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부-01 빌레네스 어게인(1)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엔드리스 에이트에 들어가 버렸어!　게다가 나가토 시점으로!

　나는 완전히 미치기 직전이었다.

"어라, ...... 잠깐 ......괘, 괜찮으세요 마리안느 씨?"

　현관에서 갑자기 절규하는 나를, 유이 양과 그녀의 부하들은 멍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그래. 지금 느낌으로 보니, 유이 양은 물론이고 채팅창의 사람들조차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신들조차도 파악하지 못한다다니 어떻게 된 거야!?

"유이 양......"
"네?"
"저를 기절시켜 주세요 ......"
"네!?"

　빨리 해줘요!　눈을 부릅뜨고 소리치자, 유이 양은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아니, 아니 그...... 그래도 그것은......"
"빨리!"
"아~ 이제 알겠습니다 알겠다고요!　에잇!"

　그녀의 오른팔이 사라지고, 목덜미에 무언가가 닿는 듯한 느낌이

　

　

　

 

 

　
"우와, 전혀 공격이 보이지 않았는데요 ......"

　몸을 일으켜보니, 그곳은 불길에 휩싸인 종말의 세계였다.

　어?　뭐야 방금. 진짜로 눈으로 쫓아갈 수조차 없었는데......

"올 줄 알았다."
"!!"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홱 뒤를 돌아보니, 언제나처럼 게이밍 의자에 앉아 소년에이스를 읽고 있는 루시퍼의 모습이 있었다.

"무장소녀 마키아벨리즘은 어떻게 되었죠?"
"응?　아, 그거. 아직 진행 중인데."
"무장소녀 마키아벨리즘은 어떻게 되었죠!?"
"본론을 완전히 잊고 있군......"

　루시퍼는 소년에이스를 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깥이 시끄럽다. 무슨 축제라도 하는 건지 ...... 어때. 가서 볼까?"
"아니요, 이벤트 때의 마이룸 보이스를 원한라고 한 적 없는데요!　그나저나 무장소녀 마키아벨리즘은........"
"알았어, 알았다고. 나중에 보여줄게."
"정말이요!　하는 김에 프롬의 홈페이지나 MF문고의 홈페이지에도 가보고 싶은데요."
"요구를 세 배로 늘리지 마."

　루시퍼는 다리를 꼬면서 (우와, 다리 길어) 나를 꾸짖었다. 뭐야?　다리, 길잖아......

　크으으으!　다리가 길어!

"일단 진정했나?"
"네 ...... 다리가 기네요 ......"
"정말 진정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자. 먼저 현재의 상황을 이해해야 해. 조금 길어질 거다."
"정말 설명할 의지가 있는 사람은 절대 쓰지 않는 대사라고요, 그거."

　루시퍼는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윗도리를 벗고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썼다.

　무슨 짓이야?

"이 세계에서 시간의 흐름에 간섭할 수 있는 권능은 단 두 가지다. 시간 거스르기의 용 젤도르가와 시간 흐르기의 용 미쿠리루아 뿐이다. 그리고 이번엔 젤도르가의 권능이 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 저기, 우선 확인인데요, 당신도 시간이 되감겼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요 ......?"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다."
"???"

　엥？

　뭐?　왜?　그럼 왜 설명을 하는 거야?　어떻게 된 거야?

"신들과 동등한 힘을 얻었어도, 나는 어디까지나 작품 속 존재. 그리고 젤도르가는 작품 속 존재에게는 최악의 상대다."

　루시퍼는 화이트보드를 드러내더니 중앙을 세로줄로 구분했다.

"힘을 얻으면 얻을수록 이 보드 안에서 위로 올라간다고 하자.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이 선을 넘어 옆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 런가요?"
"마치 렉스 윌리가 양초를 999개 가져가도 렉스 윌리는 렉스 윌리이며, 포뮬러 스타로 변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알기 쉽지만 알기 어렵네요 ......"

　아니 뭐 대충 알겠다.

　그래, 이건 설명의 전제 조건이 되는 지식을 알려주고 있는 거구나.

"요컨대 신역권능 보유자는 스테이터스 상승에 의해 부여되는 스킬이지만, 작품 외 존재나 작품 내 존재는 변경할 수 없는 종족과 같은 존재라는 거네요?"
"맞다. 젤도르가는 작품 내 존재를 모두 되돌릴 수 있는, 반쯤 작품 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상위 존재다. 내가 아무리 강해지고, 아무리 강대진들 작품 내 존재인 이상 저항할 수 없지."
"마치 디버깅 모드 같네요."

　전제의 정리는 대략 끝났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아마도 그것이 설명의 시작이 될 것이다.