆◆


     지금부터 4일 전, 트렌디바레스에 도착한 세레스티는 바로 숙소로 향했다. 거리의 모두들에게는 곧 출발할 옆나라행 정기마차를 타겠다고 전했지만, 실제로 타는 것은 왕도행 마차다.

     마차의 출발은 이틀 후. 그 때까지 세레스티는 이 마을에서 기다려야 했다.


     "어서오세요, 숙박인가요? 아니면 식사인가요?"


     "숙박으로 부탁드릴게요."


     "그럼 여기에 장부에 이름을 써주세요."


     "예......아."


     '그러고 보니, 지금의 이름 그대로는 위험하잖아.....'


     그대로 '세레스티' 라고 써버리면 흔적을 남기게 된다. 옆나라에 가지 않았다는 것도, 지금의 모습도 들켜버릴지도 모른다. 그대로 본명을 쓸 수는 없었다.


     '뭔가 다른 이름을 써야 해! 하지만 뭐가 좋을까!?'


     가명을 쓰려고 해도 조금은 현재 이름의 분위기를 남기고 싶다. 하지만 너무 남겨버리면 아버지에게 발견될 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해야 해, 미즈나미 리츠코! 뭔가 좋은 이름을......응? 저건.......?'


     ".....오르간?"


     숙박명부의 앞에서 고민하는 세레스티의 귀에 경쾌한 음악이 들렸다. 접수의 옆 방, 식당에서다.


     "어머, 눈치챘나요? 대단하지요. 저희는 식당에 악기를 놓고 있답니다. 이것 덕분에 우리 식당은 대성황이지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대중음식점은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미려한 선율. 음악은 정말 오랜만이야.....그래! 이걸로 하자!'


     갑자기 생각난 세레스티는 재빨리 숙박명부에 이름을 기입하고서, 그걸 접수원에게 내밀었다.


     "예, 감사합니다. 음~ 멜로디웨이브님이네요. 숙박기간은 이틀이 맞나요?"


     "예, 잘 부탁드릴게요."


     멜로디웨이브. 이것이 세레스티의 새로운 이름.


     그로부터 이틀 후, 숙소를 나온 멜로디는 곧장 왕도행 마차정류장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좀체로 찾을 수가 없었다.

     이틀 동안 정류장의 위치를 확인하지도 않고 시장만 돌아다녔던 업보가 돌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곧 마차의 시간인데, 어쩌지....."


     곤란해져서 우왕좌왕하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뒷쪽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왜 그러니, 아가씨?"


     "네?"


     돌아본 앞에는 말을 데리고 있는 장신의 남자가 서 있었다. 짧고 붉은 머리칼, 졸린듯한 눈매의 금색 눈동자를 가진, 단정한 이목구비의 청년이다. 멜로디보다 대여섯살 연상일까?


     "저기, 왕도로 가는 정기마차 정류소를 몰라서요....."


     "아, 그거라면 저쪽이라고."


     남자가 가리킨 끝을 보니, 그곳에는 [왕도방면 정기 마차편] 의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아, 정말이다! 감사합니다!"


     멜로디는 미소를 가득 띄우고 감사를 표하고 나서 정기마차 쪽으로 향했다.

     정류소에 도착하자, 세상에 멜로디가 마지막 자리였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때에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위험했다.


     '친절한 오빠가 도와줘서 다행이야. 그 사람, 아직 있으려나?'


     그는 말을 이끌고 있었다. 아마도 그도 왕도방면으로 갈 것이다. 마차에 타고나서 가도로 눈을 돌리자, 조금 전의 남자가 말에 타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고마워, 오빠. 왕도에 갈 거라면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네. 만일 만난다면 다시 감사를 표해야지.'


     그리고 마차는 왕도를 향해서 출발했다.


     마차여행이 시작되고 나서 3일 차인 현재, 멜로디는 조금 전 알게 된 소년인 맥스와 별거 아닌 잡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는 뒤로 묶은 허니블론드의 머리카락과 에메랄드그린의 눈동자를 가진 미소년이었다.


     "오늘은 좋은 마차에 탄 것 같아. 멜로디 덕분이려나?"


     "저도 맥스하고 대화하는 거 재밌어요. 맥스는 정말 박식하네요."


     아무 뜻없이 순수한 미소를 보여주는 멜로디에게, 맥스도 자연스레 미소를 띄웠다. 자신을 속이지 않고 웃는 것은 즐거운 것이라며, 맥스는 내심 감동하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즐거운 건 마음때문 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이 마차의 마부는 얼마나 솜씨가 좋은 걸까? .......대단하네."


     "뭐가 말인가요?"


     갑자기 마부를 칭찬한 맥스에게,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한다.


     "마차가 전혀 흔들리지 않아. 이 부근의 가도는 아직 정비가 되지 않아서 마차가 꽤 흔들릴 텐데, 지금은 그걸 전혀 느낄 수 없어. 이건 대단한 거야."


     맥스의 의문을 들은 멜로디는, 무심코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틀 째는 죽는 줄 알았다니까.... 아, 슬슬 효과가 끊어지겠어."


     "음? 무슨 말이라도 했어?"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흔들림을 없애라 [오리존타레] "


     마차여행도 첫째 날은 좋았다. 옆나라와 인접한 아바렌톤 변경백령은 유사에 대비해 영내의 가도는 거의 완벽히 정비해놓았다. 돌바닥의 가도는 약간 흔들리기는 했어도, 멜로디는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차가 되어서 변경백령을 벗어나자, 그곳부터는 지옥이었다.


     미포장 도로를 달릴 때마다, 자그마한 멜로디는 몇 번이나 구를 뻔했다. 머리와 몸이 이렇게까지 흔들렸던 경험은 이번 생은 물론이거니와 전생에도 없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멜로디는 차멀미가 생겼다......


     '위험해, 위험하다고~ 이대로는 숙녀의 존엄이.....우욱!'


     당분간 참고 있었던 멜로디였지만, 차멀미 때문에 위험물이 식도까지 차올랐다. 이 이상 마차가 흔들린다면, 확실히 나오게 된다.

     그래서 멜로디는 마법에 기대기로 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서스펜션' 을 대용한 것이다. 중력과 부력 등을 조종하는 힘속성 마법으로 마차의 내부에 전해지는 모든 충격을 완벽하게 없애버린 것이다.



     ◆◆◆



     "이야, 당신의 실력은 대단합니다! 좋은 마차여행이었네요, 고마웠습니다!"


     "예, 예에. 감사, 합니다?"


     마차여행이 시작되고 나서 열흘. 마차는 이제야 왕도 파르테시아에 도착하였다. 마차를 내릴 때, 마부는 승객들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말을 들었지만 무슨 일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법은 마차의 내부에만 효과를 줘서, 마부는 평소대로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마차를 흔들리지 않게 하는 베테랑 마부로서......그는 이후에 고생할지도 모른다. 사과해라, 멜로디!


     "와아, 여기가 왕도네요! 트렌디바레스 따윈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다랗네요!"


     왕도에 도착한 멜로디는 크게 흥분하였다. 이걸로 메이드가 될 수 있다! 그런 감동으로 가득하였지만, 맥스가 한 질문에 순식간에 안색이 핼쑥해지고 말았다.


     "멜로디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분명 메이드가 된다고 했지? 소개장은 갖고 있어?"


     "아니요! 갖고 있지 않네요.....어떻게 할까요."


     잘 생각해보니, 메이드는 귀족을 모실 때도 있다. 특히 상류 가문에서 일하려면 신뢰가 가는 자의 소개장은 필수다. 하지만, 메이드가 되는 것만 생각했던 멜로디는 그 생각까지는 못했고, 아무 준비도 없이 왕도까지 오고 말았다. 어쨌든, 서민에 불과한 멜로디가 소개장을 준비할 수 있을 리도 없었겠지만.....


     "그럼 이 앞의 상업길드에 가보는 게 좋아. 소개장이 필요없는 중류층의 하인의 알선도 해주고 있으니까, 먼저 그곳의 메이드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맥스가 가리킨 쪽에는 확실히 '상업길드' 라고 쓰여진 간판이 내걸린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조금전 핼쑥해졌던 멜로디는, 맥스의 조언을 듣고서 순식간에 얼굴을 상기시키고 그에게 예를 표했다.


     "감사해요, 맥스! 저 가볼게요!"


     "응. 정말 즐거운 여행이었어, 멜로디."


     "저도 정말 즐거웠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안녕히!"


     멜로디는 손을 크게 흔들면서 가득찬 미소로 맥스에게 이별을 고했다. 맥스도 멜로디가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상냥한 미소를 띄우고 그녀를 배웅했다.



     "돌아오셨습니까, 맥스웰님."


     "여어, 유디스. 마중하러 와준 거야?"


     멜로디가 보이지 않게 될 무렵, 맥스 아니 맥스웰의 등 뒤에서 집사풍의 청년이 나타났다.


     "주인님의 명령입니다."


     "후후, 신용이 없네. 마중 따위 해주지 않아도 제대로 돌아갈 텐데."


     "편지 한 장만 남기고 2개월이나 혼자 여행했던 분이 무슨 말씀입니까."


     유디스가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자, 맥스웰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상업길드 쪽을 보았다.


     "저기, 유디스. 새로운 메이드를 한 명 고용하고 싶은데, 안되려나?"


     "올해의 하인의 신규고용계약은 전부 끝났습니다.....무리, 라기보다 불필요합니다."


     "한 명 정도는 더 끼워줄 수 없겠어?"


     "무리입니다. 주인님.....재상 각하께선 낭비를 싫어하시는 분입니다. 필요 이상의 하인을 고용하는 일은 용서치 않으시겠지요. 그것보다, 맥스웰님도 각오하십시오. 무단으로 행한 이 여행이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주인님께서 판단하신다면, 질책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아, 알고 있어.....우리 집에서 고용하고 싶었는데에."


     테오라스 왕국재상 지오락・릭렌토스 가문의 장남, 맥스웰릭렌토스는, 그의 전속집사인 유디스가 준비한 마차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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