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부-1 빌레네스 어게인(3)

 

(그게 '개벽'이라고?　웃기는 군)

　
(그것은 ──── 그것은, 대체 뭐였지)

　
(확실히 『개벽』이어야 했다. 실제로 세계개변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마리안느 ......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너는 어디로 손을 뻗고 있는 거지 ......?)

　
　업화만이, 고뇌하는 대악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왕국, 왕립 마법학교의 여름방학 첫날.

　그리고 하인차라투스 왕국에서도 수많은 마법학원이 여름방학에 들어갔으며, 사회인들도 여름이 왔음을 실감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 흠, 그렇군."

　하인차라투스 왕국에서 마차를 타고 몇 분 거리에 있는 지점.

　내리쬐는 햇살 아래 나무 그늘에서, 한 청년이 이른 아침 파발로 가져오게 한 오늘 아침 신문을 읽고 있다.

"역시 정보가 일치해. 젤도르가의 권능은 완전히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군."

　흰 셔츠를 입고, 감색의 긴 머리를 한 묶음으로 묶은 미남이었다.

　몸에 풍기는 공기에는 날카로움이 없어서, 시골에 사는 목가적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불침경님, 좋은 아침이에요!"
"어, 불침경님!　잠깐만요, 머리가 ...... 아아 정말!　조, 좋은 아침이에요!"

　그때, 산길을 오르는 길에 지나가던 하얀 옷을 입은 소녀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좋은 아침."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청년.

　그 미모에, 교단의 소녀들은 볼이 붉어지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신전의 잔당들에게 세뇌된 불쌍한 마을 소녀들인가)

　그녀들이 입고 있는 흰 옷은, 금빛 선이 그어진 로브다.

　얼마 전 왕에 대한 반역 행위로 멸망한 신전의 세력이지만, 핵심인 무녀를 잃었음에도 이 린라드 가문이 통치하는 지역으로 도망쳐 린라드 가문을 제압했다. 그대로 영토를 점령하고 지배했다.

(이번만큼은 잘됐으면 좋으련만 ......)

　불침경은 어느 군사국가 출신으로, 젊은 외모와는 달리 수십 년 동안 여러 전쟁을 두루 거쳤다.

　때로는 일개 병사로, 때로는 군사로, 때로는 장교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와 승리를 거두는 그는 언제부턴가 불침경(不沈卿)으로 불리게 되었다.

"불침경"
"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불침경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익숙한 흰옷을 입고 눈 밑에 깊은 다크서클이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야하트인가. 시간인가?"
"그래. 소환을 시작한다."

　이미 그 남자 - 신전 잔당들을 규합하는 전직 신관 야하트는 불심경의 완전한 시간 역행을 보고받았다.

"불침경, 5체의 현현은 바꾸지 않아도 되겠지?"
"그래. 멤버도 예정대로 해도 괜찮다. 비록 통제하에 두긴 했지만, 최종 운용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좀 더 돌리고 싶으니까 ......"
"알겠다. 곧 시작하지."

　야하트가 발걸음을 돌려 떠났다.

　불심경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을 순식간에 불태워 재로 만들어 땅에 뿌린 뒤 뒤를 쫓았다.

(시간 거스르기의 용, 젤도르가. 나의 『군신』의 권능에도 저항하다니, 무서운 존재다.)

　하지만 계획에 지장은 없다.

　산비탈을 파헤쳐 산 안쪽에 만든 의식장으로 들어선다.

　불침경은 소환 서클이 펼쳐진 광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말하자면 VIP석으로 안내받았다.

(거듭된 행사로 겨우 약화시킬 수 있었는가. 지금은 이미 나의 완전한 지배하에 있으며, 에너지만 있으면 언제든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 정말이지, 스마트하지 못하군)

　의식장에 마력이 가득 차오른다.

　신도들의 선두에 서서 야하트가 소환술식을 발동한다.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극한의 추위를 관장하는 '로스트 에덴'.

　인류를 위협하는 전기를 관장하는 '맥스웰 캐논'.

　생리적 혐오감을 주는 존재군의 혐오스러운 면을 잘라내어 관장하는 '웜 섀도우'.

　해골을 관장하고, 또한 술식 변형을 통해 죽음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관장하게 된 '본미스트: 레스'.

　평행세계에 접속하여, 그 세계에서 인류가 관찰한 우주의 모든 빛 현상을 관장하는 '언노운레이'.

　어느 것이나, 완전하게 현현하면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쉽게 멸망시킬 수 있는 개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