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 10 화 스파르탄 메이드에게 최대한의 감사를
    2020년 12월 22일 05시 02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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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0421du/11/





     현관의 고리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멜로디는 옆에 서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오신 모양이에요. 제가 먼저 맞이할 테니 나중에 와주세요."


     긴장된 표정의 루시아나가 어깨를 찔끔 떨었다.


     "으, 응......긴장되네에."


     "정말, 무슨 말씀이세요. 친구를 맞이하는 것 뿐이잖아요?"


     그렇다, 루시아나는 저택을 방문한 친구와 만날 뿐이다.

     멜로디는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아니, 배운대로 할 수 있으려나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면서 멜로디한테서 시선을 돌리는 루시아나.

     멜로디의 눈동자가 가늘어지며 반짝하고 빛났다.


     "아가씨라면 괜찮아요. 다만, 혹시 가르쳐 줄대로 하지 못한다면......"


     "나 할 수 있어! 힘낼게!"


     긴장하고 있었을 루시아나는 갑자기 스스로를 북돋우며 허세를 부렸다.

     그렇다, 허세를.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만일, 여기서 재교육이라는 결론이 나와버린다면......


     "예, 아가씨라면 괜찮아요. 그럼 갔다 올게요."


     "응, 잘 부탁해, 멜로디!"


     멜로디는 루시아나에게 인사하고서, 루시아나의 친구인 베아트리스와 밀리아리아를 맞이하기 위해 현관 홀로 향했다.


      ◆◆◆


     "친구를 초대하고.....싶다구요?"

     "그래, 다과회의 리벤지를 하고 싶어."


     멜로디가 저택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5일 차 아침, 식후의 홍차를 즐기던 루시아나가 그렇게 말했다.


     "친구라 하시면, 제가 저택에 오기 전에 초대했다는?"


     "그래. 그전에는 진짜로 지독한 다과회였으니까 명예를 만회하고 싶어. 그리고, 슬슬 입학 준비에 바빠질 테니까 다과회에 초대할 거라면 지금 무렵이 적당해."


     1주일 전, 루시아나는 왕도의 저택이 유령저택으로 변해버렸다는 일 따위 모르고, 친구 두 사람을 저택에 초대하고 말았다.

     물론, 만족할 만한 다과회 따윈 열지도 못한 채, 비참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도 신경 써줘서 가문의 일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에 등 뒤에서 들렸던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놀랐지 뭐야. 정말 미안한 짓을 해버렸어."


     베아트리스・리릴트크루스 자작영애와 미리아리아・파랑갈트 남작영애는 수십 년 전에 올라온 신흥귀족이다.

     루틀버그 백작령과 인접한 곳이어서, 선선대 백작은 매우 싫어했었다. 그것도 그런 것이, 그들의 영지는 애초에 루틀버그 백작령이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이걸 싫어했던 건 선선대 백작뿐이며, 사업실패를 명목으로 빠르게 세대교체를 한 선대백작은 그들과 화해했다. 자작가, 남작가도 선선대의 일은 파악하고 있어서 선대백작에게 동정하면서, 서로의 교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좋은 관계는 현 백작의 딸인 루시아나의 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난 빈곤귀족이니까 바닥의 소음이나 어두운 복도는 괜찮지만, 두 사람의 집안은 유복하니까 유령저택라며 무서워 했을 거야. 어떻게든 그 이미지를 떨쳐내고 싶어. 어때, 멜로디? 가능하다면 가까운 사이에 두 사람을 초대하고 싶은데......"


     의자에 앉은 루시아나는, 옆에 서 있는 멜로디를 올려다보며 부탁하였다.


     "알겠어요, 아가씨. 저택의 수선도 거의 끝났으니, 지금부터 초대장을 보내고 1주일 후에 다과회를 여는 건 어떤가요?"


     "다음 주말 말이지, 알았어. 고마워, 멜로디!"


     루시아나는 멜로디가 오고 나서부터, 기쁜 일이 계속되었다. 황폐해진 호러저택은 지금은 신축건물같이 반짝반짝해졌고, 매일하는 식사도 영지에 있을 무렵보다 충실해졌다. 뭐, 식사예절에 대해선 약간 시끄럽지만, 그 정도는 허용범위 안이다.


     '그리고 같이 있어주는 메이드가 정말 상냥하니까!'


     "멜로디, 다과회 때는 부디 테라스를 쓰고 싶어. 멜로디가 고쳐준 그 정원, 정말 멋졌는걸. 두 사람한테도 자랑하고 싶어."


     "알겠어요. 그럼 테라스에서 다과회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어요."


     "응, 부탁해!"


     "그런데 아가씨, 다과회를 하기 위해 아가씨께서 해주셔야 할 일이 있는데요...."


     "내가 해줘야 할 일?"


     "예, 이전에 말씀하셨던 예의범절의 시작 건이에요. 모처럼 사이좋은 친구를 만나니까, 지금부터 훈련해서 친구의 앞에서 피로연을 하면 어떨까요?"


     멜로디의 제안에 몇 초간 생각했던 루시아나는 표정을 밝게 하며 미소지었다.


     "그렇네.....그거, 괜찮을지도! 이제 곧 입학식과 연회가 있었지. 지금부터 연습해서 두 사람의 앞에서 선보이면 예행연습도 되겠어. 두 사람 앞에서라면, 최악의 경우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응, 할게!"


     "후후후, 실패라니ㅡㅡ그런 일은, 절대로 하게 두지 않겠어요."


     "어, 그래. 잘 부탁해, 멜로디!"


     그렇게 루시아나의......지옥의 예절교육이 시작되었다.



    ◆◆◆



     "으아아아아! 무리, 무리야, 멜로디! 목뼈가 부러질 것 같다고오오오오오!"


     "괜찮아요, 아가씨. 목에 겨우 책 열 권을 쌓은 정도로 부러지지는 않아요. 자, 워킹의 연습을 계속하겠어요. 원 투, 원 투."


     리듬좋게 손뼉을 치는 멜로디의 앞에서, 루시아나는 눈물을 지으며 턱을 들고 시선을 똑바로 하며, 고개를 부들부들 떨면서 넓은 현관홀을 걸어나갔다.


     "허리가 굽혀져 있어요. 중심은 뒤로! 직선을 나아가면서 걷는 이미지예요. 발을 안쪽으로 옮기면서 리드미컬하게 걸어주세요!"


     고개가 무거워서, 도저히는 아니지만 멜로디의 리듬대로는 걸을 수 없었기 때문에 몸을 휘청거리는 루시아나. 익숙치 않은 걸음걸이 때문인지, 도중에 발이 엉켜서 밸런스가 무너지자 책을 엎어버리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아파ㅡㅡ!"


     "자, 아가씨 바로 일어나서 다시 하세요."


     구른 것을 걱정해주지도 않고 진지한 눈초리로 이쪽을 보는 멜로디의 모습에, 루시아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러가지로 루시아나에게 상냥했던 멜로디였지만, 교육에 관해서는 완전한 스파르타식이었기 때문이다.


    ◆◆◆


     "시, 실패해버리면 이 일주일 동안의 노력이 물거품.....해내야 해, 루시아나."


     그리고 루시아나는, 겨우 2주일 만에 환골탈태한 전 유령저택에 놀라고 있는 친구들 앞에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서 와요, 베아트리스, 미리아리아.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요."


     그것은, 정말 아름다운 카테시였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다과회는 대성공이었다. 친구들은 기뻐해줬고, 유령저택의 이미지도 완전히 떨쳐냈음에 틀림없다.


     다과회 후의 저녁식사 전에 루시아나의 머리카락을 빗기면서 멜로디가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아가씨, 어째서 저택을 수리한 걸 비밀로 하셨나요?"


     다과회 도중, 친구들은 루시아나에게 몇 번이나 이 저택의 변화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루시아나는 전부 '비밀' 로 일관하였다.

     그냥 "메이드가 했어요." 라고 말하면 되는데, 어째서 비밀로 한 것인가......어느 쪽이 정상인지 지금은 무시하도록 하자.


     "왜냐면, 멜로디한테 이상한 소문이 나버리면 다른 가문에서 영입하려고 할 테니까 싫었는걸. 그 두 사람은 그런 짓은 안 하겠지만, 소문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에이, 너무 설레발이에요. 아직 저 따윈 세계 최고의 메이드가 되기에 멀었으니, 좀 더 많이 정진해야 돼요."


     '멜로디는 저렇게 말하지만, 마법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멜로디의 기술과 마법은 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에.'


     멜로디와 만나서 이틀 정도는 '그런 거였나.' 하고 생각했던 그녀의 능력이었지만, 3일 차에 저택을 완전히 수리하고 만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에서 벗어났다.


     '왠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멜로디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무서워.....'


     자신의 상식이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왕도에 왔던 루시아나도 그랬으니까.


     "자, 아가씨, 머리 다 했어요."


     "응, 고마워. 저기, 멜로디."


     "예?"


     거울 앞에 앉은 루시아나와, 그녀의 뒤에 선 멜로디가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쳤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계속, 계속 우리 집에 있어줘. 정말 좋아해."


     루시아나는 그 눈동자에 감사의 마음을 한가득 담아서 멜로디에게 감사를 표했다.


     마음이 전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멜로디는 상냥하게 미소지으며 "예."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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