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6 화 루들버그 가문의 메이드 모집
    2020년 12월 21일 18시 25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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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7/




     약 6년 전, 상업 길드는 비회원을 위한 지원제도를 개시하였다.


     그 중 하나가 '직업알선제도' 다. 다시 말해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뜻이며, 특별한 기술을 갖지 않은 저소득층의 취업지원제도다.


     "이것도 태자님이 제안하셨던 제도인가요?"


     "그래. 지금까지는 이런 구인은 거의 채용 측에서 사람을 통해 전했었지만, 그러면 효율이 나쁘잖아? 태자님은 상업길드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구인정보를 길드가 모으게 해서 효율좋게 취업지원을 하는 방법을 생각하셨어."


     "오, 6년 전이면 9세 때잖아요. 역시 대단한 분이네요. 그럼, 이 길드에서는 태자님이 제일 인기있겠네요."


     "어머 그런 큰일날 말을. 그 대사, 국왕 폐하께는 정말 들려드릴 수 없겠는걸. 호호호."


     "그렇네요, 흐흐흐."


     "그럼, 잡담은 이쯤 하고 본제로 들어가볼까."


     "예, 부탁드릴게요!"


     마차 정류장에서 맥스와 헤어진 멜로디는 상업길드의 접수처로 갔다. 접수원의 이름은 에스텔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어머니인 세레나와 같은 갈색 머리의 언니다. 20세 정도려나?


     "넌 메이드 직을 희망하지만 소개장은 없다ㅡㅡ이걸로 틀림없지?"


     "예, 틀림없어요."


     "그렇다면, 입구 오른쪽의 구인게시판을 보면 돼. 저곳은 소개장이 필요없는 하인의 구인정보를 게시하고 있으니까."


     에스텔이 가리키는 끝에는 커다란 나무판같은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소개장이 필요한 일의 경우엔 접수에서 관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건 게시판에 붙여놓았어. 마음에 드는 일이 있다면 여기에 갖고 오면 돼."


     "예, 감사해요!"


     게시판의 앞에 선 멜로디는 메이드 모집의 메모용지를 몇 가지 확인해보았다......만.


     "이거, 전부 단기모집이네요. 그리고, 일의 내용이...."


     게시판에 있는 메이드의 구인내용은 전부 단기모집이고, 기껏해야 2개월 정도 투성이였다. 그리고, 내용도 론드리메이드나 하우스메이드같은 직업에 한정되어 있었다.


     '어느 일도 매력적이지만, 그것밖에 못하게 한다는 건.....싫은데에.'


     세탁도 청소도 하고 싶고, 요리도 만들고 싶다. 주인님과 아가씨의 몸가짐을 정돈하거나, 안주인에게 화장을 해주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것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양복도 만들고 싶고, 뭣하면 아가씨 전용의 정자도 만든다거나! 아, 안주인님의 화장품과 장식품, 주인님의 서재를 새로 맞추는 것도 좋아! 하아, 메이드 일은 전부 해보고 싶은데에.'


     누군가가...... "그건 메이드의 일이 아냐!" 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지는 않을까.....

     멜로디의 안에서, 메이드라는 직업은 너무나도 미화(?) 되어 있었다.


     "역시 지금 시기는 메이드의 일이 전혀 없네."


     "그거야 당연하지. 메이드 모집은 지난 달이 최고조였는걸. 소개장이 필요없는 모집은 구직자가 많아서 왕도에선 바로 채용되어 버리니까. 지금 게시된 것은 일시적으로 사람이 부족해진 걸 돕는 것일 뿐이야. 다시 말해 쭉정이야, 쭉이!"


     "그럼 다른 일을 해볼까. 반년 정도 있으면 다시 구인도 나오겠지?"


     "그래, 그렇게 해. 단기모집의 메이드는 사실 잡부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건 싫어."


     멜로디의 옆에서 대화하던 두 여성은, 다른 구인게시판으로 떠나갔다.

     그걸 들은 멜로디는 무심코 얼굴을 찌푸렸다. 다시 말해, 자기가 메이드가 되겠다고 결심한 그 타이밍에, 왕도에서는 메이드 모집이 최고조였던 것이다.


     "으으, 좀 더 빨리 왔으면 좋았는데....."


     바로 행동하지 않은 것이 분해서 견딜 수 없었다.


     '왕도라면 메이드의 구인도 많이 있어서 마음껏 고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이란 언제나 힘들구나.... 어쩌지. 당분간 단기모집의 메이드를 하면서 언젠가 올 정규모집을 기다려? 아니면 모집을 시작할 때까지 다른 일을 하며 기다리는 편이 좋을까?'


     "아가씨, 잠깐 실례할게요."


     "네?"


     게시판 앞에서 고민하는 멜로디의 앞에 길드의 여성직원이 다가왔다. 여성직원은 게시판 앞에 서서 새로운 구인용지를 붙이고 접수로 돌아갔다.


     "새로운 구인모집? 뭔가 좋은 게 있을지도!"


     멜로디는 재빨리 새로운 구인용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새롭게 게시된 것은 전부 다섯 자. 멜로디는 한장한장 확인했다......하지만.


     "여기까지 읽은 4장 전부, 남자 하인의 모집인가요...."


     아쉽게도 메이드는 모집조차 안했다. 요리사나 정원사의 보조같이 남자 쪽에 맞는 모집이다.


     "앞으로 하나......인데, 너무 높은걸."


     힘껏 팔을 뻗어보아도 닿지 않는다.


     "늘어나라, 순간의 손 [아룬가레라마레] "


     주변에서 보면 게시판에서 메모용지가 팔랑 떨어지고, 그걸 멜로디가 주운 것에 불과하다.

     멜로디는 힘속성마법으로 가공의 팔을 만들었다. 실제로 그곳에 팔이 있다는 건 아니다. 힘속성마법이, 마치 그곳에 손이 있는 것 같은 절묘한 힘조절로 발동시킨 것 뿐이며.....


     다시 말해, 멜로디는 마법의 손을 뻗어서 게시판에서 메모용지를 끌어내린 것이다.

     하지만, 멜로디가 이 마법을 만든 이유는.....


     '장롱 안에 떨어진 반지를 줍는 건 힘들잖아요. 이걸로 이젠 안심입니다!'


     뭐, 이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메모지를 손에 든 멜로디는 다시금 구인내용을 확인했다.


     "어디보자, 고용주는......루틀버그 백작가. 어? 귀족의 구인?"


     보통, 귀족이 하인을 고용할 때에는 소개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루틀버그라는 백작가의 구인은 소개장이 필요없는 게시판에 붙여져 있었다.


     ".......장소는 왕도의 백작가 저택. 정원은 한 명. 일의 내용은.....올 워크스!?"


     멜로디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귀족저택에서 일하는 메이드는 기본적으로 분담제다.


     하지만 올 워크스는 그 전부를 담당한다.


     그 올 워크스를, 어째서인지 루틀버그 백작가에서 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이거야.....이거라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이 일이었어!"


     멜로디는 메모지를 들고 기뻐했다. 너무 기뻐서 큰 소리를 질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멜로디를 보았지만, 그녀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구인용지를 들고 접수로 향했다.


     "이걸로 부탁할게요!"


     "어라? 좋은 게 있었어? 지금 시기엔 그다지 좋은게 없......어?"


     접수인 에스텔은 멜로디의 구인용지를 보고 약간 눈을 부릅떴다.


     "백작가문에서 소개장이 필요없는 메이드를 모집......?"


     역시 이건 에스텔한테도 의문스러운 내용이었지만, 멜로디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저기, 문제가 없다면 빨리 처리해주시면 좋겠는데요....."


     "어? 아아, 그렇지. 조금 기다려 줘."


     약간 신경쓰이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딱히 문제가 될 것도 아니다. 멜로디에게 재촉당한 에스텔은 루틀버그 백작가에 보내는 소개장을 썼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볼게요!"


     "힘내.....아, 이미 가버렸다. 의욕에 찬 좋은 애였네. 루틀버그 가문의 선배 메이드가 잘 돌봐주는 좋은 사람이라면 좋겠는데.....어라? 루틀버그?"


     어딘가에서 들어본 일이 있는 듯한데......어디서였을까?


     "에스텔, 이 서류말인데...."


     "왜 그래, 사리아?"


     장신의 여성직원인 사리아가 서류일로 에스텔에게 질문하러 왔다. 에스텔이 설명하자 사리아가 납득한 모양으로 안으로 되돌아가려 하였다.

     그런데, 에스텔 쪽에서도 사리아에게 질문이 있었다.


     "사리아, 구인정보의 게시는 네 담당이었지? 루틀버그 백작가의 메이드의 구인 말인데....."


     "아, 루틀버그 가문의 그거? 누구도 받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윗쪽에 붙여놨는데? 그곳의 메이드, 슬슬 허리가 아파서 일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귀족인데도 소개장이 필요없는 구인이라니, 거기도 힘들겠네. 하지만, 그 조건으로는 새로운 메이드 따위 꽤 찾기 어렵지 않을까나."


     "루틀버그......생각났다! 빈곤귀족의 대명사 '루틀버그' !? 귀족인데도 고용하는 메이드가 겨우 한 명밖에 없다는, 그....."

     "이제 와서 왜 그러니, 에스텔? 잠깐, 얼굴이 새파란데?"


     에스텔은 길드의 입구 쪽으로 얼굴을 향했다. 하지만, 물론 멜로디의 모습은 이미 없었다.

     분명, 멜로디라는 소녀는 이게 첫 메이드 일이라고 말했었다. 첫 직장이 그 루틀버그 가문이라니....이제 그녀는 이후 메이드를 계속할 거라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지르고 말았다.....상업길드 접수직원 에스텔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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