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8 화 비명을 지르는 메이드와 아가씨2020년 12월 21일 21시 21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9/
테오라스 왕국의 귀족자녀는 15세가 되면 3년 동안의 취학의무가 생긴다.
물론 올해로 15세가 된 루시아나도 이 왕립학원에 입학하는 의무가 부과되었다.
"그래서 부모님보다 먼저 왕도로 오기는 했는데, 설마 유령저택이었다는 말씀인가요?"
"푸훕, 유령저택이라니 딱 맞네! 거기에다 상주하고 있던 단 한 명의 메이드는 할머니였어. 당분간 같이 힘내긴 했지만, 드디어 허리가 나빠져서 예정보다 빨리 은퇴하게 되어버렸어. 설마 이런 호러 저택이라고는 생각못했기 때문에, 왕도에 오기 전에 친구를 초대해버린 게 문제였어. 서둘러 둘이서 준비하긴 했는데, 그 결과는 저택을 보면 알겠지?"
"비참한 결과로 끝난 느낌이네요."
"그 말대로야. 할머니한테는 미안한 짓을 해버렸어."
현재 멜로디와 루시아나는 하인식당에서 즐거운 다과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잡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메이드의 일을 인수인계하는 중이다.
"ㅡㅡ일단 이런 느낌이려나? 따로 알고 싶은 건 있어?"
"아니요, 괜찮아요. 감사해요, 아가씨.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하도록 할게요!"
"그래, 잘 부탁해."
"그럼, 메이드의 제복은 어디에 있나요?"
"......제복?"
".......어라?"
두둥 하고 조용해진 하인식당. 멜로디의 미소는 사라지고, 기분 탓인지 새파래져 있었다.
"혹시, 메이드의 제복이......"
"그보다, 하인의 제복 자체가 없어. 전의 메이드도 사복과 에이프런 차림으로 일했었고....."
"그러어어어어어언!"
멜로디는 의외로 겉모습에 주안점을 두는 애였다. 충격을 받고 휘청거리며 쓰러지고 만다.
"멜로디!?"
어째서인지 실의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얼굴의 멜로디를 보고 당혹해하는 루시아나. 제복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나 충격이었던 걸까?
그렇다고 해도, 제복은 바로 준비할 수 없고....
"지금부터 만들 수도 없고....."
"지금부터 만든다.....? 그래! 만들면 되는 거였네요!"
조금 전까지 풀이 죽어있었던 멜로디는, 앗 하는 사이에 부활해서 일어섰다.
"뭐, 지금부터 만드는 거야!? 그런 건 며칠이나 걸리고, 옷감도 전혀......"
"괜찮아요! 이 옷을 메이드복으로 할 거니까요!"
"그 옷을 메이드복으로?"
멜로디가 몸에 걸친 선명한 녹색 원피스. 소박한 평민의 옷이기는 하지만, 아직 신상일 것이다. 루시아나가 입고 있는 낡은 드레스보다는 요즘 것이라서 멋지게 보인다.
"그 옷을 메이드복으로 한다고? 확실히 귀여운 옷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니요, 메이드라고 하면 검은 드레스와 흰 에이프런, 그리고 하얀 캡이에요! 내 몸에 어울리는 옷을 [릭치투-라] "
"어어!?"
루시아나는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자기 눈을 의심했다. 갑자기 멜로디의 원피스가 실처럼 풀어지고, 공중을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꿰매졌던 실은 물론, 옷감까지 전부 실로 돌아가서 멜로디의 주변을 떠다녔다.
다시 말해 지금, 멜로디는 완전히 알몸이었다는 말인데.....
"......중요한 부분은 제대로 안보이네."
약간 신경쓰였던 루시아나였지만, 공중을 떠다니는 실은 소녀의 비밀을 제대로 가리고 있었다.
실은 멜로디의ㅡㅡ마치 춤추는 듯한ㅡㅡ움직임에 맞추어서 실을 자아내기 시작하였다. 방직기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공중에서 멜로디의 몸에 맞춰서 실이 옷감으로 다시 태어난다. 실색도 녹색에서 검정과 흰색으로 변화하여, 드레스와 에이프런, 캡을 만들어 내었다.
"완성이에요! 어떤가요, 아가씨?"
빙글 돌아보는 멜로디의 모습은 어디에서 보아도 고풍스러운 메이드였다.
"역시 메이드복은 이래야지요. 절대영역따윈 사도라구요, 사도! 후후후."
"절대영역? 잘 모르겠지만 멋져, 멜로디. 마법은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감사드려요, 아가씨. 꽤 좋은 제복이 생겼네요. 이거, 겉모습 뿐만 아니라 강도도 신경썼다구요? 방검, 방탄, 내화와 내수, 내마법, 절연성도 부여해서 감전의 걱정도 줄어들어요! 그리고, 오염 방지와 소취효과도 붙여놨어요."
기쁜 듯이 설명하는 멜로디였지만, 루시아나는 절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루들버그 가문은 대대로 마법의 재능이 없는 가문이었다.
그래서,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마법의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럼 이제부터 업무를 개시하도록 할게요, 아가씨."
멜로디는 갓 만든 (?) 검은 드레스를 양손으로 붙잡고, 아름다운 예절을 보여주었다. 솔직히 자기보다도 더욱 예쁜 인사법을 보고, 루시아나는 감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멜로디의 카테시는 멋지네. 나중에 예쁘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을래? 왕립학교의 입학식 날의 밤에는 우리들 신입생의 사교계 데뷔날이야. 빈곤귀족인 우리 가문은 가정교사도 없어서 예의범절도 미묘해. 뭐, 이 말투를 보면 알 거라 생각하지만."
"어머, 사교계 데뷔인가요? 알겠어요. 그때까지 아가씨의 숙녀교육도 제대로 해드리겠어요. 호호호호호."
".....멜로디, 왠지 웃는 얼굴이 무서운데?"
"무섭다라니, 너무하세요! 하지만, 호호호호, 설마 가정교사의 일까지 하게 될 줄이야, 정말 멋진 저택에 왔네요. 호호호호."
"부, 부드럽게 해줘?"
메이드에 몰두하는 멜로디의 미소는 어딘가 무서웠다.
루시아나는 경직된 미소로 되돌려주었다.
"그럼, 난 저녁식사의 장을 보러 갈 거니까, 다른 걸 부탁할게."
"알겠어요.......음? 잠깐 기다려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멜로디!?"
현관에 가려고 하는 루시아나는, 갑자기 멜로디에게 어깨를 잡아당겨져서 비명을 질렀다.
"아가씨야말로 뭘 하려는 건가요!"
"아니 글치만, 나도 돕지 않으면......"
"저녁 장을 보는 건 제 일이에요! 아가씨는 아가씨의 일을 하세요!"
"그야,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일단 예습을 하는 편이 좋겠지만...."
그럼 그걸 하도록 하세요. 저희들 메이드는 아가씨의 그런 일을 도와주기 위해 있는 거예요. 모든 잡무는 제게 맡기고, 아가씨는 귀족영애로서의 의무를 다해주세요."
"멜로디....."
루시아나는 감동했다. 지금까지 영지에서도 이런 말을 들은 적은 없었다.
"알았어, 멜로디. 나, 방에 돌아가서 제대로 공부할게!"
"예, 힘내세요, 아가씨!"
그리고 루시아나는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 자신을 격려해준 메이드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다.
".......후우, 위험할 뻔 했네요. 후후후, 장을 보는 것도 메이드의 일이잖아요!"
멜로디가 바구니를 돌리면서 즐거워했던 일은, 루시아나에게는 비밀이다.
"그럼, 바로 일을 시작해볼까요. 일단 오늘 안에 저택 안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일단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놓은 멜로디는, 오른 손을 들고 마법을 사용했다......
◆◆◆
그로부터 2시간 정도 공부를 한 후 루시아나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아가씨, 차를 들고 왔습니다."
손수레에 티세트를 올려놓고, 멜로디가 루시아나의 방에 찾아온 것이다.
"고마워, 멜로디. 하지만 바쁠 테니까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멜로디의 마음은 기뻤지만, 자기에게 차를 내올 여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멜로디는 메이드다운 상냥한 미소를 띄우면서 루시아나의 차를 준비해주었다.
"무리하지 않았어요, 아가씨. 슬슬 차 드실 무렵이라 생각해서 마련해온 거예요."
"응, 마침 마시고 싶다고 생각했어."
역시 멜로디가 내준 차는 맛있다. 스스로 끓였던 때와는 천지차이다.
"그럼 실례하겠어요. 저녁의 준비가 되면 다시 부를게요."
"그래, 알았어. 고마워, 멜로디."
루시아나가 감사를 표하자, 멜로디는 미소를 띄우며 퇴실하였다.
"자, 그럼 조금 더 공부를 해볼까..... 아, 잠, 잠깐 손을 씻으러....."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루시아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혼잣말을 하고서 방에서 나왔다.
"어라, 멜로디?"
"예, 아가씨."
조금 전 손수레를 밀고 방을 나섰을 멜로디가, 루시아나의 방 앞 복도의 청소를 하고 있다. 손수레를 갖다 놓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빠르지 않은가?
"통로의 청소를 하고 있었어?"
"네, 아가씨의 방앞이니까 최우선으로 청소하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라도?"
"아니, 잠깐 손을 씻으러....."
"아, 손씻기였네요. 청소도 마침 끝났으니 괜찮아요."
"그랬구나. 고마워."
멜로디에게 감사를 말하고서 루시아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멜로디는 진짜 일처리가 빠르네. 통로가 반짝거려.'
화장실로 향하며 본 복도는 전부 완벽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바닥과 벽 뿐만이 아니라, 여성으로선 손을 뻗을 수 없기 때문에 방치되었던 천장의 거미집도 치워져 있었다.
"어라, 멜로디?"
"예, 아가씨."
화장실에 도착하자, 어째서인지 그곳에 멜로디가 있었다.
분명 루시아나의 방 앞의 통로를 청소하고 있지 않았나......?
"세면대의 청소는 방금 모두 끝냈어요. 언제든지 쓰실 수 있어요."
"그, 그래. 고마워."
멜로디는 꾸벅 인사하고 그 자리에서 떠나갔다.
"청소에 집중하다가 저녁식사를 잊어버렸을지도 몰라. 역시 도와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화장실을 나선 루시아나는 "좋아" 라며 의기양양하게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있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수프 담당의 나, 잠깐 거기의 소금을 줘."
"응, 알았어. 아, 메인 담당의 나, 그 고기 약간 남지? 수프에 넣을 거니까 조금 줘."
"그래."
"세척담당의 나, 식기는 전부 씻었어? 슬슬 요리가 완성되는데?"
"괜찮아! 이제 끝나려는 참."
주방에서는, 어째서인지 세 명의 멜로디가 저녁준비를 하고 있엇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왜 그러신가요, 아가씨!?"""
비명을 지른 루시아나를 눈치챈 세 명의 멜로디가 소리를 합하여 루시아나를 불렀다.
그것이 루시아나를 더욱 공포스럽게 하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뭐 잘못되었나요, 아가씨!"""
멜로디의 목소리는 등 뒤에서도 들렸다.
루시아나가 뒤돌아보자, 그곳에도 역시 멜로디가 있었다.
빗자루를 든 멜뢷, 먼지떨이를 든 멜로디, 걸레를 든 멜로디 같이, 주방의 세 명 뿐만이 아니라 저택 안에서 루시아나의 비명을 들은 무수한 멜로디들이 주방으로 달려나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루시아나는 많은 멜로디르 보고 다시금 비명을 지르다가,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가씨!"""
저택 안의 멜로디가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지금, 왕도의 루틀버그 저택은 진정한 의미로 유령저택이 된 것이다....라니,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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